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요리,저런얘기] 배중탕
시어머니의 뜨끈한 며느리 사랑
굳게 다문 입과 웃음기 없는 눈. 시어머니의 첫인상은 ‘무뚝뚝함에 말 한마디 건네기도 어려운 분’이었다. 조용히 과일만 깎고 계셔도 두렵기까지 했을 정도다. 그 때문일까. 결혼 후에도 줄곧 시어머니가 어려웠다. 일주일에 한 번만이라도 좋다는 남편의 안부 전화 부탁이 쉬울 리 없었던 것이다. 남인 양 어색하고 서먹한 고부지간은 그 간격을 좁히지 못한 채로 겨울을 맞았다. 독감이 유행했던 그해 겨울, 평소 감기를 달고 살던 나는 그해 역시 그냥 넘기지 못했다. 임신 초기에 몸도 힘든 데다 입덧까지 심해 몸이 엉망인 상황. 고열까지 겹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래도 배 안의 아이를 걱정하며 약도 못 먹고 몇날 며칠을 앓기만 했다. 남들은 일주일이면 툭툭 털고 일어났지만 일주일, 이주일이 지나도 감기는 낫지 않았다. 그때 시어머니가 연락도 없이 찾아오셨다. 시어머니 손엔 묵직해 보이는 비닐봉지가 하나 들려 있었다. “아프다는 말을 듣고 약도 못 먹을 텐데 오죽 고생이 심할까 싶었다. 겨울이라 그런지 크고 좋은 배를 찾기 힘들더라.” 당신이 꺼내신 건 다름 아닌 배중탕. 마른입에 뜨끈하고 달큰한 배즙이 들어가니 온몸이 따뜻해졌다. 고마움과 서러움에 눈물이 났다. 놀라신 시어머니가 ‘얼마나 힘들었느냐’며 한참동안 나를 토닥이고 달래 주셨던 기억이 난다. 결혼한 지 5년이 지난 지금도 시어머니가 어렵긴 매한가지다. 그러나 이젠 속 깊은 ‘외강내유’의 사랑법을 알기 때문에 더 이상 속앓이는 하지 않는다. 오늘 저녁엔 시어머니께 안부전화 한 통 드려야겠다. 유선미(32·서울 마포구 공덕동) ■재료=배, 꿀, 대추, 도라지 ■만드는 법=잘라낸 배의 윗부분은 뚜껑으로 쓴다. 아랫부분 속을 파내고 꿀·대추·도라지로 채워 냄비에 중탕한다. 2시간가량 지나 배의 껍질이 일어날 정도가 되면 꺼낸다. 배 속의 물과 함께 배를 체에 내린다. 완성된 배즙을 따뜻하게 해 하루 두세 번 마신다. ◆week&과 청정원 국선생(鮮生)이 공동으로 ‘이런 요리, 저런 얘기’의 사연을 찾습니다. 다음 주제는 ‘첫눈에 얽힌 요리’입니다. 요리와 그에 얽힌 에피소드를 대상 홈페이지(daesang.co.kr)에 올려 주세요. 맛있는 요리나 사연을 선정해 가정 요리 전문가인 최경숙 선생님 아카데미 5회 수강권(40만원 상당)과 청정원 밑국물인 국선생(鮮生)과 맛간장 소스(10만원 상당)를 선물로 드립니다. 02-539-87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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