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얼마나 알고 있나
당뇨병은 환자 입장에서는 무척 ‘어려운 병’이다. 발병 원인과 병의 진행 과정, 그리고 치료에 이르기까지 어렵고 생소한 개념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실제 세계적 제약회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 지난해 여론조사기관인 TN소프레스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당뇨병 환자들은 자신의 병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0~65세까지의 일반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 인터뷰와 40~60세까지의 제2형 당뇨병 환자 300명과의 대면(對面) 인터뷰로 이뤄진 조사에서 당뇨병 환자들은 당뇨병의 원인에 대해 “자녀나 가족으로 인한 스트레스나 가족력, 다른 약물을 잘못 복용해서”라고 대답하는 등 근본 원인에 대해 무지함을 드러냈다.
특히 조사에 응한 제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당뇨병 진단을 받은 평균 기간이 5.4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슐린 저항성’ 등 당뇨병의 근본 원인에 대해 잘 모르거나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측은 “대부분의 환자가 자신이 복용하고 있는 약의 이름조차 모르고 있었다”며 심지어 ‘당뇨병이 잘 치료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예’라고 대답한 환자에게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물은 결과 “의사 선생님이 잘 되고 있다고 했다”고 대답하는 사례도 많았다고 밝혔다. 병에 대해 전적으로 의사에 의존하는 환자가 많을수록 병의 원인과 치료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적을 수밖에 없고, 이는 스스로 병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약화시키기 쉽다는 것이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당시 조사에서 당뇨병 환자들은 다행히 자신의 병에 관한 지식과 정보에 대한 갈망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당뇨병 진단을 받은 지 5년 미만인 환자(전체 응답자의 50%)는 당뇨병에 관한 정보를 찾고 받아들이는 데 적극적이었고, 식이ㆍ운동ㆍ약물요법을 모두 병행하는 등 당뇨병 치료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측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서 보듯 당뇨병 환자들이 당뇨병의 근본 원인인 인슐린 저항성에 대해 무지할수록 치료받을 권리를 침해받을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당뇨병 치료제의 경우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시키는 인슐린 감작제(insulin sensitizer)까지 개발돼 있으나 국내에서는 시판 중인 인슐린 감작제가 다른 계열의 치료제에 비해 단가(單價)가 높다는 이유 때문에 보험 적용에 한계가 있는 등 처방이 소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단독으로 이 계열의 약품을 처방할 수 없고, 인슐린 저항성 외의 다른 원인을 치료하는 다른 계열의 약품과 복합 처방만 하도록 돼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3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계열의 당뇨병 치료제를 복합 처방할 경우에도 일부 선진국과는 달리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시판 중인 인슐린 감작제인 아반디아와 아반다메트의 단가는 개당 1600원으로, 경구용 혈당강하제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SU계열 제품에 비해 최소 3~4배가 비싸다.
아반디아와 아반다메트를 시판 중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한 관계자는 “국내 경구용 혈당강하제 시장에서 아반디아와 아반다메트의 처방 비율이 8%대로 미국의 21.5%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한 환자들이 우리나라에서도 늘고 있다는 전문가의 견해를 감안한다면 우리도 좀더 근본적이고 적극적인 당뇨병 치료를 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가 개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장열 주간조선 기자(jrchu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