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겨온글>
감동이 있는 우동 한 그릇...
우리민족 최대의 명절인 ‘팔월 한가위’... 추석(秋夕)연휴를 뜻 깊게 잘 보내시길 바라며... 멀리 떨어져 있던 가족들과 친지들, 가까운 이웃들과 오랜만에 만나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 정성어린 선물을 주고받으면서 새삼 훈훈한 정(情)과 유대감을 느끼는게 추석의 의미입니다
또하나, ‘더도 덜도 말고 바로 오늘만 같아라!’하는 말처럼 일상에서 무리한 욕심을 버리고 각자가 그저 순리(順理)대로 주어진 현실에 최선(最善)을 다하는 삶의 자세가 중요하겠지요 그리하면 자칫 삭막해지기 쉬운 일상이 훈훈한 인간애가 가득한 살맛나는 세상이 될겝니다.
감동(感動)이 가득한 단편소설 하나 소개합니다. 제목은 ‘우동 한 그릇.[작가; 구리 료헤이]’ 평범한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과에 각자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가득담긴 일본소설입니다. 참고로 일본 최북단에 위치한 북해도(北海島)는 아름다운 자연과 풍부한 자원을 자랑하는데 흔히 풍부한 해산물, 초콜렛 그리고 삿뽀로 맥주를 가리켜 북해도의 3대 명물이라 칭합니다 그런데 혹자는 조심스럽게 [단편]‘우동 한 그릇’을 추가해 북해도의 4대 명물이라고 하지요
1989년 2월, 일본 국회회기에서 여야간 정치공방으로 온갖 비방과 살벌한 욕설이 난무하자 한 의원이 발언권을 얻은 후 자리에서 일어나서 상의 품속에서 뭔가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의아한 그 행동에 멈칫한 사람들은 낭독이 계속되자 그것이 단편소설이란 사실을 알게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좌중의 곳곳에선 훌쩍이는 소리가 커지더니 끝내는 울음바다로 변해버렸다
삭막한 현실에서 [단편]‘우동 한 그릇’은 감격에 굶주린 현대인에게 감동연습을 시켜주었다. "울지않고 배겨낼 수 있나? 시험하기 위해서라도 한 번 읽어보라!" 일본 경제신문의 말처럼 이 작품이 출간되자마자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전 일본열도를 들끓게 했습니다
본의아니게 사족(蛇足)이 길었습니다!~ (이래서 늙으면 그저 갈 곳은 한군데라 하지요^*^) 물론 이미 읽어보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다시한번 모든 분들게 감히 일독(一讀)을 권합니다! 세밀한 감정표현 때문에 긴 글이지만, 인내하시고 끝까지 읽어주시길 아울러 부탁드리며... 자! 그럼~
일본에선 매년 섣달 그믐날이 되면 전국각지를 막론하고 우동 집들은 일 년중 가장 바쁘다. 삿뽀로에 있는 ‘북해정’이란 상호의 우동집은 크지않은 규모이지만 우동맛이 좋기로 소문나 일년 내내 찾아오는 손님들로 북적이는데 이날 역시도 몰려드는 손님들로 정신없이 바빴다
밤 12시가 넘어서 마지막 손님을 내보낸 후 가게문을 닫으려고 하던 참에 출입문이 열리며 두 명의 사내아이를 데리고 한 여자가 들어오는데, 허름한 옷차림의 여자는 엄마로 보였다. “저, 여기 우동 한 그릇만 시켜도 될까요?” 머뭇머뭇하면서 어렵사리 말을 꺼내는 여자에게 “그럼요! 여기 우동 한 그릇요!” 주문받은 주인여자는 주방에 있는 남편에게 들으라는 듯이 크게 외치자 주방에서 홀의 광경을 쭉 지켜보던 남편은 “예! 우동 한 그릇!” 크게 외치면서 일인분인 우동 한 덩어리에 반을 추가로 넣어서 손님이 눈치채지 못하게끔 삶아내어 내온다
