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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나
나는 참 수많은 강을 건넜습니다.
강을 건널 때마다 거기엔 이별이 있었고
이별을 가질 때마다 나는 하나씩
내 소중한 것들을 내주었습니다.
헤엄쳐 건너면서 옷을 벗어주었습니다.
뗏목으로 건너면서 보석들을 주었습니다.
배로 건너면서 마지막 남은 동전조차 주어버렸습니다.
나는 참 수많은 산들을 넘었습니다.
산을 넘을 때마다 거기엔 이별이 있었고
이별을 가질 때마다 나는 하나씩
내 소중한 것들을 건네주었습니다.
벼랑에 매달리면서 슬픔을 주었습니다.
비탈에 오르면서 기쁨을 주었습니다.
고개를 넘으면서 마침내
당신에 대한 그리움까지도 주어버렸습니다.
나는 참 수많은 산과 강을 넘고 건너왔기에
내겐 이제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고
더불어 당신께 드릴 것이 없습니다.
나는 텅 비어 있으므로
지금 나는 내가 아닙니다.
아무래도 나는 이제 아무것도 아닌 나를
당신께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당신이 텅 빈 나를 더 반기실 줄 아는 까닭에......
오세영 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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