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람 5수 〔隣人 五首〕
동주집 시집 제10권 / 시(詩)○아성록3(牙城錄三)
반걸음 거리 작은 성 동쪽 / 跬步小城東
이웃에 이 세마 살지 / 隣有李洗馬
어버이 늙으시고 벼슬살이 못했어도 / 親老宦不遂
풍진 세상에 옥처럼 꼿꼿하게 살아가네 / 玉立風塵下
알아주는 이 만나기 어려워 / 知音曠難遇
버려진 채 산야에서 지내누나 / 棄捐在山野
내가 바야흐로 공허한 데로 달아났으니 / 我方逃空虛
함께 이야기할 사람 누가 있으랴 / 誰可與語者
때때로 와서 낮잠 깨우고 / 時來破晝眠
날 일으켜 속내 털어놓지 / 起予寸心寫
넘실넘실 물 남쪽 언덕 / 盈盈水南厓
이웃에 성 처사 살지 / 隣有成處士
파도 내려다보이는 곳에 집 지었으니 / 開軒壓海濤
아스라이 높은 기둥 솟았네 / 縹緲層楹起
한가한 마음으로 꽃과 돌 즐기고 / 閑情悅花石
갈매기와 까마귀가 안석 가까이 날아오지 / 鷗烏近憑几
밤 조수 타고 고깃배 돌아오면 / 夜潮漁艇回
도마에 오른 생선 싱싱하여라 / 登俎腥鱗紫
부끄럽게도 나그네에게 나눠주니 / 旅人愧波及
밥맛이 절로 돋는구나 / 自益飯稻美
담장 서쪽으로 몇 발짝 안 가서 / 墻西無數步
이웃에 숨은 사람 신씨 살지 / 隣有愼逸人
그 사람 효성스럽고 우애 있으니 / 其人孝且悌
독실한 사랑 천륜을 중시하네 / 篤愛重天倫
형이 종기 앓자 자기 고통으로 여겨 / 兄疽已實痛
맛난 음식 먹듯 빨아주었네 / 吮之若嘗珍
관가에서 빼어난 행실 기리려 했지만 / 縣家列殊行
하늘 멀어 도리 없었네 / 天遠道無因
부지런히 경작해도 풍년 만나지 못하니 / 力耕不逢年
안쓰럽다 늘 양식 부족하지 / 惜哉常食貧
동쪽으로 지붕 모서리 닿는 곳 / 東偏屋角稠
이웃에 변 통판 살지 / 隣有邊通判
막 바다 밖에서 돌아와 / 新從海外來
나누는 말마다 다 장관이네 / 與語皆壯觀
한라산에 구름과 노을 덮였고 / 雲霞漢挐山
조천관에 배 오간다지 / 舟楫朝天館
또 들으니 기이한 약초도 많아 / 復聞富奇藥
신선들이 가만히 기린다네 / 仙人所幽讚
바라건대 신령한 싹 따서 / 願言採靈苗
늙은이 쇠한 모습 구제해 주시게나 / 頹齡救衰換
강촌으로 어시장 가까운 곳 / 江村近漁市
이웃에 이 충의 살지 / 隣有李忠義
왕손이 직접 생업에 종사하여 / 王孫自食力
풍파의 일에 익숙하네 / 狎翫風波事
어찌 신농씨 말하랴 / 肯爲神農言
희황도 남긴 이로움 있다네 / 羲皇有遺利
몸 늙었어도 아들이 장성하였고 / 身老子又壯
물속에 물고기도 없어질 리 없지 / 水中魚不匱
내가 영주의 뱀에 느낀 바 있어 / 我感永州蛇
그대에게 이르노니 위험 조심하시게 / 謂君愼危墜
[주-D001] 알아주는 이 :
지음(知音)은 초(楚)나라의 거문고 명인 백아(伯牙)와 그의 연주를 잘 감상했던 종자기(鍾子期)의 고사에서 유래하여 친한 벗을 의미한다. 《呂氏春秋 卷14 孝行覽 本味》 여기서는 단순한 벗의 관계를 넘어 이 세마(李洗馬)의 됨됨이를 알아주는 사람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주-D002] 내가 …… 달아났으니 :
이민구가 유배객이 되었다는 말이다. 도공허(逃空虛)는 본래 《장자(莊子)》 〈서무귀(徐无鬼)〉의 “텅 빈 골짜기에 숨어 사는 사람은 명아주와 콩잎이 족제비의 길마저 막고 있는 터라, 빈 골짜기에서 홀로 걷다가 쉬다가 하노라면, 다른 사람이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기뻐하는 것이다.〔逃空虛者, 藜藿柱乎鼪鼬之逕, 踉位其空, 聞人足音跫然而喜.〕”라는 내용에 보이는 말로, 전하여 아주 깊은 산중(山中)에서 외로이 지내는 것을 의미한다.
[주-D003] 관가(官家)에서 …… 없었네 :
신씨의 효행과 우애가 표창 받을 만해서 관가에서 추천했지만 나라의 살핌을 받지 못했다는 말이다. 현가(縣家)는 관가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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