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은 가고 초록이 왔건만
한국표준(KS) 개정 4년째, 아직도 보급은 더뎌
신호등 색깔은 - 파란불? 초록불? 녹색불?
이상하게도, 우리는 '횡단보도에서 파란불일때 건너라'고 배웠다.
그런데 얼마전, 다섯살 난 아이에게 "얘야, 파란불이 켜지면 건너고, 빨간불이 켜지면 서야 해!" 가르쳐 주었다. 그런데, 아이는 큰 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아빠! 초록불이야! 파란불이 아니고 초록불일때 건너야지.. 그것도 몰랐어?"
순간, 머리가 띵.. 하며 한 대 맞은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혼자서 되뇌였다. "초록불이 아니라 녹색불이지. 초록색은 ...녹색과 청록색을 섞은 것이다. 아빠가 어렸을 때 배웠거든..." 하지만, 다섯살 아이에게 청록색을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좀 더 찾아본 후에 가르쳐 주기로 했다. 아마도 이 아빠를 대단하게 생각하겠지.
녹색과 초록을 구별해야 미술 시험 100점을 맞던 시절 - 다시 복습하자
20색상환이란 것이 있다. 20가지 색깔을 둥그렇게 그려 놓은 것인데, 미술 이론에서 아주 기본적인 것이다. 거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우리가 "초록빛 바닷물" 할 때의 "초록"은 "녹색"과 다르다는 것이었다.
녹색 = 노랑+파랑
초록 = 청록 + 녹색
청록 = 녹색 + 파랑
이런 공식은 한 번쯤 공부해 봤음직한 공식이다.
그림으로 나타내면 더욱 쉽다.
인터넷에서 찾은 20색상환
녹색과 초록의 차이가 뚜렷하다
(http://gongmo.edu-i.org/2000/864/sung-1.htm 에서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아이에게 이런 사실을 가르쳐 주려고 검색엔진을 뒤지다가 아주 충격적인 기사 제목들을 발견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한국표준 규격(KS) 개정 - 2003년말 '녹색'을 '초록'으로, 2004년말 교과서 개정 등
우리나라의 색 이름 체계는 1964년에 만든, 일본식 색 이름 체계에 기반한 것이었다. 결국 40여년만인 2003년 말에 와서야 "색이름 표준 규격 개정안"을 마련해서 2003년 말부터 시행하기에 이른다.
녹색→초록 흰색→하양...색이름체계 개편 / 한겨레 2003.10.21
앞으로 한국표준(KS) 규격을 인정받은 제품들이 빛깔이나 색을 표시할 때 ‘녹색’은 ‘초록’, ‘흰색’은 ‘하양’으로 바뀐다. 또 관용적으로 쓰는 색이름 가운데 ‘국방색’이나 ‘철감색’처럼 자주 쓰지 않는 것은 없어지는 대신, ‘딸기색’ ‘복숭아색’ 등 우리말 동식물의 이름을 딴 빛깔 이름이 표준으로 채택된다.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은 1964년에 만든 왜식 색이름 체계를 40년 만에 대폭 개편하기로 하고, 새 ‘색이름 표준 규격 개정안’을 마련해 올 연말부터 시행한다고 21일 밝혔다.
개정안을 보면, 기본색 이름을 기존 유채색 열 가지와 무채색 세 가지 등 13색에서 분홍과 갈색을 더하여 15색으로 확대하며, 녹색은 ‘초록’, 흰색은 ‘하양’으로 바꾸었다. 또 기본색 이름 앞에 붙여 색이름을 꾸미는 색 수식어는 기존의 ‘~띤’을 ‘~ㄴ’형이나 단음절형 ‘~빛’으로 바꿔 쓰도록 했다. 가령 ‘빨강띤 주황’은 ‘빨간 주황’, ‘녹색띤 연두’는 ‘초록빛 연두’로 표현한다.
이와 함께 밝기나 채도와 관련된 ‘해맑은’, ‘짙은’, ‘칙칙한’ 등의 형용사는 각각 ‘선명한’, ‘진한’, ‘탁한’으로 바뀌며, ‘흐린’이란 표현이 형용사의 표준 색이름으로 추가됐다.
