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漢詩

앞못에 든 고기들아 / 궁녀(宮女)

淸潭 2010. 8. 24. 10:24

출처;음악정원

글쓴이;사맛디

 

시조의 향기










      - 앞못에 든 고기들아
      - 앞못에 든 고기들아 뉘라서 너를 몰아다가 넣거늘 든다 북해 청소(北海淸沼)를 어디 두고 이곳에 와 든다 들고도 못 나는 정은 네오내오 다르랴 궁녀의 신세타령이 처량하다. '앞못에 든 고기들' 그 좁은 세계에서 복작거리는 물고기에다 궁녀의 신세를 비유하였다. 적절한 비유라 하겠다. 궁녀란, 말할 것도 없이 구중심처 깊은 대궐 안에 갇혀서, 세상 형편을 모르고 기계처럼 살아가던 대궐의 나인(內人)을 말한다. 물론 결혼도 못하고 한평생을 늙어야 하고, 하늘의 별따기보다도 힘든 상감과의 만남을 유일한 희망으로 가냘픈 삶을 살아야 하는 가련한 여인들이다. 운이 좋아서 상감의 총애를 받게만 되면, 후궁이 되어 권세를 누려 볼 수도 있지만, 그야말로 100년 하청(河淸)을 기다려야 하는 기적을 믿고 사는 여인들이다. "북해 청소(北海淸沼)를 어디 두고" 이 못에 들어왔느냐는 것이다. 인간 세상, 아무리 살기가 힘든 당시였지만, 그래도 거기에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가 있다.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를 앞세우고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냐. "들고도 못 나는 정" 누구에게인지도 모르게 등을 밀려 들어온 이 못, 오죽이나 나가고 싶기도 하랴마는 그것도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 그 들고도(들어오고도) 못 나는(나가는) 심정이야 너나 나나 다를 것이 없다. 참으로 답답한 삶이다. 그 답답한 심정을.. 그래도 문학은 붓끝에 실어서 풀어주었는가 보다. 이러한 한(恨)이 모여서 '궁중 문학'이라는 것이 싹을 틔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