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서예실

퇴계 이황의 글씨

淸潭 2006. 11. 7. 15:51
 



이황의「성리군서(性理群書)」발문(跋文)은 이황이 1553년 4월 명종으로부터 하사받은 「性理群書」(원명은 新編音點性理群書句解) 6冊을 후학을 위해 포은 정몽주를 제향하는 경북 永川의 임고서원에 기증하면서 쓴 것이다.

이황의 필적은 거의 楷, 行, 草로 隸書는 매우 드물다. 이 발문은 유일한 예서 필적으로, 단정한 정방형의 짜임새에 장봉세로 쓴 꼿꼿한 필획은 그의 다른 필적에 보이는 특징과 상통한다.
즉 이황은 전대로부터 유행하던 조맹부 글씨의 새로운 수입서풍으로 부각되던 장필 글씨에 쏠리어 고법을 잃어버리는 세태에 대해 경계하면서, 모든 점과 획을 하나에 있게 할 뿐이라는 의지를 표명했다. 즉 해, 행, 초에서 일관되어 나타나는 단정한 짜임과 주경한 획법이다.

그런데 전형적인 예서의 필법에서 보면, 이 필적은 한예의 납작한 짜임이든지 가로 방향으로의 강한 필세라든지 변화로운 소밀 등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 또 한예(漢隸)의 전형적 자형과는 다른 이자체(異字體)가 적지 않으며, 곳곳의 점획에서 해서와 같은 필획법이 나타난다. 아마 송나라 유구(劉球)가 편집한 『예운(隸韻)』과 같은 후대의 (예자운서)隸字韻書를 배운 듯하다.
「성리군서(性理群書)」발문(跋文)은 엄정한 짜임과 꼿꼿한 필치를 이룬, 이황 글씨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출처;서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