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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입니다.왕따 없애는 묘책이 없을가요?

淸潭 2013. 3. 13. 15:03

 

투신자살한 고교생이 가해학생으로 지목한 친구의 증언

  "애들이 교실서 바지를…"

  • 대구=최재훈 기자

     

  • 입력 : 2013.03.13 03:01 | 수정 : 2013.03.13 05:42

    투신 高1학생 "CCTV 안 달려있는 교실·화장실서 주로 괴롭힘 당해"
    숨진 최군의 유서… 中 2학년 때부터 폭행 당해… "5명이 자주 괴롭히고 갈취"
    중학교 동창의 증언… "친구들 다 있는 교실에서 팬티 벗기고 놀리는 것 봤다"
    최군이 다녔던 중학교
    경찰 2명이 순찰돌고 있지만… 학교 건물 내 CCTV 6대는 복도만 비추고 녹화도 안돼

    "친구들 다 있는 교실에서 바지와 팬티를 벗겨 놓고 놀렸고, 수시로 교과서나 체육복을 가져가고, 으슥한 곳에 데려가 주먹과 발로 때리기도 했습니다. ○○이도, 저도 왕따여서 익숙했던 일입니다."

    11일 오후 7시 40분쯤 경북 경산시 정평동 한 아파트 23층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최모(15·청도 모 고교 1학년)군이 유서에서 가해 학생으로 지목한 김모(15·대구 모 고교 1학년)군은 "중학교 3년 내내 최군이 노는 아이들한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봤다"고 털어놨다.

    본지가 만난 김군은 숨진 최군의 중학교 동창생으로, 중3 때는 수시로 서로의 집에 놀러다닐 만큼 단짝이었다. 김군은 "○○이는 중1 때 같은 반 친구와 싸웠는데, 그때 입술이 터진 후부터 왕따가 됐다"며 "나도 왕따였기 때문에 2학년 때부터 서서히 ○○이와 친해졌다"고 말했다.

    김군은 "학교에서 일진으로 불리는 4~5명의 아이가 최군이 눈에만 띄면 데리고 가서 괴롭혔다"고 전했다. 작년 중3 1학기 때는 최군과 같은 고교에 진학한 권모(15)군이 친구들이 다 있는 교실에 최군을 끌고 들어가 바지와 팬티를 내리라고 위협해 벗게 한 뒤 깔깔 웃으며 놀렸다고 한다. 또 다른 동창생 윤모(15)군도 수시로 최군을 교실이나 화장실로 불러 때렸고, 다른 학생들의 눈을 피해야 할 때는 "모두 교실 밖으로 나가 있어라"고 한 뒤 최군을 폭행했다는 것이다.

    김군은 2011년 부모가 이혼한 뒤 혼자 집에 있으면서 숨진 최군과 가깝게 지냈다고 했다. 최군 집에도 자주 가 잠도 자고 밥도 먹었다. 보름 동안 같이 지낸 적도 있다. 그러나 김군 역시 숨진 최군의 유서에는 가해 학생으로 지목돼 있었다. 특히 김군에게는 금품 갈취를 당했다고 강조돼 있었다. 이에 대해 김군은 "○○이네에서 자고 같이 학교 갈 때 ○○이 어머니께서 용돈 2000원씩을 주셨는데, 이걸 제 위주로 쓰다 보니 ○○이가 싫었던 것 같다"며 "한 번은 ○○이와 함께 어머니 지갑에서 몰래 돈을 훔쳤다가 들켜 혼이 난 적도 있다"고 말했다.

    12일 오후 경북 경산시의 한 중학교에 설치된 CCTV가 교정 구석을 비추고 있다. 이 학교에 다니다 올해 고등학교에 진학한 최모(15)군은‘CCTV가 학교 폭력을 막아주지 못한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11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남강호 기자
    김군이 밝힌 대로라면, 최군은 늘 CCTV가 비추지 않는 교실, 화장실, 부모가 없는 친구집 등에서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숨진 최군은 유서에 "교실과 화장실 등 CCTV가 없거나, 있어도 화질이 안 좋은 CCTV가 있는 사각지대에서 주로 맞는다. 이렇게 해서는 100% 학교 폭력을 없앨 수 없다"고 썼다.

    12일 최군이 졸업한 경산시 모 중학교를 확인한 결과, 이곳엔 모두 19대의 CCTV가 설치돼 있었다. 건물 내부 2·3·4층엔 복도를 비추는 6대가 있었지만 녹화가 되지 않는 장비였다. 교실 안과 화장실 안은 사각지대였다. 나머지 외곽에 설치된 13대(회전식 2대 포함)는 운동장과 건물 뒤편 등을 비추고 있지만, 이조차 곳곳에 비추지 않는 사각지대가 있었다. 이정희 교감은 "화질은 형태 구분이 충분할 정도이고, 작년엔 교내 도난 사고가 있어 CCTV로 범인을 잡은 적도 있다"며 "학교엔 스쿨 폴리스 2명이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정문과 실내 복도 등을 다니며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군이 연필로 쓴 유서를 경찰이 타이핑한 것.
    최군이 상습적으로 학교폭력에 시달린 이 학교는 작년 2월 이주호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교육 현장과 소통한다며 '필(必)·통(通)·톡(Talk)' 프로그램을 만들어 전국 처음으로 방문했던 곳이다.

    숨진 최군은 자살 당일 오전 6시 21분 학교에 간다며 집을 나간 뒤 학교를 가지 않고 배회하다가 오후 6시 40분쯤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13층인 집을 지나쳐 계단으로 23층까지 걸어서 올라갔고, 1시간쯤 뒤 꼭대기 창문에 화분 2개를 포개놓고 올라서서 몸을 던졌다. 최군 아버지(50)는 "고교 입학 후 바지가 찢겨 오는 등 이상한 점이 있었지만 늘 말없이 참는 착한 아이였다. 미리 알지 못해 너무 가슴 아프다"며 울먹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