“소문대로 우동이 참 맛있네요! 어머니가 먼저 드세요!” “아니다! 너희가 먼저 먹거라!”하며 우동 한 그릇을 앞에 놓은채 서로 먼저 먹기를 권하면서 양보하는 세 모자의 정경을 보면서 비록 우동 한 그릇이지만 무척 행복해하는 정겨운 모습에 주인 부부는 눈시울이 시큰해진다 이윽고 세 모자는 정겹게 우동 한 그릇을 맛있게 먹은 후 우동값 150엔을 지불하고 가면서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진심이 가득담긴 목소리로 깊이 인사하는 그들에게 “안녕히 가세요! 또 오시고, 새해에는 복 많이 받으세요~!” 주인부부도 크게 덕담을 외친다
해가 바뀌어 다시 신년을 맞이한 북해정은 바쁘게 한 해를 보내고 섣달 그믐날을 맞이한다. 늦은 시간에 가게문을 닫으려던 참에 두 아이를 데리고 허름한 옷차림의 여자가 들어서는데 주인여자는 그녀의 낡은 체크무늬 코트를 보고 일년 전 그믐날의 마지막 손님임을 알아본다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저... 죄송하지만, 오늘도 우동 한 그릇 주문해도 될까요?” 조심스럽게 말하는 그녀에게 “물론이지요~ 여기 2번 테이블에 우동 한 그릇 주문 있어요!” 주방 입구에 다가와 크게 외치는 소리에 상황을 파악한 남편이 목소리를 낮춰 속삭이는데 “서비스로 3인분을 내줍시다!” “안되요! 그러면 저들에게 오히려 부담을 주게되요!” 말하니 “예! 우동 한 그릇 곧 나갑니다!” 외치며 주인은 우동 한 덩어리에 반을 추가로 더 얹는다
한 그릇의 우동을 맛있게 나눠먹으며 나직히 대화하는 세 모자의 얘기를 주인부부가 듣는다 "음, 맛있어요" "올해도 북해정 우동을 먹게 되네요!" "내년에도 먹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식사 후 우동값 150엔을 지불하며 고맙고...잘 먹었다며 진심어린 인사를 하는 세 모자에게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또 오시고,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주인내외는 깊이 고개를 숙이며 하루내 수없이 되풀이했던 인사말이지만 세 모자에게 하는 목소리는 감동에 떨리는 듯 했다
해가바뀐 다음해의 섣달 그믐날 밤은 여느해 보다 더욱 장사가 번성하는 중에 맞이하였는데 밤 10시를 조금 넘기면서 주인여자는 안절부절하며 오늘따라 종업원들을 일찍 퇴근시킨 후 벽에 걸린 메뉴판을 떼어내 물가인상 때문에 200엔으로 오른 우동 값을 150엔으로 고치고 세 모자가 앉았던 2번 테이블에 ‘예약석’이란 팻말을 놓아두고 그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자 예상대로 손님들 발길이 끊어지고 문닫을 시간에 마침내 기다리던 세 모자가 문을 들어선다
“어서 오세요!” 큰 목소리로 반갑게 인사한 주인여자는 아이들이 많이 성장한 것을 느낀다 형은 의젓한 중학생 교복을 입고 동생은 작년에 형이 입었던 헐렁한 점퍼를 걸치고 있었고 엄마는 여전히 예전에 입었던 허름한 반코트차림이지만 이들의 분위기는 훨씬 밝아 보인다 주인여자는 그들을 2번 테이블로 안내하면서 슬그머니 ‘예약석’이란 팻말을 치마에 감춘다
“오늘은 우동 두 그릇 부탁해요!” 아이들 엄마가 여전히 머뭇거리면서 조심스럽게 주문하자 “녜! 여기 우동 두 그릇 주문입니다!” 주인여자가 주방 쪽에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외치니 “예! 우동 두 그릇이요!” 지켜보던 남편은 우동 두 덩어리에 한 덩어리를 더 얹어 삶아낸다
