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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철 감독 "마지막 1분은 언니들 몫"… 네티즌 감동

淸潭 2008. 8. 24. 11:26
임영철 감독 "마지막 1분은 언니들 몫"… 네티즌 감동
 
김우성 기자 raharu@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23일 베이징올림픽 여자핸드볼 동메달 결정전. 후반 1분을 남긴 무렵, 한국 벤치 쪽에서 작전타임을 요청했다. 시청자들은 의아해 했다. 경기스코어는 33-28로 거의 동메달이 확정적이었기 때문.

임 감독은 선수들을 불러 끝까지 화이팅을 지시했다. 그리고 “마지막 1분은 언니들 몫이다”라며 홍정호·오성옥·오영란 등 노장들의 이름을 하나씩 불러주며 선수교체를 시작했다. 마지막 올림픽이 될 이들을 배려한 작전타임이었던 것.


마침내 33-28로 경기가 끝났을 때 눈물을 흘린 건 선수들과 임 감독뿐이 아니었다. 네티즌들 역시 함께 눈물을 흘렸다.


ID ‘두점머리’씨는 “이번 올림픽 최고 감동의 순간은 역시 여자핸드볼”이라며 “스포츠 보면서 눈물이 고이는 건 처음입니다”고 소감을 밝혔다. ID ‘꿀벌일벌’씨는 “핸드볼이 아니라 슬픈 영화”라고 썼으며 ID ‘몽천’씨는 “진짜 마지막 1분은 영화네요. 대한민국 단체 구기 사상 최대의 감동 최강의 성적을 낸 아줌마들의 화려한 은퇴네요”라고 썼다.


ID ‘대롱이’씨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 당신들이 너무 자랑스럽습니다’는 글에서 “평균 나이 34.5세. 2004년 아테네 아쉬운 은메달. 국민들의 주목을 못 받아 생업을 위해 먼나라에서 핸드볼 선수로 뛰어야 하는 그런 힘든 종목”이라고 운을 뗀 뒤 “정말 고맙습니다. 대한민국 여자의 강인함과 정신력을 보여준 당신들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고 했다.


임 감독의 세심한 배려에 대한 칭찬도 이어졌다. ID ‘니칸’씨는 “우생순 영화내용이 정말 사실이군요”란 제목의 글에서 “영화 중에 문소리가 하는 말이 우리 감독님은 돌아가신 엄마 기일까지 챙겨주신다는 대사가 나오던데, 마지막 작전타임에 임영철 감독이 ‘마지막 1분은 언니들 몫이다’며 이름 하나하나 불러주는 걸 보니 영화 내용이 진짜 맞구나라는 생각이 드네요”라고 썼다.


또다른 네티즌은 “임영철 감독님, 덕장, 지장, 용장, 너무나 훌륭한 감독님이십니다”고 했다.


임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이미 결정난 경기에 타임아웃을 부르는 것은 페어플레이 정신에 어긋나는 게 맞다”며 “그러나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페어플레이를 지키는 편이다. 이미 결정난 경기에 타임아웃을 거는 것은 상대를 무시하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런 행동을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오늘은 이유가 있었다. 아줌마 선수들을 데리고 엄청난 훈련을 했는데 이들은 앞으로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다. 그래서 타임아웃을 불렀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올림픽을 마친 소감에 대해서는 "모든 대회가 끝나면 허무하다. 이것 하나 때문에 그렇게 혹독한 훈련을 시키고 혹독한 언어를 써가면서 했다. 끝나면 내가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이 들고 허무에 빠진다. 이제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또 “시드니대회에서도 메달을 못 따고 3-4위전에서 졌는데 이번 동메달은 금메달보다 더 하다. 열정과 혼을 담은 메달"이라고 덧붙였다.

▲ 사진=연합뉴스
입력 : 2008.08.23 16:38 / 수정 : 2008.08.23 1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