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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쓰레기”를 보고 전 세계가 경이롭다고 말하는 이유

淸潭 2023. 8. 4. 16:40
흥미로운 이야기

한국의 “쓰레기”를 보고 전 세계가 경이롭다고 말하는 이유

조회수 23.1만2023. 8. 1. 11:01
 

격동의 세월을 거치며 정착된 민주주의,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이라는 최악의 역경을 견뎌내고 산업화를 이뤄내 세계 10위권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우리나라는 전 세계 모든 개발도상국의 롤모델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한류라 일컬어지는 문화산업까지 세계 곳곳에 정착되면서 단군 이래 전 세계에서 가장 관심이 한국에 쏠렸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의외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 해외언론은 앞다퉈 한국의 음식물쓰레기에 주목하며 경이롭다고 표현하고 있으며, 뉴욕타임스와 같은 유수 해외언론은 이를 집중 취재하기 위해 기자를 파견하기도 합니다.

전 세계가 경이롭다, 배우고 싶다고 외치는 한국의 음식물 쓰레기는 무엇이 어떻게 다른 것일까요?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부각시킬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사례는 아마도 태평양 한가운데 떠 있는 거대한 쓰레기 섬일 겁니다.

태평양 대 쓰레기장이라 불리는 이 섬은 하와이 북동쪽으로 1,600km 떨어진 곳에 바다로 흘러든 각종 쓰레기가 해류를 따라 한 곳에 모이면서 만들어졌죠. 그 크기가 무려 160만 제곱킬로미터로 한국 전체 면적의 16배에 달합니다. 이곳에 모인 플라스틱 쓰레기는 무려 8만 톤에 육박한다고 하는데 충격적입니다. 물론 이 섬의 형성 과정에도 한국인들은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국립과학공학의학원이 발표한 보고서에는 전 세계 주요국의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 현황이 담겼는데 한국은 부끄럽게도 이 부문 세계 1위를 차지했습니다. 절대적인 배출량으로는 미국이나 EU, 인도, 중국에 미치지 못하지만, 일반쓰레기 중 플라스틱 배출량은 24.3%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아마 한국은 독일에 이은 세계 두 번째로 분리수거를 잘하는 신화적인 국가라는 소문을 들어보신 적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러한 신화는 OECD가 2013년 발표한 '재활용 경쟁에서 이긴 국가들'이라는 제목의 인포그래픽에서 비롯됐는데요. 그래프에서 한국은 독일에 이어 59%로 2위를 차지했죠.

하지만 그래프를 자세히 보시면 이내 쓰레기 분리수거율이 아니라 전체 도시 폐기물 중 재활용 및 퇴비화된 폐기물에 대한 조사입니다. 분리수거율과는 차이가 있는데 쉽게 말하면 저 그래프는 도시에서 버려지는 쓰레기 중 재활용되거나 또는 퇴비화된 폐기물의 비율을 말합니다. 가정에서 배출하는 분리수거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를 자원순환을 대표하는 친숙한 용어로 풀다 보니 생긴 오해로 보입니다.

하지만 '생각만큼 한국이 분리수거를 잘하는 게 아니었나?'라며 스스로 깎아내릴 필요는 없습니다. 음식물 쓰레기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전문가를 파견해 배워가는 선진국이니까요.

음식물 쓰레기 취재를 위해 한국에 기자 2명을 파견한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6월 14일 '한국은 어떻게 음식물 쓰레기를 재활용하는가'라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기사는 매년 전 세계적으로 버려지는 14억 톤의 음식물 대부분은 매립지에서 썩으면서 물과 토양을 오염시키고 강력한 온실가스 중 하나인 메탄을 발생시키지만 거의 20년 전부터 음식물 쓰레기 매립을 금지한 한국에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을 찾은 뉴욕타임스 취재진은 며칠 동안 한국에 머물며 서울을 포함 주요 지역의 음식물 쓰레기 시설을 찾아가 식탁에서부터 시설까지 음식물 쓰레기가 변환되는 과정을 세세하게 취재했죠.

취재진은 서울 명동의 음식점부터 가정집 곳곳마다 어떤 식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 배출하는지 살펴본 후 경기도 고양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 시설을 직접 찾았습니다. 이렇게 보내지는 음식물 쓰레기는 다른 국가처럼 매립지에 버리는 것이 아니라 여러 처리 과정을 거쳐 대부분 동물 사료, 비료 및 가정 난방용 연료로 전환된다는 점이 상당히 인상적이라고 했죠.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의 90%가 이런 식으로 처리됩니다. 그런데 이런 시스템은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뉴욕의 경우 지난 6월 8일 기후변화 대책 중 하나로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를 의무화하는 '제로 웨이스트' 법안을 가결했고 세계 1위 음식물 쓰레기 배출국인 중국은 2019년부터 쓰레기 분리수거를 추진했을 뿐 음식물 쓰레기에 대한 별다른 규제는 없습니다.

음식점이나 호텔 등에서 버려지는 쓰레기에 대해서는 일부 관리하지만, 가정에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는 거의 관리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오명이 창피했던지 지난 2020년 8월 시진핑 국가 주석은 음식 낭비를 단호히 막아야 한다고 직접 언급하며 먹방 등을 제한하기 시작했지만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이미 20년 전부터 음식물 쓰레기를 별도로 분리수거하는 국가 차원의 정책을 시행하면서 이 처리방안을 고심해 왔고 마침내 전 세계에서 유일한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배우기 위해 덴마크와 중국 등은 전문가를 파견해 한국식 시스템을 배워가기 시작했는데요.

