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 ‘백제의 미소’를 지켜라 | |||
입력: 2007년 03월 29일 17:34:07 | |||
이번엔 가야산이다. 백제 불교문화의 성지이자 내포지역 제일의 명산인 충남 서산 가야산의 환경·문화재 파괴를 막기 위해 스님들이 나섰다.
가야산은 ‘백제의 미소’로 불리는 마애삼존불, 고려시대 화엄 10찰 중 하나였던 보원사터, 가장 아름다운 고찰로 꼽히는 개심사 등 불교문화재가 숱하게 흩어져 있는 곳이다. 생태계와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청정지역으로 서산과 예산 지역의 식수와 농업용수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이곳에 최근 순환도로 건설, 송전탑 설치, 골프장 공사 등이 한꺼번에 이루어지면서 주변의 사찰 주지들인 서산 개심사 선광스님(56), 보원사 정범스님(39), 비구니 도량인 일락사 삼서스님(48)이 지난 20일부터 찬바람 부는 가야산 중턱에 천막을 치고 ‘무기한 기도 정진’으로 맞서고 있다. 충남도는 내포문화권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10월부터 가야산을 넘어가는 순환도로 건설을 시작했다. 문화재청이 ‘공사 재검토’ 통보를 한 보원사터 구간을 제외한 다른 구간은 공사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전력은 당진화력발전소의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오는 6월 준공을 목표로 송전탑 공사를 벌이고 있다. 예산 봉림리에는 골프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들이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곳은 보원사지 뒤편의 철탑공사 현장과 순환도로 공사 예정지역이 겹쳐지는 해발 400m 지점. 28일 농성장에서 만난 선광스님은 “삼존부처님의 천년 미소를 터널, 철탑 따위와 바꿀 수 없다”면서 “위법망구(爲法忘軀·불법을 지키기 위해 목숨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뜻)의 각오로 문화재 훼손과 생태계 파괴를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삼존불에서 불과 100m 떨어진 지점에 터널을 뚫고, 송전탑을 설치하기 위해 가야산의 주봉을 마구 파헤치는 난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개발을 위해서는 아름다운 산도, 귀중한 문화재도, 우수한 생태계도 뒷전인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이날 가야산 능선 곳곳은 고압 송전 철탑을 세우기 위한 터닦기 공사로 이미 나무가 베어지고 흙이 파헤쳐 있었다. 선광스님은 철탑을 세우기 위해 파헤치고 있는 구덩이에 뛰어들어 목탁을 쳤고, 정범스님은 폭약 상자에 걸터앉는 등 몸을 던져 공사현장의 인부들을 돌려세웠다고 한다. 현재 가야산 철탑 공사는 일시 중단되고 있다. 25년째 개심사 주지를 맡고 있는 선광스님은 동·하안거 결제는 빠지지 않고 선방에 드는 선승으로 유명하다. 정범스님은 미국 유학을 하고 총무원 총무국장을 마친 뒤 보원사지 한쪽에 파견돼 2년째 보원사를 새롭게 일구고 있는 학승이다. 삼서스님 역시 수행 외에는 한눈 판 일이 없는 비구니 스님이다. “가야산은 백제 때부터 100개의 사암이 있던 곳입니다. 천주교 순교지인 해미읍성이 있고, 보부상의 흔적 등 민간문화재도 즐비합니다.” 정범스님은 “현재의 도로보다 5분 정도밖에 빨라지지 않는 새길을 내기 위해 문화유산을 훼손하고 생태계를 두동강내는 일을 방관할 수는 없다”면서 “오히려 현재 발굴이 진행되고 있는 보원사지 주변과 가야산을 보전지역으로 지정해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서스님 역시 “울창한 숲과 야생동물을 죽이고 풍부한 물줄기를 끊어버리면 그때는 삼존불이 눈물을 흘릴 것”이라며 “땅을 파헤쳐 가야산 혈맥을 끊는 건설공사는 하루빨리 중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이들을 중심으로 충남지역 시민환경단체와 서산사암연합회, 수덕사 등이 ‘가야산지키기시민연대추진위원회’를 결성, 가야산 살리기 10만명 서명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31일에는 보원사지에서 1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가야산 살리기 문화한마당’을 열 계획이다. 한편 조계종 중앙종회는 29일 가야산 개발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채택했다. 〈서산|김석종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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