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당선생집 제1권 / 시(詩) / 이식(李植)
가을의 회포를 서술한 시 2수
고니 그려 보려 해도 고니와는 영 다르고 / 刻鵠不類鵠
호랑이 그림 역시 호랑이완 딴판일세 / 畫虎不成虎
문장 솜씨 보이려고 시간 허비했을 뿐 / 文辭費工巧
학문의 세계는 끝내 황폐해졌어라 / 經術終鹵莽
세속의 흐름에 그럭저럭 휩쓸린 몸 / 由由俗同流
세상에선 녹록하다 끼워 주지도 않는구나 / 碌碌世不數
어느새 세월은 한 해의 내리막길 / 歲月坐晼晚
풍상 속에 모습 변한 풀과 나무들 / 風霜變草樹
사무치게 느껴지는 계절의 변화 / 人情感氣序
갖가지 느낌으로 심장 속에 파고 드네 / 百端侵腸肚
그래도 나의 지취(知趣) 평소에 정해 두고 / 平生定微尙
법도 어긋나지 않게 묵수(墨守)했나니 / 守墨不偭矩
이것을 가지고 어디로 돌아갈까 / 持此欲何歸
낙천 그리고 안토의 경지로세 / 樂天且安土
서리 맞은 대처럼 얼어 죽거나 / 凍死如霜竹
마른 소나무처럼 굶어 죽거나 / 飢死如枯松
지사(志士)라면 구학의 뜻 지니고 있을지니 / 士有溝壑志
어떻게 고궁을 사양할 수 있으리요 / 安可辭固窮
예로부터 성인을 따르던 인사들은 / 古來聖人徒
일표 일단(一簞)으로 만종에 뻐겼거늘 / 一瓢傲萬鍾
나는야 빈 가슴 쓸어 내리며 / 而我撫空懷
분수 달게 여기며 바보처럼 지내누나 / 分甘守愚憃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흉년 / 荒年困糊口
콩죽이나마 기쁘게 해 드릴 길도 없네 / 啜菽無懽悰
지극한 즐거움을 어디서 찾아보리 / 至樂詎能尋
온갖 근심 걱정 마음속에서 싸우는 걸 / 憂端方內攻
어떡하면 호연지기(浩然之氣) 충만해져서 / 何當充浩氣
가슴속 툭 터지는 경지를 이뤄 볼까 / 廓爾開心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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