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항상 친절하라
우정을 다하고 착한 일 하라.
그러면 기쁨이 넘쳐
괴로움을 말끔히 없애게 되리라.
- 『법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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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호신 화백, 수화자문=조계사 원심회 김장경 회장 |
위의 게송은 지난주에 다루었던 게송과 이어져 있다. 출가한 900명의 도둑을 가르치신 부처님의 마지막 게송이다. 과거의 습관에 기인하는 악한 행위는 서로 연결고리를 갖고 이어지는 쇠사슬과 같다. 선사의 가르침에 일도양단(一刀兩斷)하라는 말씀이 있다. 한 칼을 뽑아들고 바로 내리쳐서 두 동강을 내라는 말씀이다.
악한 습관을 끊어 버리기 위해서는 한 칼로 두 동강을 내는 방법이 가장 현명하다. 우리는 나쁜 습관을 끊어버리지 못하고 이어가고 있는데, 진심으로 뉘우치고 참회하는 마음을 가지면, 그 순간에 악의 습관은 끊어져 버리게 된다. 어둠을 밝히는 것은 한 순간의 불빛이고, 친구와의 우정을 돈독히 하기 위해서는 진심어린 믿음이 제일이다. 현재를 기점으로 하여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덜어준 붓다
불법(佛法)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일상생활 속에 모든 선한 덕목이 그대로 불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항상 남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도둑들이 홀연히 수행자의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들에게 가장 적절한 가르침은 남을 괴롭혔던 공포심을 떨쳐버리게 하는 내용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가 낯선 곳에 갔을 때, 친절한 안내자를 만나면 두려운 마음은 일순간에 사라지고 편안한 안도감을 갖게 된다. 이제 부처님께서는 과거의 도둑무리에게 친절과 우정의 법문을 설하고 계시는 의미를 깨닫게 된다.
부처님은 아난존자에게 함께 수행하는 벗의 존재는 수행을 완성해 가는 데에 전부를 차지하는 소중한 존재라고 깨우치신 일화가 있다. 『숫타니파타』 255번 게송에서는 “우정이 끊어질까 염려하여 듣기 좋은 말만하면서도 친구의 결점만을 보는 사람은 진실한 친구가 아니다. 아기가 엄마의 품에 안기듯이 그 사람을 의지하고 다른 사람 때문에 서로의 사이가 멀어지지 않는 사람이 참다운 친구다.”라는 글귀가 있다.
우정은 솔직해야 하고 언제나 의지처가 되어주어야 하며 어떠한 이유에서도 친구를 향한 마음이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우정이라는 가르침이다. 나쁜 친구끼리 모여서 도둑질을 일삼던 무리들이 부처님의 교화를 받고 우정 어린 착한 무리로 변하여 가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달이 구름 사이로 밝은 빛을 내비치듯이 이제 서로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모든 과거의 그늘을 벗어나서 가장 안락하고 기쁨이 넘치는 일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러한 기쁨과 안락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앙굿따라니까야』에 다음과 같은 말씀이 있다. “누구든지 아침 동안 생각과 말과 행동을 바르게 실천하면 행복한 아침이 찾아온다.
누구든지 낮 동안 생각과 말과 행동을 바르게 실천하면 행복한 낮이 찾아온다. 누구든지 저녁 동안 생각과 말과 행동을 바르게 실천하면 행복한 저녁이 찾아온다.” 부처님 가르침은 매순간의 언행이 올바르면 매순간의 행복이 이어진다는 말씀인 것이다. 동쪽으로 흐르는 물줄기를 도랑을 파서 서쪽으로 흐르게 하면 물은 서쪽을 향하여 흘러 갈 것이다.
수행자는 의지처 될 조언 해줘야
과거의 악행을 그대로 이어간다면 만나는 모든 인연이 두려움과 불안으로 매순간 마주치게 된다. 그러나 물줄기의 방향을 돌리듯이 악행을 선행으로 바꾸어 버린다면 그곳에는 이미 공포는 사라지고 다함없는 행복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것을 가장 확실한 진리의 길에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하며, 더 나아가서는 세상을 움직이는 불가사의한 마음의 힘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마음으로 아무리 다지더라도 하루아침에 고쳐지지 않는 부분도 있다. 『능엄경』에 ‘이치로서는 옳고 그른 것을 한 순간에 깨달을 수 있지만, 현상에 부딪히면 쉽게 고쳐지는 것이 아니니, 서두르지 말고 점차로 악한 습관을 제거해 가라(理則頓悟 事非頓除 因次第盡)’라는 가르침이 있다. 도둑의 무리가 자신의 행위를 뉘우치고 출가를 결심한 것은 초발심을 일으킨 것이다. 초발심의 거룩한 마음을 지속시켜가는 것은 그 다음에 이어지는 참신한 일상의 수행에 있다.
『화엄경』 「명법품(明法品)」에는 정진혜보살이 법혜보살에게, 보살이 초발심을 성취한 다음에는 어떻게 수행해야 모든 부처님을 기쁘게 해드릴 수 있는가를 질문한다. 법혜보살은 이 질문에 대하여 열 가지 단위로 100법을 가르쳐 주면서 이것을 실천하면 모든 부처님께서 기뻐하실 것이라는 대답이 곧 「명법품」의 내용이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열 가지 법은 ‘게으르지 않는 법(不放逸法)’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보살이 초발심을 일으킨 다음에 다시 뒤로 물러가지 않기 위해서는 게으름을 떨쳐버리는 열 가지 불방일법의 실천이 중요한 과제다. 첫째는 5계, 8관재계 등 부처님이 정하신 계법(戒法)을 잘 지키는 생활을 해나가는 것이라고 한다. 요즈음 모두가 목청 높여서 부르짖는 생명존중과 환경보호, 평화공존이 다 불자의 5계속에 담겨져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따라서 계율을 지켜서 착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하는 것이 게으르지 않고 정진하는 보살의 기본자세이다. 「명법품」에는 이어서 어리석음을 떨쳐버리는 일, 마음의 근본 바탕을 올곧게 가지는 일, 일체 착한 행위를 다 몸소 실천하는 일 등이 게으르지 않는 보살의 수행도로서 펼쳐지고 있다.
본각 스님(중앙승가대 교수)
1022호 [2009년 11월 09일 1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