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서예실

추사 기리기` … 올 한 해로 모자란다

淸潭 2006. 12. 28. 10:19
`추사 기리기` … 올 한 해로 모자란다
#1. 김정희의 '자화상'

"이 사람을 나라고 해도 좋고 내가 아니라 해도 좋다. 나라고 해도 나이고 내가 아니라고 해도 나이다. 나이고 나 아닌 사이에 나라고 할 것이 없다."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1786~1856)가 '자화상'에 붙인 글의 일부다. 자신에 대한 대단한 확신이 느껴진다. 노자의 그 유명한 '도가도 비가도(道可道 非可道)'마저 연상된다. 그림 하나를 보더라도 내면의 실상을 보아야지 겉모습을 가지고 시시비비를 가리지 말자고 권한다.

추사의 학문관을 압축해 보여주는 '문자반야'. 21.8×122.8㎝. 개인 소장.


'자화상' 또한 예사롭지 않다. 얼굴은 소탈해 보이나 눈매는 형형하다. 수염 한 가닥 한 가닥을 세밀하게 그린 필치 또한 생생하다. 그간 선문대 박물과 도록에 소개되긴 했으나 본격적 평가는 미흡했던 작품이다.

#2. 정조경의 '문복도'

추사체의 조형미가 듬뿍 담긴 '사서루'. '서(書)'자 중간에 원래 없는 삐침 획을 덧붙였다. 27×73.5㎝. 개인 소장.
"완당 선생은 내가 비록 대면하지 못했지만 문장과 학문을 오랫동안 경모해 왔다. 그래서 이 그림을 그려 감상하도록 올린다. 모습이 비슷하여 잘못되지 않았다고 여긴다면 아마도 수염을 치켜 흔들며 한바탕 웃으실 것이다."

청나라 문인 정조경(程祖經.1785~1855)이 추사를 흠모하며 그려 보낸 '문복도'에 붙인 글이다. 관(冠)을 쓴 후덕한 노인(추사)에게 예의를 갖추고 인사하는 젊은이(정조경)가 보인다. 나이는 오히려 정조경이 한 살 많다. 추사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었던 정조경은 그림을 통해서나마 추사를 만나보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19세기 동아시아 지식인 사이에서 추사가 차지했던 위상을 보여준다.


추사의 '자화상'. 매서운 눈매, 세밀한 수염에서 추사의 필력이 느껴진다. 32.0×23.5㎝. 선문대박물관 소장.
2006년은 덜도 말고 더도 말고 '추사의 해'다. 그의 타계 150주년을 기념하는 대형전시가 줄을 이었다. 국립중앙박물관.간송미술관.과천미술관.삼성미술관 리움 등에서 그의 학문과 예술을 기리는 특별전을 잇달아 개최했다. 그 마지막을 장식하는 '추사 문자반야(文字般若)'전이 28일부터 내년 2월 2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추사의 드넓은 세계를 총체적으로 돌아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추사체라는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경지에 오른 서예가로서의 추사를 넘어 당대 동아시아의 최고 지식이었던 추사의 전모를 살펴보자는 취지다.

사실 추사는 19세기의 '르네상스형 인간'이었다. 시서화(詩書畵)에 능통한 것은 물론 유불선(儒佛禪)에 통달했다. 예술의전당 이동국 학예사는 "추사는 서예가 이전에 청대 고증학을 조선에서 꽃피운 경학(經學)의 대가이자 격조 높은 작품을 완성한 대시인"이라며 "학문과 예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었던 그는 요즘 한창 거론되는 인문학의 위기를 헤쳐갈 모델이 된다"고 평가했다.

'문자반야'는 추사가 평생 '모토'로 삼았던 것이다. 그의 스승이었던 청나라 학자 옹방강(翁方綱.1733~1818)이 즐겨 썼던 문구이기도 하다. 부처가 설(說)한 경(經).율(律).논(論) 전체를 가리킨다. 모든 사물의 도리를 꿰뚫는 지혜를 추구했던 추사의 참모습을 엿볼 수 있다. 전시에 나오는 해서체 작품 '문자반야'는 지금까지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것이다.

전시에는 총 250여 점이 나온다. 크기.서체가 각각 다른 추사의 친필이 100여 점, 추사와 교류했던 조선과 청나라 학자의 서예.그림이 150여 점이다. 18, 19세기 동아시아 문예계의 '대표선수' 110여 명이 총출동한다.

이동국 학예사는 "추사체의 형성과정을 시기별로 알아볼 수 있게 꾸몄다"며 "당대에 미친 추사의 영향력과 지식사회의 분위기를 확인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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