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명상실
높은 자리에서 떵떵거리고 요직을 꿰차고 앉아 거들먹거리는 것을 영예와 기쁨으로 알면 나라가 어지러워진다. 맡은 직분을 제대로 해내지 못할까 전전긍긍하고, 주린 백성을 보며 그저 녹이나 받는 자리를 부끄럽게 여기면 나라가 제 자리를 찾는다. 박태보(1654-1689)는 숙종 때 알성문과에 장원으로 급제했던 촉망받던 관리였다. 홍문관에 숙직할 때, 일개 낭관이 어찌 옥당에 드느냐고 군문(軍門)에서 배척한 일이 있었다. 무관들이 왈가왈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으므로, 그는 나라의 기강이 무너져 어지러운 논의가 이는 것을 글로 써서 올린 후, 그 자리에서 물러나 버렸다. 그는 늘 직언을 서슴지 않았다. 훗날 숙종이 장희빈에 빠져 인현왕후를 쫓아내자, 그 처사의 부당함을 극렬하게 직언했다. 숙종은 격분하여 그를 포박한 채 돌멩이로 치게 했다. 혹독한 고문 끝에 유배 길에 올랐다가 도중에 죽었다. 있어야 할 자리에 서고, 해야 할 말을 할 때 명분이 바로 선다. 잘못된 자리에 서고, 할 말 앞에 침묵할 때 기강이 무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