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아들 만나고 싶은 엄마 마음을 하늘이 알아주셨나봐요.”
30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만난 김모(여·44) 씨는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아들을 확인한 뒤 이렇게 말했다. 김 씨가 아들을 어렵사리 만날 때까지 곡절이 많았다.
김 씨는 지난 4월 16일 청천벽력 같은 세월호 침몰 사고 소식을 듣고 곧장 팽목항으로 내려왔다.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고, 지루한 기다림이 반복됐다. 날이 갈수록 희망이 줄어들었지만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그때 김 씨는 자녀 시신을 찾은 같은 반 학부모로부터 ‘아이가 집으로 들어와 쉴 수 있도록 해 놓으니 거짓말처럼 시신을 찾았다’는 말을 들었다. 처음엔 믿지 않았다. 그래도 며칠 뒤면 아들
얼굴이라도 볼 수 있을 거란 기대를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심한 아들의 소식은 더뎠다. 사고가 난 지 1주일이 흘러갔다. 김 씨는 다른 학부모한테서 들었던 얘기를 실행해봐서 손해볼 것 없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지만 행동에 옮기지는 못한 채 열흘째를 보냈다.
지칠 대로 지친 김 씨는 4월 27일 경기 안산의 집으로 향했다. 오랫동안 꺼져 있던 난방기기와 불을 켜고, 정수기도 가동했다. 냉기만 가득했던 방에 따뜻한 기운이 돌았다. 무엇보다 아들이 돌아와 쉴 수 있도록 아들 방문도 활짝 열어놨다. ‘아들만 만날 수 있다면 무엇인들 못하랴’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졌다.
29일 새벽 다시 팽목항으로 돌아온 김 씨는 오후 1시쯤 아들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경찰로부터 전해들었다. 한걸음에 시신을 확인하러 달려간 김 씨는 한눈에 아들을 알아봤다. 학생증, 아들이 쓰던 휴대
전화도 함께 발견됐다. 30일 오후 5시 DNA 검사를 통해 아들임을 최종 확인한 김 씨는 “예뻤던 아들의 얼굴이 퉁퉁 불어있는 걸 보니 억장이 무너졌다”면서도 “그래도 아들 시신을 찾을 수 있게 돼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김 씨의 사연을 전해들은 같은 반 학부모 이모(42) 씨는 “친척에게 부탁해 집의 불을 환하게 켜 놓았다”며 “오죽하면 이런 일까지 하겠느냐만, 바다에 뛰어들어 직접 아들을 찾을 수 없으니 이렇게라도 하고 아들을 기다려보겠다”고 말한 뒤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진도 =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