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부부가 사는 법… 부부싸움도 인터넷 홈피로
주부 이모(여·33·광주시 광산구 송정동)씨는 얼마 전 싸이월드를 로그인했다가 미니홈피 스킨(유료 배경화면)이 결혼 사진으로 바뀌어져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결혼 4주년을 맞아 싸이질(미니 홈피 관리)을 시작한 김씨에게 남편이 스킨을 직접 만들어 ‘깜짝 선물’로 보낸 것이다.
인터넷에 관심이 없었던 이씨는 친구들이 홈피에 가족들 사진을 올리고 틈틈이 남편과 쪽지를 주고 받는 모습을 보면서 뒤늦게 홈피를 만들었다.
집안 일로 스트레스가 쌓이면 들어가 이런저런 투정도 하고, 평소 표현 못 했던 ‘진한’ 애정 표현도 스스럼없이 하게 됐다.
인터넷으로 사랑을 속삭이고 싸우고 화해하며, 육아 문제를 상의하는 ‘디지털 부부’들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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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피·블로그에서 함께 육아일기를 쓰기도 하고 연애에서 결혼까지의 과정과 사진을 차곡차곡 올려 두는 등 과거의 빛 바랜 앨범을 온라인 속으로 끌어들여 추억을 공유하기도 한다.
맞벌이를 하는 김모(40·광주시 동구 운림동)씨 부부는 최근 이메일로 싸움을 했다.
발단은 중학교 1학년인 딸의 영어학원을 어느 곳으로 보낼 것인가 하는 문제.
서로 시간이 없다 보니 밤 늦게 데리고 오는 게 쉽지 않아 “집 근처로 보내자”는 남편과 “시내 중심가 일류 학원에 보내야 한다”는 부인 의견이 충돌을 빚은 것이다.
두 사람은 그러나 집안의 물건을 던지고 큰 소리를 지르던 과거와는 달리, 메일로 다툰 탓에 감정이 격해지지 않고 쉽게 합의점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국제결혼을 한 송모(여·28·일본 오사카)씨는 메신저가 중매역할을 톡톡히 했다.
송씨는 대학 3학년 때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갔다가 현재의 신랑을 만났다.
연수 후 오사카와 광주에 떨어져 지내던 두 사람은 메신저로 밤새 대화를 주고받고, 화상 채팅도 하면서 사랑을 키우다가 지난 2005년 5월 결혼에 골인하게 됐다.
한국어 강사로 일하는 송씨는 남편과 휴식시간 중간 중간 메신저로 대화를 나눈다.
가끔은 부부싸움도 하긴 하지만, 남편이 보내는 이모티콘(emoticon) ‘^^∼♡’(눈웃음치며 사랑을 표현)을 보면 금세 기분이 풀어진다고 한다.
송씨는 “남편과 늘 연애편지를 주고받는 기분으로 살고 있는데 대화를 저장해 둘 수 있어 연애 시절에 주고 받았던 대화를 함께 보면서 기분을 내기도 한다”고 웃었다.
가정문제 전문가들은 “‘디지털 대화’는 직장이나 가정 문제 등으로 부부 싸움을 할 때 감정이 격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많아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며 “자판을 두들기면서 화를 누그러뜨리고, 자신이 잘못한 점을 되돌아보게 되며, 미안한 마음도 갖게 되는 등 완충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 광주일보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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