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漢詩

님을 기다리며/능운(凌雲),待郎君

淸潭 2010. 10. 27. 10:34

출처;음악정원

글쓴이;사맛디

한시의 산책




      - 님을 기다리며
      - 능운(凌雲),待郎君 郎云月出來 月出郎不來 낭운월출래 월출낭불래 想應君在處 山高月上遲 상응군재처 산고월상지 달 뜨면 오마든 님 달 떠도 아니 오시네 우리 님 계신 곳은 첩첩이 산이 높아 저 하늘 뜨는 달조차 더딘가 보다 이 詩를 읽고 또 읽고.. 다시 읽다보면 님을 기다리는 여인의 애틋한 마음을 눈으로 보는 듯하여 가슴이 아려온다. 올까올까하여 기다려도 아니온다. "달 뜨면 오마"던 언약을 철석같이 믿고, `술 익자 꽃이 피자 달이 뜨자 님이 온다`는 옛 가락의 신나는 장면을 마음 사이 그리면서, 온몸에 달빛을 띠고 달과 함께 찾아올 님을 기다리기 일각 여삼추(一刻如三秋).. 그러나, 님은 소식 없고, 달만 혼자 온 지도 이미 중천(中天)이다. 초조와 의구(疑懼)와 허탈(虛脫)의 나머지, 야속하다 못해 배신감마저 드는 착잡한 심정에서 간신히 지성을 회복한다. 그녀는 짐짓 마음을 눙친다. 그곳이 산이 높아 달 뜨기 더딘가 보다.. 이 얼마나 천외(天外)의 구원인가? 약속 지키지 않은 탓을 전적으로 산에다 전가함은, 혹이나 있었을 불가피한 사정을 감안한, 님에 대한 최대한의 이해요, 관용(寬容)인 동시에 착잡한 심사의 가엾은 자위(自慰)이기도 하다. 이는 또, 님의 애정과 신의에 하마터면 눈트려는 의혹의 싹을 스스로 뭉개어 없애려는 모진 자제(自制)이며, 혹은 늦게나마 홀연 나타날지도 모를, 일말의 바램에서이며, 또한 그럴 경우, 능글맞게도 늘어놓을 지 모를 구구한 변명을 봉쇄하는 선수(先手)치기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한편, 이 기발한 역설(逆說)은, 직설적인 나무람이 아닌 고차원(高次元)의 빗댐이요, 비꼼이요, 빈정거림이기도 하다. 이 오언 일구(五言一句)에 내포된 다중적(多重的)인 함축의 허허 실실(虛虛實實)은 음미할수록 그 맛이 무궁무진하다. 누가 이를, 한갓 어쭙잖은 유녀(遊女)의 사랑 타령이라 하여 일소에 부치고 말 것인가? `月出` 시각에 만남의 약속도 그렇다. 그 약속에는 달같이 번듯한 미더움이 있고, 달빛같이 황홀한 설레임이 있다. 밤길 걷는 낭군을 동반해 와서, 만남의 현장에 입회(立會)할, 그 `달`의 공증성(公證性)에 의하여, 그 만남은 밀회(密會)도 사련(邪戀)도 아닌 정당성과 변절할 수 없는 신뢰성 영원성마저 부여받게 되리라는 함축의, 그 너울너울한 멋을 보게 한다. 그리고 또 그보다 더 멋스러운 그녀의 여유를 보라. 그 대범하고도 천연덕스러우면서 능소 능대(能小能大)한 그녀의 여유는, 팔폭 치맛자락만큼이나 너그럽고 넉넉하여 향기로운 풍운이 감도는 듯도 하다. 그리고 또한 이 시의 짜임새를 보자. `月 出 來`를 교호로 반복하여, 전편은 전편대로, 우리 나라 전래의 수사법인 삼반복법(三反複法)으로 가락이 잡힌, 정연한 해조(諧調)의 형식미(形式美)마저 갖추고 있다. 이를 감히 우리 나라 향렴시(香奩詩)의 백미(白眉)라 한다면 실없다 할 것인가? * 능운(凌雲): 조선조 후기의 기녀(妓女). 기타 미상(未詳). * 향렴시(香奩詩): 이별, 그리움, 기다림, 연정 따위 정한(情恨)을 주제로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