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서 30여년 간 정진
소림초당에선 ‘장좌불와’
중앙아시아 무슬림 땅에
홀로 계몽·전법 20년 째
|
핏빛 같은 빨간 단풍과 푸른 소나무가 어우러진 덕숭산의 11월 아침. 고즈넉하다. 아직도 ‘무상’(無常)을 간파하지 못했다면, 이 산에 깃든 ‘가을’을 통해서라도 느껴보라는 듯 덕숭산은 소리 없이 모든 이를 품고 있었다. 수덕사에서 정혜사로 오르는 숲속 길. 간밤 사이 내린 비와 함께 떨어진 단풍잎이 돌계단마다 가득하다. 시인 정호승의 시 한수가 이생을 떠나려는 잎들을 달래줄 수 있을까!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일부.)
소림초당이다. 가는 빗줄기 사이로 보이는 소림초당은 아직도 만공 스님의 선기가 서려 있는 듯하다. 법웅 스님도 몇 해 전 여기서 정진했다. 장좌불와 1년! 선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선가 수행 방편중 하나. 장좌불와를 해야만 하느냐 따질게 아니다. 깨달음을 향한 담대함과 처절함. 그 두 힘을 응축시킨 직관력으로 은산철벽을 뚫어 보려는 크나 큰 원력의 한 단면 아닌가. 수마(睡魔) 하나라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면 엄두도 낼 수 없는 정진력이다.
빗줄기는 만공 스님 탑에도 내려앉고 있었다. 사자후가 울린다. ‘마음의 달이 오직 둥에(心月孤圓)/ 그 빛이 모든 것을 삼켰다(光呑萬像)/ 빛도 없고 빛의 대상도 없으니(光境俱忘)/ 다시 또 무엇이 있겠는가’(復是何物) ‘대롱으로 하늘을 보려’하느니 삼배를 올릴 뿐이다.
정혜사 능인선원에 당도할 즈음 비가 멎었다. 만행길을 떠난 선객을 곧 맞이하려는 듯 산 중턱에서 피어오른 운무가 경내를 정화시키고 있었다. 빛 한줄기가 쏟아져 내리자 능인선원은 이내 운무를 거두고, 산 아래의 마을과 드넓게 펼쳐진 차령산맥을 품어 안았다.
법웅 스님의 첫 발이 닿은 선원이 정혜사라 했던가. 통도사에서 경봉 스님을 모신 후 송광사, 상원사, 봉암사 등 선원에서 정진해 온 스님이지만 만공 스님과는 특별한 인연이 있음이 분명하다.
만선대와 소림초당에 이어 지금은 만공 스님이 직접 지은 전월사에 머무르고 있으니 말이다. 만선대에 머무르는 동안 스님은 경허, 만공 선사 진영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차 공양을 올렸다고 한다. 그 때의 신심은 상원사에서도 이어져 한겨울 영하 28도 아래로 내려가는 한파가 몰아쳐도 적멸보궁에 올리는 차를 끊지 않았던 법웅 스님이다.
전월사! 덕숭산 끝자락 길 끝나는 곳에 전월사는 선시(禪詩) 한 편을 드러내 보이는 듯 확연하면서도 오묘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만공 스님은 ‘법을 굴린다’는 의미를 담아 ‘전월사(轉月舍)’라 이름 했다. 법웅 스님은 그 달에 무엇을 담았을까? 소림초당 장좌불와 1년 발심을 여쭈어 보았다.
|
“그 자리에 앉으면 누구인들 그 마음 안 갖겠습니까.” 경허, 만공, 혜월 스님이 머물렀던 덕숭산이 전하는 ‘선기의 덕’이라는 뜻일 터. “본질을 날카롭게 바라본다면 어디인들 불편하겠습니까? 덕숭산 성지 어디 있어도 감사할 뿐입니다.”
스님은 자신의 ‘안 살림’ 별 것 없으니 산 밖의 ‘바깥 일’이나 나누자는 듯 대선 향방을 되물어 왔다. ‘진보와 보수의 양자 대결이 치열하다’ 전하자 뜻하지 않은 일언이 다시 내리고 있던 빗소리를 갈랐다.
“보수, 진보! 힘을 가지면 보수고, 힘을 잃으면 진보일 뿐입니다.” ‘권력’ 하나로 진보와 보수를 나눌 수 있을까? 그 이유가 뒤를 이었다.
“우리 사회의 진보, 보수는 탄탄한 철학과 사상 기반에서 피지 못했다고 봅니다. 그러니 아직도 논쟁중이지요. 사실, 못된 무리들이 지역감정과 역사왜곡을 통해 대중을 갈라놓은 것 아닙니까. 그렇다 해도 변화를 위한 선택은 해야 한다고 봅니다. 고이고 쌓인 부조리를 합리화하며 정권만 탐한다면 그 또한 독재의 다름 아니지요.”
진실하면 지옥에서라도
숭고한 법 만날 수 있어
개발되지 않은 산·계곡이
모든 생명들 건강하게 해
'불교이야기 > 스님들 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실이라면 스스로 절을 떠나야 한다. (0) | 2013.08.09 |
---|---|
종립학교 사상 첫 비구니 교장된 아용 스님 (0) | 2013.07.29 |
불교방송노조, 영담스님 횡령․배임 혐의 고발 (0) | 2013.07.03 |
次第乞已....(차례로 걸식하며....) / 부처님의 근본사상 (0) | 2013.06.05 |
명진스님은 부처님 모시기 앞서 종북 노릇이 더 바쁜가? (0) | 2013.05.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