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 대건축가의 집
위대한 건축가의 작품 밑천은
그가 태어나고 자란 곳의 풍경
스페인에서 건축 공부를 하는 유학생들이 모인 자리에서였다. 학교에서 보면 한국 학생들은 시작 단계에선 주목받으나 설계 최종안을 낼 즈음이면 갈피를 못 잡고 헤맨다는 얘기가 오갔다. 반면 스페인 학생들은 별것 아닌 아이디어로 시작하는 것 같아도 최종 단계에서는 그럴싸한 디자인으로 마무리를 짓는다는 거였다. 그래서 우리끼리 내린 결론이 "역시 어려서부터 좋은 곳에서 살며 좋은 것들을 많이 보고 자란 사람이 설계도 잘한다"였다. 여기서 '좋다'는 것은 화려한 것, 비싼 것이 아닌 역사와 삶의 흔적들이 온전히 남아 있는 것을 의미한다. 아파트에서만 주욱 자라온 나로선 주눅이 들 수밖에 없다.
일반인들에게도 유명한 가우디의 건축도 알고 보면 그가 태어나고 자란 곳의 자연환경과 관련이 많다. 기이해 뵈는 그의 건물 역시 결국 어려서 보고 자란 풍경을 닮아 있는 것이다.
지구에서 건축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름을 알고 있는 멕시코 건축가 루이스 바라간도 그렇다. 그는 어릴 적 살던 농장의 풍경, 즉 멕시코의 붉은 땅 위에 세워져 있는 주택의 기와, 처마, 안뜰, 물홈통, 외양간, 말을 묶어두는 기둥 등의 이미지가 건축적 영감의 재료라고 했다. 덕분에 그가 디자인한 건물들은 '멕시코스럽기' 그지없다. 간결하면서도 풍부한 공간감을 부여하는 벽체들과 이에 어우러지는 강렬한 색상은 그의 것임과 동시에 멕시코의 것이다.
멕시코시티에 남아 있는 바라간의 집은 1988년 그가 죽자 기념관으로 바뀌었다. 그가 직접 디자인해 47년 완공한 집이다. 가이드와 함께 그 집 구석구석을 돌아봤다. 일본인들에게는 꽤 알려져 있는지 비전공자임에도 많은 이들이 구경을 와 있었다. 멕시코 대학 건축학과생인 미겔이 우리 가이드였는데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그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넘쳐났다. 40분으로 예정돼 있던 투어는 그의 자부심이 더해지는 바람에 2시간이 지나서야 끝이 났다.
■가는 방법=지하철 Constituyentes 역에서 내려 역내 지도 참조.
■주소=General Francisco Ramirez 14, 멕시코시티
오영욱 일러스트레이터·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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