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故事成語

연비어약(鳶飛魚躍)

淸潭 2013. 6. 16. 10:32

연비어약(鳶飛魚躍)

연비어약은 ≪시경 대아≫<한록편>에 나오는 말이다.

瑟彼玉瓚(슬피옥찬) 산뜻한 구슬잔엔
黃流在中(황류재중) 황금 잎이 가운데 붙었네
豈弟君子(기제군자) 점잖은 군자님께
福祿攸降(복록유강) 복과 녹이 내리네
鳶飛戾天
(연비려천) 솔개는 하늘 위를 날고
漁躍于淵
(어약우연) 고기는 연못에서 뛰고 있네
豈弟君子(기제군자) 점잖은 군자님께서
遐不作人(하부작인) 어찌 인재를 잘 쓰지 않으리오

솔개가 하늘에서 날고 고기가 연못속에서 뛰고 있다는 것은 성군(聖君)의 다스림으로 정도(正道)에 맞게 움직여지는 세상을 표현한 것이다.

새는 하늘에서 날아야 자연스러운 것이며, 물고기는 물에서 놀아야 자연스럽다. 이는 천지의 조화 바로 그 자체인 것이다.

『詩經(시경)』에서의 본뜻은, 새나 물고기와 같은 미물(微物)이 스스로 만족하게 여기는 모양. 또는 임금의 德化가 골고루 미친 모양을 말한 것이나,
『中庸(중용)』에 인용된 뜻은, 솔개가 하늘로 나는 것이나 물고기가 못에서 뛰는 것이나 다 道의 작용이며, 천지만물은 자연의 성품을 따라 움직여 저절로 그 즐거움을 얻으며, 道는 천지 간에 널리 퍼져 가득하다는 뜻으로 쓰였다.

퇴계(退溪) 선생은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 >에서 천지만물의 자연스런 운행을 이렇게 노래했다.

春風(춘풍)에 花滿山(화만산)하고
秋夜(추야)에 月滿臺(월만대)로다.
四時佳興(사시가흥)이 사람과 한가지라
하물며
魚躍鳶飛(어약연비) 雲影天光(운영천광)이야.

봄바람이 산 가득 꽃을 피우고,
가을 밤 달빛이 환히 비추는 것은 어긋남이 없는 우주의 질서이고,
사계절의 아름다운 흥취와 함께 함은 자연과 합일된 인간의 모습이다.
게다가 솔개가 하늘을 날고 물고기가 못에서 뛰노니
이는 우주의 이치가 잘 발현된 상태다.

율곡(栗谷) 선생이 젊을 때[金剛山(금강산)摩訶衍(마하연)에서 19세 때] 지은 시[贈 楓岳小庵老僧 (증 풍악소암노승)]를 보자.

魚躍鳶飛上下同 (어약연비상하동)
這般非色亦非空 (저반비색역비공)
等閑一笑看身世 (등한일소간신세)
獨立斜陽萬木中 (독립사양만목중)

솔개 날고 물고기 뛰는 이치, 위나 아래나 매 한가지
이는 색도 아니요 또한 공도 아니라네
실없이 한번 웃고 내 신세 살피니
석양에 나무 빽빽한 수풀 속에 홀로 서 있었네

솔개가 날고 물고기가 뛰는 것이 어떤 욕심을 채우기 위한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마음을 비운 것도 아니다. 그저 '먹이를 구하고자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선생이 첫 구절에 유가(儒家)의 천리유행(天理流行)을 설명하는 연(鳶)과 어(漁), 둘째 구절에 불가(佛家)의 만법인 색(色)과 공(空)을 등장시킨 것은 마치 하늘에서 솔개가 날고 물에서 물고기가 뛰는 그 목적이 같은 것처럼 유가와 불가가 인간세상을 바른 길로 인도하고자 하는 그 본 뜻은 같은 것이며 다만 그 방법이 다를 뿐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다.


연비어약(鳶飛魚躍)은 만물이 우주의 이치에 순응하여 살아가는 모습들을 집약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글,문학 > 故事成語' 카테고리의 다른 글

截髮易酒(절발역주)   (0) 2013.06.16
行不由徑(행불유경)   (0) 2013.06.16
온고지신 溫故知新  (0) 2013.06.15
亢龍有悔(항룡유회)  (0) 2013.06.14
득어망전(得魚忘筌)   (0) 2013.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