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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선(東文選)

淸潭 2017. 12. 17. 14:25

동문선(東文選)

문헌명

동문선(東文選)

저자

서거정(徐居正) 외

개요

신라 때부터 조선 숙종 때까지의 작품을 모아 엮은 시문집(詩文選集). 서거정(徐居正) 등의 편저로, 고활자본(古活字本)과 목판본이 있다.

 

정편은 1478년(성종 9)에 성종이 서거정 등에게 명하여 편찬한 것이고, 속편은 1518년(중종 13)에 신용개(申用漑)·김전(金詮) 등이 편찬한 것을 말하며,

 

신찬은 1713년(숙종 39)에 대제학(大提學) 송상기(宋相琦) 등이 개편한 것이다. 정편은 신라 때부터 조선 전기까지의 시문을 모았고, 신찬은 그 이후부터 숙종 때까지의 시문을 수집 정리하였다.

내용과 특징

서거정 등이 편찬한 것을 정편 <동문선>, 신용개(申用漑) 등이 편찬한 것을 <속동문선>, 송상기(宋相琦) 등이 편찬한 것은 신찬 <동문선>이라고 구별하여 부르기도 한다. 정편 <동문선>과 신찬 <동문선>의 내용과 성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정편 <동문선>

정편 <동문선(東文選)>은 1478년 성종의 명으로 서거정(徐居正) 등이 중심이 되어 편찬한 우리나라 역대 시문선집이다. 본문 130권, 목록 3권, 합 133권 45책이며 활자본과 목판본이 있다. 당시 대제학이던 서거정이 중심이 되어 노사신(盧思愼)·강희맹(姜希孟)·양성지(梁誠之) 등을 포함한 찬집관(纂集官) 23인이 작업에 참여하였고, 신라의 김인문(金仁問)·설총(薛聰)·최치원(崔致遠)을 비롯하여 편찬 당시의 인물까지 약 500인에 달하는 작가의 작품 4,302편을 수록하였다. 목록 상권 첫머리에 서거정의 서문과 양성지의 <진동문선전(進東文選箋)>이 실려 있다. 서거정은 취사선택의 기준을 제시해서 ‘사리(詞理: 글의 뜻)가 순정(醇正)하고 치교(治敎)에 도움되는 것’을 선택하였다고 명시하였다. 또한 우리나라의 시문이 삼국시대에 시작되어 고려시대를 거쳐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에 극성해졌다고 보고, 역대의 빛나는 시문이 중국의 것과는 다른 특질을 가진 우리의 글임을 강조하고 이를 집대성하여 후세에 길이 전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역설하였다. 내용을 보면,

 

권1∼3은 사(辭)·부(賦),

권4·5는 오언고시,

권6∼8은 칠언고시,

권9·10은 오언율시,

권11은 오언배율,

권12∼17은 칠언율시,

권18은 칠언배율,

권19∼22는 오언절구·칠언절구·육언절구,

권23∼30은 조칙(詔勅)·교서(敎書)·제고(制誥)·책문(冊文)·비답(批答),

권31∼45는 표전(表箋)·비답,

권46∼48은 계(啓)·장(狀),

권49∼51은 노포(露布)·격서(檄書)·잠(箴)·명(銘)·송(頌)·찬(贊),

권52∼56은 주의(奏議)·차자(箚子)·잡문,

권57∼63은 서독(書牘),

권64∼95는 기(記)와 서(序),

권96∼98은 설(說),

권99는 논(論),

권100·101은 전(傳),

권102·103은 발(跋),

권104는 치어(致語),

권105는 변(辯)·대(對)·지(志)·원(原),

권106은 첩(牒)·의(議),

권107은 잡저,

권108은 책제(策題)·상량문,

권109∼113은 제문·축문·소문(疏文),

권114는 도량문(道場文)·재사(齋詞),

권115는 청사(靑詞),

권116∼121은 애사(哀詞)·뇌(柰)·행장·비명(碑銘),

권122∼130은 묘지(墓誌) 등이다.

