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8년, 찬란했던 백제불교문화의 정수를 일본 열도에 심기 위해 백제인 기술자들은 나라현에 일본 열도 최초의 사찰인 아스카지(飛鳥寺)를 조성합니다. 그로부터 5년 후인 593년, 부처님의 사리가 담긴 사리함을 불탑의 기둥 초석 안에 봉안하는 법회가 봉행됐을 당시 100여명의 일본인 귀족들은 모두가 백제 옷을 입고 기뻐했다고 합니다.”
새가 되어 자신들의 정신적 귀의처인 백제로 날아가고픈 간절함을 표현한 아스카지의 ‘비조’(飛鳥), 그 당시 백제를 향한 일본인들의 지극한 정성이 어느 정도였는가를 짐작케 한다. 그로부터 1400여년이란 긴 세월이 흘렀음에도 한일 두 나라의 백제도량인 덕숭총림 수덕사(주지 옹산)와 아스카지(주지 야마모토 호준)가 결연을 맺어 교류하는 모습은 부처님의 가르침인 연기(緣起)와 윤회를 일깨우는 법석으로 다가온다.
주지 옹산 스님을 중심으로 한 수덕사 방문단은 6월 27일부터 29일까지 아스카지를 예방, 주지 야마모토 호준 스님과 두 나라 불교의 가르침과 문화를 계승하기 위한 교류를 재개하기로 했다. 백제 불교에 뿌리를 두고 있는 두 도량의 불교문화와 학술, 교리, 신행 등 전방위적인 교류를 위해 해마다 교차 방문단을 꾸려 교환 방문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옹산 스님은 교류 재개와 관련, “백제 불교의 전법으로 건축된 아스카지와의 교류를 통해 우리 불교문화의 정통성과 우수성을 재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두 도량의 교류는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과 한국 두 나라의 문화적인 친밀감을 높이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수덕사와 아스카지는 덕숭총림 수좌 설정 스님이 수덕사 주지 소임을 맡고 있었던 1986년, 백제 불교의 문화와 맥을 잇고 있는 한일 두 나라의 대표 도량 자격으로 결연을 맺었었다. 이후 두 사찰은 불상과 불경, 불교문화 및 건축 등을 일본에 전해 주었던 백제의 전법을 그대로 재현해 왔다. 1996년 11월 13일 아스카지에서 자매결연 10주년을 기념하는 법석이 두 사찰의 주지 스님과 불자 등 200여명이 동참한 가운데 봉행됐으며 수덕사는 한일 두 나라 불교의 우호와 친선을 강조하는 의미를 담아 정림사지 5층탑 양식의 불탑을 기증, 이날 낙성식을 갖기도 했다. 아스카지 역시 이듬해인 1997년 착공한 수덕사 근역성보관 불사에 보시의 손길을 보내 화답했다. 일본인 불자들은 수덕사의 탑 기증과 함께 불교를 전해 준 백제에 대한 선조들의 존경심과 고마움을 담아 10억원이란 거액을 불사금으로 쾌척했다.
이후 이렇다 할 교류가 없었으나 수덕사의 대웅전 건축 700주년인 올 들어 교류의 필요성을 역설해 온 옹산 스님과 대중들의 노력이 이어지면서 교류 재개라는 성과를 일구어 낸 것이다. 수덕사는 국보 49호인 대웅전 건축 700주년의 해를 맞아 오는 10월 18일 수덕사의 역사적 정체성 및 대웅전을 조명하는 한중일 학술 세미나와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아스카지 스님들도 이 행사에 동참, 그 옛날 백제와 자신들의 선조들이 그러했듯이 두 도량의 교류와 우의를 재현한다. 041)337-6565
남배현 기자 nba7108@beopbo.com
957호 [2008-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