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당뇨병 합병증의 위협을 더 많이 받는 '뚱뚱한 당뇨병 환자'가 늘고 있다. 아주대병원 조사 결과 체질량지수(BMI) 25 이상인 당뇨병 환자의 비만율은 42.5%로 나타났다. 목지오 부천순천향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1990년대까지 당뇨병 환자 중 비만인 사람은 30%에 미치지 못했다"며 "그런데 2000년대 이후 당뇨병 환자의 비만이 늘면서 최근에는 당뇨병과 비만을 동시에 가진 환자를 지칭하는 '비만형 당뇨병(Diabesty)'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도입됐다"고 말했다.
김성래 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당뇨병 환자가 체중까지 과다하면 심근경색 뇌졸중 등 치명적인 합병증 발병 위험이 훨씬 크다"며 "당뇨병 환자는 혈당 관리만큼 비만 예방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 ▲ 비만인 당뇨병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당뇨병 환자는 비만이 겹치면 심뇌혈관 등의 부작용 위험이 훨씬 커지므로, 평소에 살이 찌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대한당뇨병학회가 올해 수도권 병원 4곳에서 치료받은 당뇨병 환자를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의 51%가 당뇨병에 걸린 뒤 체중이 늘었으며, 체중이 증가한 사람 중 65%는 3㎏이상 늘었다. 당뇨병 환자가 체중이 증가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당뇨병 약인 설폰요소제 때문이다. 목지오 교수는 "당뇨병 환자의 70~80% 정도는 설폰요소제를 쓰는데, 이 약은 식욕을 증가시켜 비만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뇨병학회 조사 결과 설폰요소제의 체중 증가 부작용을 아는 환자는 36%에 불과했다. 목지오 교수는 "체중 증가 부작용보다 혈당 조절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상당수 의사는 설폰요소제가 비만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환자에게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고 처방한다"고 말했다.
◆당뇨병 환자는 일단 살 찌면 빼기 어려워
비만 상태인 당뇨병 환자에게 예전에는 식욕억제제 등의 비만 치료제를 처방해 체중을 줄이도록 하는 처방도 했다. 그러나 올 10월 대표적인 식욕억제제인 시부트라민 제제(리덕틸 등)의 판매가 금지돼 이 방법은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 김성래 교수는 "당뇨병 환자 중 식사요법이나 운동요법 만으로 체중을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은 15% 정도 뿐이며, 그나마 빠진 체중을 6개월 이상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혈당조절과 식욕억제 동시에 해 주는 약 나와
최근 체중 조절 효과를 겸비한 당뇨병 치료제가 출시됐다. 소장에서 나오는 인크레틴 호르몬(GLP-1)과 유사한 성분을 투여하는 주사제이다. 음식을 먹으면 췌장에서 인슐린이 더 나오도록 하는 동시에 소장의 운동능력을 떨어뜨려 음식물을 서서히 흡수하도록 함으로써 포만감을 오래 느끼게 해준다. 뇌에서 식욕을 억제하는 기능도 한다. 환자가 스스로 하루 2회 3개월간 주사하면 5㎏정도 체중이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당뇨병 환자 중 BMI 30 이상인 고도 비만이거나 심한 저혈당 등의 이유로 인슐린 주사를 맞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건강보험이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