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일본판 NSC준비모임 참여 군사전문가 오가와 가즈히사 씨
“일본인 집단 건망증은 DNA적 결손”
개헌을 위한 첫걸음인 국민투표법 통과, 현행 헌법상 금지된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논의, 미국과의 군사일체화….
일본을 둘러싼 내외의 움직임에 대해 주변국의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일본의 안전보장 정책은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일본의 대표적인 군사분석가 오가와 가즈히사(小川和久·사진) 씨에게서 그 향방을 들어 봤다.
그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에서 안보 관련 자문역을 해왔고 지난해 11월 창설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일본판 국가안보회의(NSC)’ 준비 모임에 참석하는 10명의 전문가 중 1명이기도 하다.
―아베 총리가 미국에 가서 집단적 자위권 검토를 약속했다거나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규마 후미오(久間章生) 일본 방위상에게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요구했다는 소식들이 들려온다. 18일엔 이 문제를 논의할 총리 직속 ‘안전보장의 법적 기반 재구축에 관한 간담회’의 첫 모임도 열리는데….
“집단적 자위권은 이미 행사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가령 미국에 있어서 유일무이한 전략적 거점인 일본 열도를 자위대가 지키고 주일 미군기지를 일본 측 비용(연간 약 6000억 엔)으로 유지한다는 점 자체가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 아닌가.”
―왜 계속 논란이 벌어지나.
“지금까지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은 있지만 행사하지는 않는다’는 묘한 견해를 내세워 왔다. 그러면서 일본 내 미군기지를 두고 첨단무기를 도입하는 부분 등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다른 한편에서 미국이 공격받았을 때 일본이 돕지 못하는 것은 ‘떳떳하지 못한 일’이라는 비생산적 논의만 반복돼 왔다.”
―일본은 미국과 함께 미사일방어(MD) 시스템 정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 같은 일본의 움직임에 대해 한국은 강한 경계심을 느낀다.
“일본인이 지닌 두 가지 문제점 때문이다. 우선 일본인에겐 제대로 설명하는 능력이 없다. 또 하나는 일본에서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기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대로 된 국민적 토론과 감시 견제가 이뤄지면 주변 국가들이 걱정하는 방향으론 갈 수가 없다.”
이런 그는 개헌이 필요하다는 쪽이다. 실질적인 군대인 자위대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군대를 갖지 않는다고 규정한 현행 헌법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것. 그렇다고 평화헌법을 포기하자는 게 아니다. 오히려 헌법에 ‘일본은 침략전쟁을 하지 않는다’고 확실하게 써 주는 게 일본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자위대의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 세계 2위라는 평도 있다.
“자위대는 세 가지 능력만이 돌출해 있다. 해상자위대의 대잠수함 전투 능력은 세계 2위다. 항공자위대의 항공 전투 능력도 세계 3, 4위다. 해저 기뢰를 제거하는 능력도 높다. 그 밖에는 보통이거나 능력 자체가 결여돼 있다.”
―개헌 등의 과정을 거치면 달라지는 것 아닌가.
“이론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에선 불가능하다. 자위대가 자립하려면 미국과의 동맹을 깨야 하는데, 그러면 방위비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핵 개발을 하려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로 원자력 발전에도 심각한 차질이 생긴다. 결국 일본이 ‘자립’을 택하려면 북한처럼 생활 수준을 지금의 절반 이하로 떨어뜨려야 한다. 이를 받아들일 일본인은 없다.”
―아미티지 보고서도 그렇고, 미국의 ‘일본 중시’는 대단하다.
“미국의 세계 전략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전략적 중요성과 관련이 깊다. 태평양의 서쪽과 인도양의 전역을 커버하는 미군의 제7함대나 해병대가 일본을 거점으로 하고 있다. 일본이 없으면 미군은 지구의 절반에서 움직이지 못한다는 뜻이다. 또 미국이 동맹국에 필요로 하는 공업력과 기술, 자금력의 세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나라는 일본밖에 없다. 미일동맹에는 양국의 사활이 걸려 있는 것이다.”
인터뷰 도중 그는 군위안부 얘기를 꺼냈다. 그는 이 문제가 불거진 초기에 아베 총리에게 두 차례 메모를 보냈다고 한다.
“제대로 사죄해 이 문제를 정리하라고 했다. 피해자에게는 일본이 민족과 국가 차원에서 명예롭게 심신의 보상을 받게 해줘야 하며, 그래야 납치 문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총리가 4월 말 미국에 가기 전에 기자회견을 했어야 했다. 일본인들의 설명 능력 부족과 집단 건망증은 유전자(DNA)적 결손인 것 같다.”
:오가와 가즈히사:
1945년 일본 구마모토(熊本) 출생. 육상자위대생도교육대 항공학교 수료. 도시샤(同志社)대 신학부 중퇴. 신문기자 등을 거쳐 1984년부터 군사분석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일본의 전쟁력’, ‘일본의 전쟁력 vs 북한 중국’ 등이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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