 

이렇듯 정편 <동문선>은 되도록 많은 문체를 망라하여 많은 작품을 수록하려 하였다. 문체의 종류로 보면 55종에 걸쳐 있어 중국 <문선(文選)>의 39종보다도 많으며, 뒤의 <속동문선>의 37종보다도 많다. 그 가운데는 단 1편의 작품만 있는 노포(露布)와 같은 것도 설정되어 있어 당시로서 자료 여건이 허락하는 한 되도록 다량을 선취하려고 하였음을 알 수 있다. 작가의 경우에도 최치원·김부식(金富軾)·이인로(李仁老)·이규보(李奎報)·이제현(李齊賢)·이곡(李穀)·이색(李穡)·이첨(李詹)·정도전(鄭道傳)·권근(權近) 등 이 책의 편찬 직전까지의 인물들을 차례로 싣고 있다.

29인의 승려와 약간의 무명씨를 포함, 500인 가까이 실려 있는데, 그 가운데에는 하나의 작품만 가지고 등장한 작가가 220여인에 이른다. 이는 당시 문헌의 인멸로 그들 작품의 전부가 전해지지는 않더라도 그들의 활약으로 인하여 우리 문학의 저변이 확대되었다는 인식 아래 한두 편의 작품도 포괄하여 수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수록 작품 중

 

시는 약 4분의 1 정도이며,

나머지는 문(文)이다.

 

특히, 임금에게 축하나 감사를 올리는 경우, 또는 사양하는 경우에 올리는 의례성 강한 글인 ‘표전’ 하나만 460여 편으로 전체 작품 수의 10%를 넘어서고 있는 점이 특징적이다. 이를 통하여 <동문선>의 선정기준이 지배층의 봉건적 상하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고 통치층의 권위를 드러내고자 하는 전형적인 관각적(館閣的) 문학관의 산물임을 짐작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유교국가의 관찬서(官撰書)이면서 도량문·재사·청사 등 도교와 불교 관계의 의례문(儀禮文)을 195편이나 싣고 있는데, 이는 당시 지배층의 이념이 철저하게 유교적이지는 않았다는 반영이 된다. 동시에 그 내용이 대부분 국가와 임금, 귀족의 복을 빌어주는 의례적인 것이라는 점에서 앞서와 같은 통치층의 권위를 장식하는 효용에서 실리게 된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이들 작품의 대부분이 사륙변려체(四六騈儷體)로 된 화려한 문장이어서 전체적으로 형식미를 추구하고 있는 선정기준을 엿보게 한다.

이 <동문선>은 관료귀족의 미의식에 맞는 화려하고 호부(豪富)·숭엄(崇嚴)한 미, 우아·온유의 미에 지배되어 있으며, 비장미(悲壯美)나 골계미(滑稽美)의 범주에 드는 것은 드물다. 거의 철저하게 상층지배층 중심의 시문을 포괄적으로 망라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삼국시대 이래 조선 초까지의 우리나라의 문학자료를 나름대로 집대성하였다는 의의와 함께 우리의 문학전통을 중국의 그것과 병행하는 독자적인 것으로 인식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후대에 주자학적 문학관에 의해 경직된 선집보다는 훨씬 다양하고 다

채로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데, 특히 신라·고려 시대의 기록과 도교·불교 관계 자료의 중요성은 지대한 것이다.

1478년에 을해자로 펴낸 초간본이 있고,

1482년 갑인자로 찍은 재인본이 있다.

연대미상이나 임진왜란 이전으로 추측되는 을해자본 번각본(飜刻本)이 전하고 있으며,

1615년(광해군 7)에 임진왜란으로 거의 인멸되었으므로 서적교인도감(書籍校印都監)에서 재인하였다고 한다.

규장각도서에 있는 목판본은 어느 때의 간본인지 확실하지 않으나 이미 간행되었던 활자본을 대본으로 해서 판각(板刻)한 것으로 보인다. 규장각도서·국립중앙도서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1915년 고서간행회에서 번인본을 간행하였으며, 1966년 경희출판사에서 영인본을 내었고 1968년 민족문화추진회에서 국역본을 내었다.

