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9명, 당뇨병성 신경병증인지 몰라
고경수 인제대 상계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팀은 전국 40개 종합병원에서 4000여명의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모노필라멘트 검사(발에 10g 정도의 압력을 줘 신경 감각이 정상인지 알아보는 검사)와 설문 조사를 시행해 당뇨병성 신경병증 발병 여부와 증상 등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당뇨병 환자 3명 중 1명(33%)이 당뇨병성 신경병증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 중 당뇨병성 신경병증이 자신에게 생겼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12%에 불과했다.
- ▲ 당뇨병성 신경병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10g의 압력을 발 주위 피부에 가하는 모노필라멘트 검사를 하고 있다. /상계백병원 제공
고경수 교수는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발끝이 가볍게 저리는 증상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환자 대부분이 간과한다"고 말했다.
◆신경병증 3년 지나면 '당뇨발' 위험 14배 높여
이번 연구 결과 당뇨병성 신경병증 환자 10명 중 2명(21%)은 당뇨병이 발병한 지 5년 이내에, 2명 중 1명(46%)은 10년 이내에 당뇨병성 신경병증이 나타났다. 증상은 '발 또는 다리가 저림'이 65%로 가장 많았다. 두 번째는 '발 또는 다리가 찌르는 느낌'(46%·복수 응답)이었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보통 발가락 등 심장에서 먼 곳부터 통증이 생긴다. 통증은 해당 부위의 신경이 손상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며 증상은 저리거나 따끔거림, 화끈거리는 느낌, 찌릿찌릿한 느낌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고경수 교수는 "당뇨병성 신경병증이 진행되면 점차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되거나 반대로 감각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며 "신경병증이 생긴 지 3년이 넘으면 발에 상처를 입어서 궤양이 생기거나 썩어 들어가는 당뇨발(당뇨병성 족부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14배 이상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뇨병성 신경병증을 초기에 발견해 관리하면 당뇨발로 이어지지 않도록 막을 수 있고, 통증이 심해져도 약물로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 부선희 북부노인병원 신경과장은 "당뇨병성 신경병증을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혈당을 정상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므로 평소 혈당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