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혼한 서체에 맑고 깨끗한 정신이 스며 있는 글씨를 쓰겠다는 60여년 서예에 대한 지론을 담아 조계사가 한국불교의 총본산으로서 거듭날 수 있기를 염원했습니다.”
최근 조계사 일주문 현판이 화제가 되고 있다. 50여년 만에 내걸린 역사적 이유도 있지만, 화려하면서도 수려한 글씨 때문이다. ‘대한불교 총본산 조계사’라고 씌어진 이 현판은 강인한 힘과 올곧음을 상징하는 정자체인 해서체를 바탕으로 미적인 감각을 살린 행서체를 가미해 조계사의 새로운 비상을 상징한다.
서예가 송천 장하건(70·사진) 씨. 그는 화제가 되고 있는 조계사 일주문의 현판 글씨를 직접 쓴 주인공이다. 그가 조계사 일주문 현판 제작을 의뢰받은 것은 지난해 겨울. 3년 전 해인사 자운 율사의 비문을 썼던 것이 인연이 돼 총무원장 지관 스님으로부터 직접 요청이 들어왔다. 막상 제작요청에 답을 했지만 걱정이 앞섰다.
다섯 살 되던 해 처음 붓을 잡은 이후 60여년 서예가로 활동하면서 국전에 당선되는 등 수많은 수상 경력을 가진 그였지만 한국불교를 상징하는 조계사 일주문 현판을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썼다 버리기를 수백차례, 그는 3개월가량을 단 10자와 씨름을 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서예 인생 60년을 정리하는 기분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붓을 들었다.
“비록 불자는 아니지만 과거 조계사가 수많은 아픔을 겪었던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조계사가 대한불교 총본산으로 새롭게 도약해 중생들에게 감로의 빛을 줄 수 있는 불교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염원하며 저의 모든 정성을 기울였습니다.”
지난 10월 9일. 마침내 조계사 일주문에 현판이 걸리던 날, 그는 다시 한번 마음속으로 발원했다. “일주문 현판에 곧게 뻗은 저 한자 한자처럼 조계사가 한국불교의 정신을 간직한 채 정도를 걸을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한다”고.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