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숭총림 수덕사의 제방에서 안거 중인 수좌 스님 200여명이 가야사터(남원군묘)와 보원사터를 잇는 ‘백제의 미소길’을 다시 걷는다.
수좌 스님들이 하안거 반결제일인 7월 1일 오전 9시 가야산에서 두 번째로 ‘내포 가야산 백제의 미소길 걷기’에 나서는 이유는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는 가야산 관통도로를 저지하고 백제의 미소길 조성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스님들이 걷게 될 ‘백제의 미소길’은 충청남도가 당초 가야산에 건설하려 했던 폭 9m의 차량 통행용 도로를 ‘사람이 걷는 생명의 길로 만들자’며 가야산지키기시민연대가 이름을 지어 제안해 채택됐었다. 그러나 충청남도는 최근 들어 이 길을 차량 통행용 도로로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걷기에 나서는 수좌 스님들은 수덕사(주지 옹산)와 정혜사, 견성암, 향천사, 개심사, 보덕사 선원 등 덕숭총림의 제방에서 하안거 중인 대중들로,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일고 있는 가야산 관통도로 강행 움직임에 맞서기 위해 대중공사를 거쳐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안거 반결제일에 산행에 나서기로 결의한 것이다. 반결제는 90일 안거 기간 중 절반이 되는 날로, 수좌 스님들은 이날 가볍게 몸을 풀기 위해 산행을 하거나 삭발, 목욕을 하기도 한다.
가야산지키기시민연대가 주최하고 수덕사가 주관하는 백제의 미소길 걷기에는 수덕사 수좌 설정, 유나 우송, 주지 옹산 스님 등 총림의 어른 스님들도 동참, 대중들을 격려한다. 대중들은 가야사 터와 보원사 터를 잇는 백제의 미소길 걷기에 앞서 오전 9시부터 가야사 터에서 관통도 건설 중단을 위한 다짐의 시간을 가진 뒤 가야산 뭇 생명을 위한 묵념의 시간도 갖는다. 또 관통도로의 백지화를 촉구하고 백제 미소의 길 조성을 촉구하는 결의문도 채택, 발표한다. 재가 불자 및 지역 주민 50여명도 수좌 스님들의 뒤를 따르며 가야산의 소중함을 오감으로 체험한다. 가야산지키기시민연대 집행위원장 정범 스님은 “그 동안 내포 개발을 주관해 온 충청남도와 대화를 통해 관통도로에 관한 문제에 대해 상당 부분 합의점을 찾았으나 이명박 정권이 출범하면서 가야산 관통도로는 원안대로 강행되고 있다”며 “수좌 스님들의 가야산 걷기는 이에 대한 항의의 뜻을 상징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강조했다.
수덕사 수좌 스님들과 가야산지키기시민연대, 지역 주민 및 불자들의 쉼 없는 정진으로 가야산 지킴이 운동은 그 동안 상당한 성과를 일구어 냈다. 가야산을 마치 고슴도치처럼 보이게 하고 있는 대형 송전철탑은 가야산지키기시민연대와 한국전력이 5년간 합동으로 전력 수요에 대한 조사를 벌인 뒤 철탑을 제거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데 동의한 상태이며 골프장 문제의 경우 백지화하기로 합의했다.
수좌 스님들이 걷는 이 길은 당나라와 백제의 불교문화가 공존하는 소통의 길이었으며 당나라로 구법을 떠나는 백제와 신라 수행자들의 구도의 길이었다. 수좌 스님들은 수행의 한 방법인 걷기를 통해 ‘가야산 백제의 미소길’은 과거는 물론 현재에도, 미래에도 인간이 함께해야 할 자연의 일부분이라는 점을 알리고 관통도로 건설로 인한 문화재 훼손과 자연 파괴의 심각성을 경고한다.
가야산 보원사 www.bowonsa.or.kr
041)663-7743
남배현 기자 nba7108@beopbo.com
955호 [2008-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