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 술값과 바꾼 판결…‘청탁’ 피고인에 집유 선고

외상 술값과 바꾼 판결…‘청탁’ 피고인에 집유 선고

경향신문 | 기사입력 2008.02.14 18:27

ㆍ前 부장판사 구속 기소

수뢰혐의로 구속된 인천지법 손모 전 부장판사(47)가 판사시절 자신이 맡은 사건의 피고인을 집행유예로 풀어주고 외상 술값을 대신 갚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손전부장판사는 2001년 평소 친분이 있던 나모씨를 통해 아파트 시행사업을 하고 있는 윤모씨를 알게 됐다. 윤씨는 손전부장판사와 안면을 트게 되자 자신과 주변 인물들이 연루된 재판 관련 민원을 부탁했다.

윤씨는 2003년 11월 지인의 동생인 박모씨가 구속되자 손전부장판사를 찾았다. 그는 "박씨가 공문서 위조 등 혐의로 구속됐는데 판사님에게 사건이 배당됐다"면서 "아는 동생인데 빨리 석방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손전부장판사는 청탁 대가로 외상 술값을 대신 갚아줄 것을 요구했다. 윤씨는 박씨측으로부터 돈을 받아 손전부장판사가 말한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룸살롱의 마담에게 800만원을 송금했다. 송금이 이뤄지자 손전부장판사는 박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석방했다.

손전부장판사는 또 2003년 2월 윤씨로부터 "나모씨로부터 받을 돈이 십수억원이 있는데 현재 구속돼 있어 돈 받기가 어렵다. 담당 재판부에 부탁해 빨리 석방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5000만원을 챙겼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이명재 부장검사)는 14일 손씨를 뇌물수수및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혐의로 기소했다.

〈 조현철기자 cho1972@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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