 

신찬 <동문선>

 

신찬 <동문선>은 1713년(숙종 39) 송상기(宋相琦) 등이 중심이 되어 편찬한 시문선집으로 본문 33권, 목록 2권, 합 35권 15책이며 현종실록자본(顯宗實錄字本)이다. 1713년 청나라에 갔던 사은사(謝恩使)가 돌아오는 길에 강희제(康熙帝)가 <고문연감(古文淵鑑)>·<패문운부(佩文韻府)>등 300여 권의 책을 보내주면서 우리나라의 시부(詩賦)를 보여달라 청함에 따라, 조정에서 이 책을 새로이 편찬하여 보내게 되었다. 당대의 문집 중에는 병자호란을 겪은 뒤라 반청사상(反淸思想)이 담긴 글이 많으므로, 오래된 문장 중에서 뽑아 편찬하여야 한다는 중론에 따라 삼국시대 이후 숙종 초기까지의 시문 중에서 청나라에 거슬리지 않을 문구를 뽑아 편찬하였다. 그 체재와 내용은 다음과 같다.

 

권1·2는 사부(辭賦),

권3은 오언절구,

권4는 칠언절구,

권5는 오언율시,

권6·7은 칠언율시,

권8은 오언배율,

권9는 오언고시,

권10은 칠언고시로서 시가 10권이다.

다음 권11은 주문(奏文)·봉사(封事),

권12는 소차(疏箚),

권13∼16은 서(序),

권17∼19는 기,

권20∼25는 서(書),

권26은 설,

권27은 논,

권28은 변,

권29는 책(策),

권30은 전,

권31은 발·잠·명·송·찬,

권32는 원(原)·격(檄)·상량문·비지·행장·제문·애사(哀辭),

권33은 잡저로 되어 있다.

 

작품이 수록된 작가는 이규보(李奎報)·이제현(李齊賢)·이색(李穡)·최치원(崔致遠)·이인로(李仁老) 등과 정도전(鄭道傳)·권근(權近)·김종직(金宗直)·최립(崔凌)·이행(李荇)·이이(李珥)·이황(李滉)·박은(朴誾)·장유(張維) 등이다.

이 책은 명종·선조 이후의 글들이 많이 실려 있다는 데에 특히 의의가 있다. 앞시대의 글 가운데에서도 정편·속편<동문선>에 수록되지 않았던 것도 새로 가입시킨 것이 있으니, 남효온(南孝溫)의 <현금부(玄琴賦)>와 설장수(偰長壽)의 <유지사(柳枝詞)> 같은 것들이다. 또는 제목만 고쳐서 그대로 실은 글도 있다. 앞에 나온 정편·속편 <동문선>과 이 책을 부분적으로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즉, 권1·2의 사부 중에는 정편 <동문선>에서 4수, <속동문선>에서 8수를 가져오고 새로 뽑은 것이 17수가 된다. 오언절구에서는 정편에서 15수를 가져오고 새로 뽑은 것이 46수가 된다. 수록된 작품의 총수는 1,215편인데, 이 중 3분의 2 가량이 명종 이후 숙종까지의 조선 중기 인물의 시문이다.

시에서 승려 정사(正思)·휴정(休靜)·만우(卍雨)·충징(沖徵) 등이 들어 있고,

여류작가로 허난설헌(許蘭雪軒)·이원(李瑗) 등 다방면에 걸쳐 싣고 있으며,

산문(散文)에서는 이황·이이를 비롯하여 최립·유몽인(柳夢寅)·장유·김종직·김일손(金馹孫)·남효온·성현(成俔)·강희맹(姜希孟) 등의 글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을 중국으로 보내는 도중에 사은사 이곤(李鹽)이 청나라에 보이기 곤란한 기휘문구(忌諱文句)를 발견하여 주자(鑄字)와 종이를 급히 보내어 고치게 하였다는 일화도 전한다. 그만큼 이 책의 편찬경위가 청나라의 요구에 의한 것이었으므로,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제목 또한 ‘동문선’으로만 쓰여 있어 앞서 나온 <동문선>과 혼동을 일으켜, 소장된 도서관에서도 정편 <동문선>과 혼재되어 있다. 규장각도서·국립중앙도서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