세 사람이 우동 두 그릇을 맛있게 나눠먹으며 정겹게 얘기하는 말을 주인부부는 귀기울인다 아이들 아빠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인사사고를 겹쳐 빛을 많이 졌지만 열심히 갚던 중에 큰 애가 신문배달하고 작은 애가 집안일을 도운 덕분에 오늘로서 빛을 완전히 갚았단 말... 작은 애가 학교에서 쓴 작문이 뽑혀 전국 콩클에 출품되어 형이 부모대신에 참관했던 일... 앞으로도 처지를 부끄러워하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 성공하자는 얘기...등을 들으며 주인 부부는 주방 안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그저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감동에 목이 메었다
우동 값 300엔을 지불하면서 연신 잘 먹었다며...고맙다는 말로 진심 가득한 표현을 하면서 작은 애가 쓴 작문내용이 북해정 우동맛도 좋지만 주인내외께서 베푸신 친절에 감동했다며 자신이 크면 반드시 우동집 주인이 되어 이 분들처럼 똑같이 베풀겠다는 말을 전해 들을 땐 목이막혀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아 한참만에 “안녕히 가세요! 새해에도 복 많이 받으세요!” 떨리는 목소리로 합창하듯 그들에게 답례하면서 진심으로 세 모자의 행복을 빌고 또 빌었다
다시 일 년이 지난 섣달 그믐날... 2번 테이블을 비워놓고 그들을 기다리지만 나타나지 않고 다음 해에도... 그 다음 해에도 섣달 그믐날이면 언제나 2번 테이블에 ‘예약석’ 팻말을 걸고 세 모자가 가게문을 열고 들어서는 모습을 떠올리면서 기다리는데 또역시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게 수 년이 속절없이 흘러가면서 북해정은 장사가 나날이 번창해 내부수리를 하였지만 홀 가운데의 세 모자가 앉았던 2번 테이블 만은 예전의 낡은 식탁과 의자를 그대로 놔뒀다
깔끔한 실내와 산뜻한 테이블의 중앙에 놓여진 낡은 식탁과 의자는 매우 부조화를 보이는데 이것을 의아해하는 손님들에게 주인내외는 세 모자의 우동 한 그릇에 담긴 얘기를 들려주며 이 자리를 볼 때마다 언제나 북해정을 찾는 손님들께 정성을 다하는 각오를 한다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언제고 세 모자가 다시 북해정을 찾아올 때면 반갑게 맞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얘기는 '행복의 테이블'이란 제목으로 이 사람 입에서... 저 사람 입으로 널리 전해졌는데 그 와중에 일부러 멀리서 북해정을 찾아와 우동 한 그릇을 먹고 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낡은 2번 테이블이 비워지길 기다려 주문하는 사람들도 있어 상당한 인기를 불러 일으켰다.
그렇게 또 수 년의 세월이 훌쩍 흘러가고... 북해정에도 여지없이 섣달 그믐날을 맞이하는데 그날만큼은 장사를 일찍 끝마치고 평소 가족처럼 지내는 주위상점들 사람들이 이 곳에 모여 송년회를 보내는 관례대로 좁은 실내는 많은 사람들이 앉거나 서있는 채 파티가 한창이었다 그러나 홀의 중앙에 2번 테이블만큼은 ‘예약석’이란 팻말을 걸어놓은 채 자리가 비어있으며 모인 사람들은 올해도 그 자리 장본인인 세 모자가 찾지 않을거란 막연한 생각을 하고있다
한창 서로 웃고 떠들며 이야기 꽃이 필 무렵... 닫힌 가게문이 드르륵 소리를 내며 열리더니 손에 코트를 걸쳐든 정장차림의 훤칠한 청년 두 사람이 들어서자 모두의 시선이 모아지는데 곧이어 주인여자가 그들 앞에 나타나 미안한 표정으로 “죄송하지만 오늘 영업은 끝났습...!” 말을 마치려는 찰나에 기모노를 단아하게 차려입은 여인이 들어오더니 두 청년사이에 선다 다시한번 사람들이 일제히 그들을 쳐다보자 여인은 머리숙여 인사한 후 정중히 입을 여는데 “저... 오늘은 우동 세 그릇을 시키려는데, 괜찮겠습니까?” 조심스럽게 부탁하는 표정으로...
