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생 글씨` 진품 가능성 [중앙일보]
종이 탄소연대 측정 720~840년대 것 확인
통일신라시대의 명필 김생(金生.711~790)이 쓴 것이란 논란이 일었던 글씨가 진품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화여대 중문과 정재서 교수 집안에서 '김생의 글씨(사진)'라며 9대째 전해지는 가보다.
이를 정 교수의 부친인 고 정승희씨가 20년 전 공개했었다. 가로 20㎝ 세로 30㎝ 크기의 종이에 부처님 여섯분의 이름을 적은 것이다. 하지만 김생의 글씨로 단정할 증거가 없어 진위 논란으로 그쳤다.
현재 전해지는 김생의 글씨는 비석에 흘려쓴(行書.草書) 것뿐이어서 종이에 바르게(楷書)쓴 이번 글씨는 더욱 주목을 받는다. 김생은 '해동서성(海東書聖)'으로 이름을 떨쳐 중국에서 사신이 오면 다투어 그의 글씨를 구해 갔을 정도였다. 진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글이 씌어진 종이가 김생과 같은 시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서울대 기초과학교육연구공동기기원이 지난해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법으로 조사한 결과다. 서기 720~840년에 만든 종이였다.
박지선(용인대 문화재보존학) 교수는 "신라시대의 종이는 국보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 등 일부만 남아 있어 매우 희귀하다"며 "종이 자체만으로도 대단히 귀한 유물"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좌찬성을 지낸 9대조 정창유공이 영조 임금 때 청도 군수를 지낼 무렵부터 가보로 내려왔다"며 "말년에 스님이 된 김생이 머물던 절에 영조 때 불이 나면서 불상에 복장(배 속에 보관)돼 있던 글씨가 나왔고, 이를 처음 발견한 사람이 정창유공에게 가져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글씨와 종이를 주제로 한 학술대회가 한국서지학회(회장 송일기) 주최로 25일 오후 2시 한국학중앙연구원 대강당에서 열린다.
글=배영대,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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