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漢詩

新秋八詠 / 정약용

淸潭 2025. 2. 9. 19:09

新秋八詠 / 정약용

 

도화세풍(稻花細風)

 이삭에 실바람 불어라 완전히 기울지 않아 / 細風吹穗未全斜

흔들리는 벼 야로의 집 울타리와 가지런한데 / 䆉稏平籬野老家

담록색 벼 열매는 아직 잎 속에 숨어 있고 / 淡綠胎猶隱葉

노르스름한 분가루는 꽃이라 이름하네 / 微黃粉屑强名花

늙은이는 기뻐하며 갠 하늘 백로를 바라보고 / 叟心喜悅看晴鷺

논 매던 손은 석양까지 한가히 조는도다 / 耘手閑眠到夕鴉

이곳이 바로 소요하며 날 보내기 좋아라 / 是處消搖堪遣日

권세의 길은 위험해라 기아가 있고말고 / 勢途危險有機牙

 

호리미월(瓠籬微月)

 죽 뻗는 박넝쿨에 박 열매 드리웠는데 / 瓠葉灕灕瓠子垂

반 갈고리 초승달이 집 서쪽에 기울었어라 / 半鉤新月屋西

두어 흔적 희미한 달은 막 봉오리 펼쳤는데 / 數痕微白初開萼

한 그물 푸르름엔 울타리를 분별 못 하겠네 / 純靑不辨籬

문에 나부끼는 나방은 박쥐 날개를 따르고 / 閃戶飛蛾隨蝠翼

마당에 앉은 늙은 개는 노인과 짝하였도다 / 坐庭老犬伴鷄皮

가을이라 술 빚어 술병을 기울이나니 / 秋來酒熟傾壺口

융왕이 월지로 술 마신 것 부럽지 않네그려 / 未羨戎王飮月支

 초근충음(草根蟲吟)

 벌레 소리 가을 뜻은 둘 다 흔적이 없고 / 蟲聲秋意兩無痕

기와 그림자 비껴 흘러 들집은 어둑한데 / 瓦影斜流野閣昏

선명한 뜨락 모래엔 이슬 방울이 맺히고 / 的歷庭沙生露眼

움직이는 숲 달은 담장 밑을 비추누나 / 婆娑林月照墻根

절로 굳은 절개 있어 경쇠 치길 좋아한 거지 / 自應硜節欣敲磬

어찌 깊은 원한 있어 은총 못 입은 걸 한하랴 / 豈有深冤恨覆盆

부질없이 인간의 게으른 아낙만 놀래킬 뿐 / 空向人間驚懶婦

천손까지 재촉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네 / 不聞催促到天孫

 수초형비(樹梢螢飛)

 남은 안개비 뚝뚝 떨어져 거친 들 적시어라 / 餘霏滴瀝濕荒郊

개똥벌레 빛을 날리며 띠지붕을 지나네 / 熠熠飛光度屋茅

담 머리에 구름이 짙어 갈 길을 놓쳤다가 / 垣角雲沈迷去路

뻘밭에 바람이 그치자 새순에 와서 앉아라 / 塘坳風定妥新梢

풀 사이 요란하게 반짝인 건 상관할 바 아니요 / 非關草際千星亂

꽃 사이에 한 점 붙어 있는 걸 사랑하나니 / 自愛花間一點膠

서리 오고 낙엽질 때가 참으로 염려되어라 / 霜後飄零眞可念

굴도 없고 둥지도 없는 네가 가련쿠나 / 憐渠無穴又無巢

 고림창흔(高林漲痕)

 맑고 푸른 가을 강에 한 상앗대 깊어라 / 秋江湛碧一篙深

지난 일 어리둥절하여 찾아 낼 길이 없구려 / 往事如狂不可尋

수숫잎은 바람에 한들한들 절벽에 붙어 있고 / 薥葉裊風棲峻壁

띠뿌리는 흙을 띤 채 높은 숲에 엉겨 있네 / 茅根帶土上穹林

쪽 곧은 평행선 물줄기는 누인 베를 가로놓은 듯 / 平行一字疑橫練

꺾여 가닥진 가지는 거문고줄 걸기에 알맞으리 / 衝折丫枝合掛琴

상전벽해 천지개벽이 잠깐 사이의 일이니 / 靑海黃塵彈指事

목로집에서 주머니돈 아낌없이 털어 마시세 / 壚頭莫惜倒囊金

 현애초식(懸崖樵蝕)

 기러기 줄 고기 비늘처럼 나란히 열을 지어 / 雁齒魚鱗隊隊排

슬픈 노래 호쾌한 피리로 나루를 함께 이르네 / 哀歌豪笛渡頭偕

책 뜯어 먹는 좀벌레가 붉은 절벽을 타고 오른 듯 / 書小蠹緣丹壁

뽕잎 갉아먹는 봄 누에가 푸른 비탈을 오른 듯 / 蝕葉春蠶上翠厓

등 뒤에 붉게 쌓인 건 새 싸리나무이고요 / 背後赤攢新

손 끝에 늘어진 푸른 빛은 늙은 소나무 가장이라네 / 指端靑落古松釵

해마다 산간 초막집에 머무는 날이면 / 年年草𢈢棲山日

맑은 이슬 가을 바람 기후가 변함없구려 / 玉露金氣不乖

, 잡초는 말끔하여 머리를 막 깎은 듯하고, 나뭇짐은 때로 반쯤 기운 비녀 같기도 하네[雜草淨如新剃髮 橫槎時有半欹釵]. 둥그런 흔적은 마치 용린 거울을 대한 듯하고, 두 길은 때로 연미의 가장귀처럼 나누이네[圓痕宛對龍鱗鏡, 兩路時分燕尾釵].

 석계완의(石溪浣衣)

 하늘은 청명하고 해는 중천에 떴는데 / 玉宇澄明日未西

모든 집이 빨래하러 일제히 이르러라 / 千家洴澼到來齊

열 폭의 옷은 온 바위를 덮어 펼쳐져 있고 / 衣鋪包全石

수많은 방망이 소리는 온 시내를 부술 듯하네 / 百杵聲高碎一溪

분주한 붉은 다리는 빈사의 여자종이요 / 赤脚亂行貧士婢

고개 숙인 검은 머리는 장사꾼의 아내로세 / 鴉鬟低首賈人妻

황혼에 빨래통 이고 늦게야 돌아오노라면 / 黃昏戴白携歸晩

사립문 안 홀만한 방에서 아이가 울어대네 / 蓽戶兒啼小似圭

 사정쇄망(沙汀曬網)

 은하수 새벽에 하늘 가득한 별 옮기어라 / 明河曉轉滿天星

해 뜬 어부의 집에 버들잎이 푸르른데 / 日出漁家柳髮靑

발 틈으로는 맑고 푸른 물이 환히 비치고 / 麂眼映開澄綠水

고기 비린내는 실바람 백사장에 진동하누나 / 魚腥吹動細風汀

희미한 그물 그림자는 지나는 나비를 놀래키고 / 熹微絲影驚過蝶

선명한 모래빛은 개똥불처럼 반짝이어라 / 的歷沙光閃亂螢

낮엔 말리고 밤엔 담그며 세월을 보내노니 / 宵沈銷歲月

이 가운데서 꽤나 심령을 기를 만하네 / 此中多小養心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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