예의를 갖춘 여자의 말에 순간적으로 ‘퍼뜩!’ 놀란 주인 여자의 두 눈은 있는 대로 커지면서 십수년을 찰라에 되돌아 간 당시 엄마와 어린 두 아들의 모습이 눈앞의 세 사람과 겹쳐진다 주방쪽에서 놀란 표정을 짓는 남편과 앞에 세 사람을 교대로 가리키면서 “저... 저! 여보!~” 막상 말머리를 꺼냈지만 몹시 당황스런 마음에 입안에서 맴도는 말을 꺼내지 못해 더듬는데 두 남자중 나이가 든 청년이 나서서 나직히 설명을 하자 모두의 표정에는 놀람이 역력하다
"우리는 14년전 섣달 그믐날 늦은 밤에 모자 셋이서 일인분의 우동을 주문했던 사람입니다. 그때의 한 그릇 우동에 용기를 얻어 세 사람이 손을 맞잡고 열심히 살아갈 수가 있었습니다 그 후...우리는 외가가 있는 시가현으로 이사했습니다. 저는 금년에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해 교토 대학병원에 소아과 의사로 있으며 내년부터 삿뽀로의 종합병원에서 근무하게 됬습니다 그래서 그 병원에 인사도 드리고 또한 아버님 묘에도 들를 겸해서 모친을 모시고 왔습니다.
그리고 제 동생은 어릴때 썼던 작문처럼 우동집 주인은 되지 않았지만 교토은행에 다닙니다 이번 여행을 앞두고 동생과 상의해, 지금까지 인생에서 최고의 사치스러운 것을 계획했지요 그것은 바로... 섣달 그믐날 어머님과 셋이서 삿뽀로의 북해정을 찾아와 3인분 우동을 먹는 것이었습니다! 주인 아주머님! 맛있는 우동 세 그릇... 부탁드립니다! 예전처럼 양은 더 안 주셔도 됩니다!"
청년의 말을 들으면서 연신 고개를 끄떡이던 주인내외의 눈에선 뜨거운 눈물이 줄줄 흐르고 가게에 모인 사람들도 감동으로 숙연한 나머지 홀 안에는 잠시동안 조용한 침묵이 흐르는데 “주인 아줌마! 뭐해요? 빨리 그 분들을 준비했던 예약석에 모시고 우동 주문을 받으세요!~” 그들 근처에 있던 사람이 벌떡 일어나 크게 외치니 그제야 주인 여자는 번뜩 정신을 차린다
“그럼요! 잘 오셨어요! 여보! 2번 테이블에 우동 세 그릇이요!” 주방쪽의 남편에게 외치면서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못한 채 허겁지겁 세 모자를 홀 중앙의 2번 테이블에 안내한다 “예! 우동 세 그릇 주문받았습니다!” 남편역시 크게 외치며 식어버린 화덕에 불을 지피는데 무뚝뚝한 얼굴 근육은 쉴새없이 떨리면서 눈시울이 뜨거운지 연신 소매자락을 들어 닦는다
감동어린 환성과 박수소리가 울려퍼지는 가게의 밖에는 조금전까지 흩날리던 눈발도 그치고 홀 안에서 새어나온 불빛이 도로에 쌓인 함박눈에 반사되어 비친 ‘북해정’이라 쓰인 깃발이 지나왔던 여느해와는 의미가 각별한 올해 섣달 그믐날...불어오는 밤바람에 힘차게 펄럭인다
여러분... 어떻습니까? 잘 읽으셨는지요? 작품을 회상하면서 글 쓰는 동안, 제 자신도 숙연해지며 새삼 삶의 옷깃을 여미게 됬습니다
어렸을 때 힘들었던 역경을 이겨내고 훗날 값진 성취를 이룬 세 모자의 삶도 인상적이지만 힘들었던 당시 따뜻한 배려를 잊지않고 다시찾아 은근한 감사를 드리는 장면이 감동입니다. 또한 무엇보다 주인부부의 따뜻한 배려와 오랜 세월 끝까지 세 모자를 기억하고 기다리면서 가게를 찾는 손님들에게 초심(初心)을 잃지않고 정성(精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진정한 배려(配慮)란 상대방이 눈치채지 못하게끔 자존심(自尊心)을 지켜주는 것이다!’ 여러분께 조심스레 결론(結論)을 말씀드리면서... 아울러 항상 건강(健康)과 행운(幸運) 또한 가득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感謝)합니다!~
‘How Can I Keep From Singing’ [En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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