그럼 20년 전 한국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1인당 매년 130kg 이상의 음식물 쓰레기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럽이나 북미 등이 1인당 100kg이라는 점에서 볼 때 상당히 많은 수준인데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에는 유럽이나 북미에 없는 독특한 식문화가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반찬'이라는 존재죠. 주메뉴 하나에 딸려 오는 반찬이 적게는 3~4개부터 많게는 10개가 넘으니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가 적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식문화로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이 많아지자, 정부는 몇몇 급진적인 정책을 실시하기 시작합니다.

우선 2005년 1월 1일부터는 시 이상의 지역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직매립하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특별시, 광역시, 특별자치시, 특별자치도 또는 시 지역에서 발생하는 음식물류 폐기물은 바로 매립하여서는 아니 되며, 소각, 퇴비화, 사료화, 부숙, 탄화, 소화 또는 부숙토 생산 등의 공정에서 발생하는 재활용 용도에 맞지 아니한 협잡물과 잔재물만을 매립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전까지 한국에서는 음식물이 부패하면 퇴비가 된다는 인식이 있어 몰래 매립하는 관행이 있었으나 하루 1만 톤이 넘는 음식물이 땅에 매립되면 이는 감당할 수 없는 재앙이 됩니다.

악취, 해충, 침출수 등 2차 환경오염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였기 때문에 이미 1997년에 시행규칙을 개정했습니다. 8년 정도 유예기간을 두고 익숙해지도록 했죠. 그리고 2010년부터는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를 실시해 배출자가 버린 양만큼 비용을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적게 버리면 적게, 많이 버리며 많이 비용을 납부하면 되는 것이죠.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는 크게 3가지 방식으로 사용됩니다. 우선, 아파트 단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선주파수인증' 방식인데 공동주택에 설치된 배출 장비에 카드를 인식 후 배출하면 배출자와 배출된 음식물 쓰레기의 무게 정보가 환경부 중앙시스템으로 전송되어 수수료가 부과됩니다.

공동주택 외 단독주택이나 일반 가정집에서 흔히 사용되는 방식은 봉투 방식으로 편의점이나 마트 등에서 종량제 봉투를 유료로 구매해 여기에 담아 음식물을 배출하는 방식입니다. 정해진 장소에 놓아둔 음식물 쓰레기 전용 수거기에 담아 버리면 주기적으로 음식물 쓰레기 차가 와서 비워가죠.

쓰레기 종량제의 효과는 어땠을까요? 처음 이를 시행했을 때는 엄청난 반발이 있기도 했습니다. 쓰레기를 돈 내고 버린다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기 때문이죠. 불법 투기는 예사였고, 집에서 쓰레기를 태우거나 차를 타고 인적이 드문 농촌으로 가 몰래 투기하는 사례도 빈번했죠. 하지만 법적으로 강제하면서 이는 빠른 속도로 자리 잡기 시작해 현재는 전국 모든 시, 군, 구에서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미 20년 가까이 시행한 덕분에 음식물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은 몰지각한 인간이라는 국민 공감대가 형성되어 아주 몰지각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음식물을 버리는 사람은 없어졌죠. 이렇게 모인 음식물 쓰레기 역시 직매립할 수 없어 이를 자원화하는 방법이 연구되기 시작했습니다. 가령 사료로 만들거나 퇴비로 만들거나 일부러 발효시켜 생성된 메탄가스를 연료로 사용하고 있죠.

여기에 2013년부터는 이 처리 과정을 위해 음식물 쓰레기를 짜내면서 발생하는 액체인 침출수도 바다에 버리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그러니까 한국에서 시행되는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시스템이 기후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실질적으로 줄이고 해양오염까지 막아주고 있기 때문에 외국에서 봤을 때는 경이로운 수준인 겁니다.

이에 탄소 줄이기 연구 단체인 '프로젝트 드로다운'의 폴 웨스트 선임 연구원은 한국에서 사용되는 이 프로그램은 연간 약 6억 달러라는 비용이 발생하지만, 전 세계 모든 전문가와 국가가 모방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미국 시애틀 타임스 역시 음식물 쓰레기는 메탄뿐만 아니라 그것의 생산과 운송에 들어간 에너지와 자원 또한 낭비되었기 때문에 기후 변화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라며 많은 도시가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처럼 국가적인 규모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서방 주요 도시들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법으로 한국의 시스템을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지구가 직면한 환경문제와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환경단체 'Earth.org'는 2021년 초 발표한 '한국은 어떻게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의 본보기가 되었나?'라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술을 전 세계가 배워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습니다.

보고서는 '역사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음식물 쓰레기 비율을 자랑하는 한국은 현재 전체 음식물 쓰레기의 95%를 재활용하고 있다. 1995년 2%밖에 재활용하지 못하던 한국에게 다른 국가들은 무엇을 배워야 할까?'라며 유사한 주장을 제기했는데요.

1960~70년대 한국은 먹을 것이 없어 풀뿌리를 캐 먹고 나무껍질을 벗겨 먹으며 배고픔을 견뎌야 했을 만큼 가난했습니다.이후 급격한 경제발전으로 먹고살기 충분해지면서 이제는 음식물이 남아서 버리는 시대가 됐습니다.

다만 버려지는 음식물을 함부로 땅에 묻거나 바다에 투기해 환경오염을 야기하는 대신 다시 자연에 무해한 상태로 되돌려주는 효과적인 방법을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한국을 배워가는 것이 결국에는 지구를 지키는 방법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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