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안차사 (咸安差使)
확실한 연대와 인물은 알 수 없으나 고려 말기의 일인 듯 짐작된다.그 당시 한 사람이 대역죄를 지었는데 조정에서 안핵사까지 내려 보내 죄를 다스리게 하였다.
이 죄인에게는 노아라는 딸이 하나 있었는데 천하 절색일뿐만 아니라 가무며 학문이 능하고 구변이 청산유수이어서 한번 본 남자는 그녀의 치마폭에 놀아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노아는 효성이 지극하여 부친의 생명을 구하고자 스스로 기적에 입적하여 관리들을 홀려 그들의 약점을 이용, 아버지를 벌주지 못하게 하였다.
안핵사로 내려올 때마다 지방 관리들로 하여금 어떠한 핑계로든 잔치를 베풀게 하였고 그 자리에는 반드시 그녀가 참석하여 미색과 가무, 그리고 모든 아양을 떨어 그때마다 수청을 자청하여 안핵사로 하여금 본분의 일을 잊고 주색에 빠지게 하여 차일피일 하다가 돌아가거나 봉고 파직케 하였다.
그리하여 조정에서는 최후의 수단으로 성품이 강직, 청렴하고 과단성이 있는 젊은 관원을 뽑아 안핵사의 임명하여 그 죄상을 낱낱이 밝히도록 하였다.
이에 신임 안핵사는 호언장담하기를"이제 기생을 가까이 아니하고 술을 멀리하여 관리들을 희롱한 노아부터 처벌한 다음 그의 아비를 다스릴 것이다."라며 안핵길에 올랐다.
한편 노아는 밀정을 풀어 신임 안핵사의 일거일동을 손바닥 보듯 훤히 알고는 계획을 마련, 안핵사가 칠원현 웃개나루에 당도하여 객주집에 들러 점심을 들게 하였다.
노아는 계획이 적중함을 기뻐하며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지점에서 소복단장으로 구경꾼 속에 끼어 들랑 달랑 하며 안핵사의 시선을 끌기에 노력하였다.
안핵사의 낯선 고장의 산천경개와 굽이쳐 흐르는 낙동강을 바라보며 노독을 풀던 중 무심코 구경꾼들을 쳐다보니 멀게 가깝게 아른거리는 한 여인을 발견하였는데, 천상의 선녀가 하계하여 노니는 듯, 백학이 알을 품고 구름 속에서 춤을 추듯, 벌 나비가 꽃밭에서 춘광을 희롱하듯 하여 정신이 아득하고 눈앞이 삼삼하여 황홀경에서 벗어날 줄을 몰랐다.
이곳은 타고을이라 잠시 방심한 그는 몸이 불편하다는 핑계로 하룻밤 유숙하기를 명하고 주인을 불러 넌즈시 소복여인에 대해 물었다. 주인은 한숨만 쉬면서 말이 없더니 '그 아이는 누구의 딸이 온데 박복하게도 얼마 전 남편과 사별하고 시가에서도 의탁할 길이 없어 잠시 소인에게 돌아와 있는 중이옵니다.'하였다.
안핵사는 속으로 '옳다 구나!'하며 무릎을 치고는 슬그머니 주인의 손에 동전을 쥐어주며 오늘밤 상면케 해줄 것을 청했다.
주인은 딱 잡아떼며 말하기를"여식은 비록 비천한 소인의 소생이 오나 내칙제서(內則諸書:여자의 행실과 법도를 적은 책)며 일반 학문을 익혀 정절을 소중히 하고 있사오니 천부당 만부당 한 줄로 아옵니다."하였다.
더욱 초조하고 마음이 들뜬 그는 애원조로 거듭해서 간청하자 못이기는 체하는 말이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는다 하였으니 부디 버리지 않는다는 약조만 하신다면 한 번 권하여 보겠나이다."하니 그는 그러마고 거듭 다짐하며 멋모르고 좋아했다.
일이 계획대로 척척 진행되니 능청스런 노구와 간교한 노아는 기뻐 어쩔 줄 몰라했는데 이윽고 해가 지고 밤이 이슥하자 주안상을 곁들여 안핵사의 방을 찾아 들었다.
낮에는 먼 발치로 어름어름 보았으나 곱게 단장하여 촛불 앞에 앉은 노아를 본 순간 빼어난 절색에 그만 정신이 날아갈 것 같았으며, 무상한 인생과 덧없는 세월로 늦게 만난 것을 탄식하였다.
그럭그럭 회포를 풀고 동침을 권하자 노아는 안색마저 변하며 일언지하에 거절하였다. 그럴수록 애간장이 탄 그는 섬섬옥수를 부여잡고 간청하니 대장부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그러자 노아는 이제는 되었겠지 생각하고 마지 못하는 척하며 응하면서 다시는 버리지 않겠다는 자문을 받은 후에 원앙금침 속에 들었다.함안에 도착한 안핵사는 왕법을 문란케 한 요녀 노아를 대령시켜 극형에 처하라고 추상같은 명령을 내렸다. 동헌 앞뜰에 끌려 온 노아는
"능지처참의 죄를 범하였다 할지라도 마땅히 공사(供辭;변명서)를 보시고 결정함이 국법이온데 무조건 벌 주심은 과한 줄 아옵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공사를 먼저 보시업소서!"하니 안핵사가 그 말을 옳게 여겨 공사를 보니 아비의 사연을 먼저 쓰고 끝에 시 한 구절을 적었다.
노아옥비 시수명 (盧兒玉臂 是誰名) - 노아의 옥같은 팔에 그 누구의 이름인고,
각입기부 자자명 (刻入肌膚 字字明) - 살갗에 깊이 새겨 자자히 완연하다.
영견낙동 강수진 (寧見洛東 江水盡) - 차라리 낙동강 물의 마름을 볼 지언정
첩심종불 부초맹 (妾心終不 負初盟) - 이몸이 맺은 맹서 변할 줄이 있으랴.
안핵사는 깜짝 놀라 바라보니 지난 밤에 만나 백년 천년을 같이 하자던 그녀가 아닌가? 비로소 그녀의 간계에 속은 것을 알았으나 엎질러진 물이었다.
안핵사는 갑자기 병을 빙자하여 치죄를 중지하고 영원히 관직에서 물러 났다고 한다. 그리하여 강원도 포수나 함흥차사와 같이 한 번 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하여 함안차사란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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