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매기 노래〔芸田歌〕/ 이민서(李敏敍)
서하집 제2권 / 칠언고시(七言古詩)
영릉을 봉심할 때 도중에 짓다.
여인네는 궁둥이 쳐든 채 머리를 들고 / 大女昂頭尻蓋高
남정네는 몸을 굽혀 무릎으로 기는데 / 大男踏膝身拳曲
어린 것은 팔딱팔딱 앞뒤로 내달리고 / 稚子彊彊走前後
늙은 할멈 새참 내자 까마귀 솔개 뒤쫓누나 / 老婦饁處烏鳶逐
새로 일군 밭에 생기 넘쳐 벼 싹이 푸르르니 / 新田活活稻苗靑
알겠어라 지난밤 산비가 흠씬 내렸음을 / 知是前宵山雨足
나는 본래 교하의 늙은 농부라서 / 我本河濱老田夫
농가의 진풍경 기쁘게 바라본다오 / 喜見田家眞物色
바빠 날뛰는 벼슬아치들에게 부치노니 / 寄謝紛紛肉食人
밭 가는 즐거움을 평생 어찌 알겠는가 / 生平豈識耕田樂
[주-D001] 영릉(英陵) :
세종대왕(世宗大王)과 소헌왕후(昭憲王后) 심씨(沈氏)의 능으로, 경기도 여주시(驪州市) 세종대왕면(世宗大王面 옛 능서면(陵西面))에 있다.
[주-D002] 벼슬아치들 :
원문의 ‘육식인(肉食人)’은 벼슬아치들을 낮춰 부를 때 쓰는 말이다. 《춘추좌씨전》 장공(莊公) 10년 기사에 보면, 제(齊)나라가 공격해 옴에 장공이 응전하려 하자 조귀(曹劌)가 알현을 청하였다. 마을 사람이 묻기를 “고기를 먹는 자들이 잘 알아서 할 텐데, 또 무엇 때문에 끼어드는가.[肉食者謀之, 又何間焉?]”라고 하자, 조귀가 대답하기를 “고기를 먹는 높은 분들은 식견이 낮아서 멀리 꾀하지 못한다네.[肉食者鄙, 未能遠謀.]”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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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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