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욕(忍辱)
嗔是心中火 燒盡功德林 欲行菩薩道 忍辱護眞心
진시심중화 소진공덕림 욕행보살도 인욕호진심
<한산시(寒山詩)>
성냄은 마음의 불꽃이니
모든 공덕의 숲을 다 태워 버린다.
보살도를 행하고자 하거든
인욕으로 참 마음을 잘 보호하라.
해설 ; 금강경에서 석가모니부처님은 인욕바라밀을 설하면서 자신이
가리왕에게 신체의 베임을 당하여 마디마디 잘려나가는 아픔을 겪었다고
하였다. 그 때 자신은 아상도 없고 인상도 없고 수자상도 없고 중생상도
없었다. 만약 그러한 상이 있었더라면 응당히 성내는 마음과 원한을 품는
마음과 복수하려는 마음을 내었을 것이라는 말씀을 하고 있다. 이어서
자신이 과거 5백세라는 오랜 세월동안 인욕선인(忍辱仙人)이 되어
인욕만을 특별히 실천하면서 살았다고도 한다. 그 때도 역시 네 가지 상이
없었다고 하였다. 어떤 경우라도 마음에 분노를 일으키는 일은 수행자의
자세가 아니며 지혜로운 사람의 태도가 아니라는 뜻이다.
분노의 불길은 그동안 쌓아놓은 수행과 공덕과 온갖 복덕을 다 태워 없애고
만다. 세존은 일생을 살아가면서 무수한 모욕과 비난과 훼방과 음해와
그리고 비운을 겪었다. 그럴 때마다 단 한 번도 성내는 마음을 일으킨 적이
없었다. 35세의 젊은 나이로 인도의 종교계에 혜성처럼 나타나서 수많은
이교도들을 교화하면서 그들의 지도자들로부터 받은 음해와 훼방과 비난과
모욕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그래도 언제나 잘 견디면서 보살도를
실천하였고 참 마음을 잘 보호하였다.
특히 코살라국의 유리왕(가리왕)이 세존의 고국인 카필라성을 침범하여
석가족을 모두 살해하고 조국을 유린할 때도 그 살육의 현장을 살아있는
육안으로 지켜보면서도 무아(無我)의 인욕으로 한 번도 분노하지 않고
슬기롭게 수용하였다. 그 때의 심정을 금강경에서는 신체를 베어내는
아픔이었다고 하며 몸을 마디마디 잘라내는 쓰라림이었다고 술회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은 조금도 분노하지 않았다고 한다. 안, 이, 비, 설, 신, 의도
없고 색, 성, 향, 미, 촉, 법도 없고 아상과 인상과 중생상과 수자상도
없었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하였다고 한다. 진정한 인욕은 이와 같이
철저하게 무아(無我)가 되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인욕을 행하는데 설사 무아의 경지가 아니더라도 분노의 불길을 꾹꾹 눌러
참으며 끝까지 견디어 낸다면 그 또한 높이 살만한 수행이라 할 것이다.
그래서 예부터 참을 인자[忍] 세자면 살인도 면한다는 말이 있으며
인지위덕(忍之爲德)이라 하여 참는 것이 큰 덕이 된다는 말도 있다. 문제가
생겼을 잘 참아 오다가 마지막에 가서 분노를 터뜨려서 큰 사건을 저지르는
예가 종종 있다.
그리고 옛날의 역사나 지금의 국내나 국외의 정세들이 대개는 분노를 참지
못하여 사람들을 죽이고 나라를 빼앗고 역사를 바꿔 놓았다. 유리왕이
석가족을 멸망하고 카필라성을 빼앗은 것도 분노를 참지 못한 것이 그
원인이었다. 이왕 참는 김에 끝까지 참았더라면 세상은 달라졌을 것이고
사람들은 평화와 행복을 좀 더 누리고 살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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