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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호연의 초가을(初秋) 삼도헌의 한시산책

淸潭 2007. 9. 17. 09:42

 

맹호연의 초가을(初秋) 삼도헌의 한시산책

 

                                      

 

                               초가을[初秋]

 

                                                   맹호연(孟浩然)

 

 

 不覺初秋夜漸長(불각초추야점장) 어느새 초가을 밤은 점점 길어지고

 淸風習習重凄凉(청풍습습중처량) 맑은 바람 솔솔 부니 쓸쓸함이 더해가네.

 炎炎暑退茅齋靜(염염서퇴모재정) 불볕더위 물러가고 초가집에 고요함이 감도는데

 階下叢莎有露光(계하총사유로광) 섬돌아래 잔디밭에 이슬이 맺히네.

 

 습습(習習) :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상태

 염염(炎炎) : 매우 더운

 모재(茅齋) : 띠 지붕을 얹은 소박한 집

 총사(叢莎) : 촘촘히 자란 잔디

 

 

삼도헌과 함께 맛보기

 

유난히 무더웠던 불볕더위가 어제 같은데 벌써 하늘이 높고 달빛이 고운 초가을이다. 오늘은 계절의 이런 변화를 감각적으로 표현한 맹호연의 칠언절구 <초가을(初秋)>를 소개한다.

가을하면 파아란 창공이 시야가득 들어온다. 옥에도 티가 있다는데, 가을 하늘에는 얼 하나 없다. 뉘 솜씨로 물들인 깁일까. 남(藍)이랄까, 코발트랄까, 푸른 물이 뚝뚝 듣는 듯한 하늘빛이 더없이 높기만 하다. 게다가 밤이 되면 그 하늘에 은은한 달이 걸린다. 바라보아도 눈이 부시지 않은 수정덩이가 도시의 무수한 전등과 네온사인에게 나 보란듯이 달려 있다. 여름내내 잘 보이지 않던 수정덩이는 가을밤이 되어 하늘에 걸리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설레게 했을까. 달빛과 함께 하늘에서 내리는 이슬은 가을 예술의 주옥편이다. 여름엔들 이슬이 없었으랴. 그러나 청랑(晴朗)한 이슬은 가을이라야 제격이다. 삽상(颯爽)한 초가을 아침에 풀잎마다 꿰어진 이슬방울의 영롱함을 보면 여러 가지 형용사가 부족할 지경이다. 올가을엔 맹호연의 이 시를 음미하면서 계절이 베푸는 넉넉한 향연에 동참해 보시기 바란다.

 

맹호연(孟浩然, ; 689~740)

 

후베이성[湖北省] 샹양[襄陽] 출신으로 중국 당대(唐代)의 시인. 어린시절 고향에서 묻혀 지내다가 나중에 장안(長安)으로 가서 진사과(進士科)에 응시했으나 실패한 이후로 평생 벼슬을 하지 못했다. 장쑤성[江蘇省]과 저장성[浙江省] 등지를 자유로이 유람했으며 장구령(張九齡)에게 초빙되어 그의 막객(幕客:지방관서나 軍에서 관직 없이 업무를 보좌하던 고문)을 지내다가 얼마 후 병으로 죽었다. 시의 소재는 넓지 않은 편으로 주로 전원의 산수경치와 떠돌아다니는 나그네의 심정을 묘사한 것이 많다. 시어(詩語)가 자연스럽고 풍격이 청담하며 운치가 깊어서 당대의 대표적인 산수시인으로 꼽힌다. 왕유(王維)와 더불어 이름을 날렸으므로 왕·맹(王孟)이라 병칭된다. 저서에 〈맹호연집 孟浩然集〉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