‘철감색’, ‘대자색’, ‘국방색’ 등 덜 쓰이는 관용색 이름은 폐지하고, 핑크→분홍, 브라운→갈색, 피치→복숭아색, 블론드→금발색, 스트로베리→딸기색, 브론즈색→청동색 등 외래어 관용색 이름을 우리말이나 한자어로 바꾸었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 여기서 심각한 오보가 발견되는데, "국방색"은 관용색 이름으로 새로 추가된 것이다. 많은 신문에서 "국방색" 이름을 폐지하는 것으로 보도하고 있었다. 이미 4년 전의 기사이긴 하지만..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 안타깝다. (혹은, 당시의 보도자료에 문제가 있었을런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에 따른 조치로 2004년 12월에 이르러 교육부는 교과서를 개정한다. KS표준이 제정되고 1년만의 일이다.
교육현장 ‘녹색’ 대신 ‘초록’ 표기… 교육부 내년부터 시행 / 제주일보 2004.12.9
"횡단보도 보행 신호등은 녹색일까 초록색일까"
내년부터는 교육현장에서 '녹색'이란 명칭이 사라진다. 대신 '초록'이란 명칭으로 일원화돼 표기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최근 'KS 색이름 변경에 따른 색채교육'이라는 교과서 보완지도 자료를 발간해 일선 학교에 보급했다.
그 동안 교육부는 먼셀(Munsell.가장 널리 사용되는 표준 색도감 중의 하나)의 색체계를 기본으로 1968년에 교육용 10가지 색이름(빨강, 주황, 노랑, 연두, 초록, 청록, 파랑, 남색) 체계를 제정 고시해 지금까지 교육현장에서 활용해 왔다.
그런데 지난 1월30일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KS)이 개정 고시한 색채명과의 차이가 발생함에 따라 교육부는 내년부터 일선 학교 미술과 교과서와 지도서의 '녹색' 명칭을 '초록'으로 통일하기로 했다.
'초록'과 '녹색'의 색채 공간범위와 중심색의 위치가 거의 일치해 두 가지 색이름이 모두 기본 색이름으로 타당해 보이지만 '~빛'의 관형어를 채택했을 때 '녹색빛 회색'보다는 '초록빛 회색'이 더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일선 학교 교육현장에서는 '녹색'은 '초록'으로 통일돼 표기된다.
이와 함께 교육부는 '흰색'과 '검은색'은 순수한 우리말 어휘인 '하양'과 '검은색'으로 각각 대체키로 했다.
그리고 2005년 5월에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은 "고감성 색체시대에 걸맞은 관용색 명칭 133개"를 표준화한다.
“병아리색이라 불러주세요”…산자부,관용색 명칭 133개 표준화 / 국민일보 2005.5.17
(국민일보 기사에서 가져왔습니다)
병아리색 사과색 키위색 모카색….우리 생활에서 관용적으로 쓰이는 색 이름 42개가 새롭게 표준색 이름으로 정해졌다.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은 17일 고감성 색채시대에 걸맞게 관용적인 색 이름 133개를 표준화해 발표하고 이를 산업 문화 교육 등 색 관련 분야에서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관용색은 연상에 의해 떠올리는 색 표현 방법으로 동식물 광물 등의 색깔 이름이 많이 사용된다.
기술표준원은 이번에 실생활에서 빈번히 사용되면서 색상의 연상이 쉽게 떠오르는 병아리색 루비색 사과색 등과 최근 식생활 변화에 따라 자주 사용되는 키위색 멜론색 모카색 등 42개 색 이름을 표준에 새로 추가했다.
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한 표준 관용색 이름은 현재 사용되고 있는 1000여개의 색 이름 중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해 자주 사용되고,색상이 쉽게 떠오르는 것을 기준으로 해 선정했다”며 “기존에 사용되는 관용색 32개와 색 이름 일부를 변경한 59개에다 새로 42개를 합쳐 133개로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살색’ 크레파스의 표준 명칭은 살구색 크레파스로 변경됐다.
살색은 ‘특정 색을 살색으로 명명한 것으로 평등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그동안 ‘연주황(軟朱黃)’ ‘연한노랑분홍’ 등으로 대체 사용돼 왔다.
반면 일부에서 사용되고 있는 색 이름 가운데 색상에 따른 연상이 명확하지 않은 올드로즈 꼭두서니색 머룬 등과 일본식 이름인 연단색 금적색 금갈색 등 67개 색 이름은 표준에서 제외됐다.
지난 2003년 계통색 이름 체계를 전면 개정한 바 있는 기술표준원은 이번에 표준 관용색 이름을 개정,우리말 색 이름 체계를 하나의 국가규격(KS)으로 완성했다.
계통색 이름은 빨강,빨간 주황,진한 빨강 등 기본색 이름에 수식어를 붙여 기술한 것이다.
최정욱기자 jw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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