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세상사는 이야기

거꾸로 신은 고무신

淸潭 2007. 2. 21. 21:17

 아픔 후, 어른 되기..

 

둘째가 부대로 복귀하는 날... 다시금 제 보금자리를 찾아가는 날...

아프칸 지원에 탈락한 이유로, (어미 마음으론 내심 탈락하길 바랬지만)

우울해있는 녀석을 배웅 해주기 위해, 녀석이 왔던 길을 되짚어 가보려 합니다.

그리고..문득, 2년전 이맘때..큰 아들의 가슴 아픈 경험을 떠올리며..이전 홈피에서..*

 

 

 

군대 간 아들이 6개월만에 드디어 일병달고 휴가를 나왔다.
이렇게 소중한 시간을 어떻게 보낼것인가 엄마인 내가 무지무지 고민 했었다.
하루종일 뜨거운 온천욕에 혹한기 훈련때 얼은 몸도 풀고, 그렇게 좋아하던

스노우보드도 타야하고, 벼르고 있던 영화도 몇 편 봐야하고,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학교 친구들도 만나고 이모, 고모, 인사 가야하고,

좋아했던 뼈곰탕도 고아 먹여야 하고 또...또...

시간이 모자랄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그러나 정말 정말 안타까운 건,
3년씩이나 만나오던 예쁜 여자친구를 못 본다는 사실이다.

아들은 대학에 들어가서 같은과 여학생과  공식적인 C.C가 되어,

신나고 즐거운 바쁜 나날로 행복해했다.
Band의 vocal로 공연할 때마다 공연장으로, 영문학과 연극단원으로..
맨날 학교에서 집 가는 길목에서, 하물며 방학땐 아르바이트도 같이하며

100일 기념선물, 200일, 300일, 500일,1000일 기념선물까지 주고 받으며
우정을 돈독히 쌓아왔건만,(여친에게 준 선물은 주로 엄마인 내가 준비한것이지만)
입대 며칠을 앞두고 여자친구와 함께 아들이랑 저녁을 먹으며,

화기애애한 자리에서 내가 농담 한마디 던졌다.
"고무신 거꾸로 신지마라" 했더니, 아들왈 "나 놓치면 자기만 손해지" 그리곤
"그럴거면 일찌감치 가는게 나아요. 나중에 배신할거면" 하며 자신만만했었다.


그런 아들이 100일휴가를 나오던 날, 부대 밖에 나와서 집으로 전화를 했다.
여자 친구 잠깐 만나고 집에 오겠다고. 그맘 땐 그럴거야, 제일 보고싶겠지..그래라.
그리고 나중에 집에 온 군복입은 아들의 모습이 어깨가 축 늘어지고
어쩐지 처량해보이는데, 애써 웃으며 씩씩한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마주앉아 손잡고 무슨일 있었냐? 하고 물었더니,

순간 커다란 눈에서 눈물이 뚜루룩 흘렀다.
"헤어지고 오는 길이에요" ......순간, 심장이- 쿵!
"뭐라구? 이유가 뭔데? 그래서 금방 그러자구 했냐?"
"늘 붙어있다가 없으니까 힘들고 위로받고 싶을때 허전하대요"
"그게 다야? 아니면 좋은 친구가 새로 생겼대?" "하필이면 왜 지금이냐?"
엄마로서 체면도 없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어린 나이에 결혼까지 생각할 것도 아닌데 제대할 때까지라도

아니, 일년 쯤까지라도 위문편지 써주는 좋은 친구 좀 해주면
큰일 날 것도 없을텐데, 입대 한지 고작 석달 만에 맘이 변하다니..
육군 이등병으로 적응하기 위해 힘들게, 바깥세상과 차단한 채,
추억어린 캠퍼스, 음악에 대한 열정, 보고싶은 가족 ,친구들, 가슴속에 품어두고
현재에 충실하려고 눈물겨운 노력을 하는데.. 왜 하필이면 이럴 때...
그 아이가 원망스러웠다. 그래도 아들은, 웃으며 보내주었단다.

멋있게 보일려고..치사하게 안보일려고.. 안울고 헤어졌는데...
그런데...엄마 얼굴 보는 순간, 참았던 눈물이 울컥 했노라고..

 

그런 어깨를 감싸안고 힘없는 엄마로서 해줄수있는 위로의 말은..

나중에 누가 보더라도 네가 정말로 괜찮은 사회인으로 인정받고,

머리속이 꽉 차고 따뜻한 가슴의 멋진 남자로 비춰져서 너를 놓친것을 후회하게 만들어라.
그러려면 지난 일에 미련 두지말고 앞으로 남은 병영생활동안 시간에 충실하게 투자하라.

건강한 정신과 신체로 다져질수 있도록 ... 그후, 3개월..
지금 아들은 그때보다 많이 달라져 있었다..

긍정적인 사고와 씩씩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다 .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그러나 마음 한편으론 아직도 싸아하다.

내색은 안하지만 저속에 아직도 고민했던 흔적의 그림자가 있으므로..
제 자신이 말했듯이, 너무나 여린 감수성을 소유한 순수파이므로..


그런 아들이 9박10일의 휴가를 마치고 오늘 귀대를 했다.
잠이 모자랄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갔건만,

가기 싫어 군복을 아주 천천히 입을 때만해도 잘 몰랐다.
전철 역에서 손 흔들며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하는 모습에,
즐거웠던 기억들을 저편 바깥세상으로 차단해가는 모습에,
이렇게 목이 메일줄......잘....몰랐다..

사랑하는 아들아, 1년 반을 더 겪어야 할 또 다른 너의 생활이
생각이 다져지고 ,넓어지고,깊어지게 하는 초석이 되길 간절히 바람해본다.

건강하게 잘 지내거라...()......충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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