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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몰랐을까, 그대가 떠나기 전엔

淸潭 2014. 12. 23. 11:34

왜 몰랐을까, 그대가 떠나기 전엔

 

입력 : 2014.12.16 00:39

연극 '민들레 바람되어'… 사별한 부부의 애틋한 情


	연극 '민들레 바람되어'
/수현재컴퍼니 제공
극이 시작되면 무대 위 의자에 젊은 여자가 혼자 앉아 있다. 한 남자가 꽃다발을 들고 나타나 말을 건다.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시간 참 빠르지…." "요즘은 한가하니까 사람 만날 일이 없어." 두 사람은 부부다. 남편의 익살에 웃던 관객은, 오래 지나지 않아 이것이 무척 슬픈 장면임을 깨닫게 된다. 그곳은 무덤이며, 남편은 세상 을 떠난 아내와 대화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지난 주말, 연극 '민들레 바람 되어'(박춘근 작, 김낙형 연출)의 공연장에는 빈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반 이상이 중장년이었으나, 세월이 흘러 늙고 병든 남편이 아내에게 기대 "여보, 나 한 번만… 안아줄래?"라고 속삭일 때 눈물을 훔치는 건 장유(長幼)의 구분이 없었다.

2008년 초연됐으며 2011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 이 작품은, 지난 12일 개막 이후 유료 관객 90% 이상의 순항을 하고 있다.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처럼, 유난히 울고 싶은 일들이 많았던 올 연말에 '부부애'라는 주제로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극 전개는 시간의 흐름을 따른다. 젊어서 상처(喪妻)한 남편이 세월이 조금씩 흐를 때마다 아내의 무덤을 찾아 자신의 인생을 담담히 털어놓는다. "뭔가 귀중한 것들이 다 있었던 것 같은데, 깃털처럼 다 날아가 버렸다"(남편) "시간이 지나가면 다 말하려고 했어. 하지만 내게는 그런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어"(아내) 같은 대사들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남편 역으로는 드라마 '정도전'에 함께 나왔던 조재현·이광기·임호가 번갈아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