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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뭉클했던 류현진 완봉승

淸潭 2019. 5. 8. 20:30

"사실 나도 놀랍다"

가슴 뭉클했던 류현진 완봉승

 현장조미예 입력 2019.05.08. 19:21 수정 2019.05.08. 19:23

               

“(사실 나도) 놀랍다.”

류현진의 두 번째 완봉승. 첫 번째는 2013년 5월 29일(이하 한국 시각) 이었고, 두 번째는 2019년 5월 8일 오늘이었습니다. 6년 만에 거둔 완봉이었지만 의미가 다릅니다. 어깨 수술, 팔꿈치 수술을 한 선수가 완봉승을 거둔다는 건 믿기지 않는 결과. 더구나 2013년보다 훨씬 좋은 투구 내용을 보여줬습니다.

“지금 이 같은 투구를 한다는 게 본인 스스로도 놀랍지 않은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이에 류현진은 “놀랍죠. 놀랍고..”라며 옅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정말 기적 같은 일입니다.

본인도 놀라울 정도의 피칭을 보여주고 있는 류현진. 그는 “가장 좋은 하루를 뜻한다”라며 완봉승의 의미를 알렸습니다.

9이닝 동안 4피안타 6탈삼진 0볼넷 무실점. 투구 수는 93개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ERA는 2.03) 에이스 투수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9회초 2사에서 타석에 오른 프리먼을 상대하는 류현진. 볼카운트가 1-2가 되자, 팬들이 일제히 기립합니다. 이미 관중들은 류현진의 완봉승을 축하할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기대했던 대로 깔끔하게 삼진으로 경기를 끝냈습니다. 류현진이 두 번째 완봉승을 거두는 순간입니다. 그 순간 작은 미소를 지으며 기쁨을 표시했습니다. 화려한 제스처는 아니지만, 입술을 살짝 깨물며 짓는 미소만으로 지금의 심정을 그대로 알 수 있었습니다.

진심이 느껴지는 표정과 제스처. 동료들이 더 좋아하고, 축하해줬습니다.

9회까지 함께 호흡을 맞췄던 러셀 마틴도 류현진의 완봉승을 축하했습니다.

커쇼가 정말 진심으로 좋아해 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마운드 위에서 류현진을 꼭 안아주는 커쇼. 요즘 보기 힘든 완봉승이었고, 류현진이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를 잘 알고 있는 커쇼기에 그를 마음으로 안아줬습니다.

커쇼는 류현진을 조금이라도 더 끌어 안고 싶지만, 기쁨을 함께 나눠야 할 동료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로버츠 감독,

허니컷 코치도 그를 꼬옥 안았습니다. 로버츠 감독과 허니컷 투수 코치는 류현진이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구종과 스트라이크 존을 자유자재로 공략하는 제구를 크게 칭찬했습니다.

지금의 투구를 보여주기까지는 고된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그 고된 과정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허니컷 투수 코치는 류현진을 더 오래 꽉 안아줬습니다.

류현진도 정말 기뻐하는 모습입니다. 인터뷰에서도 “오늘은 좋은 날입니다”를 강조했습니다.

이날 경기에서 공동 MVP에 선정된 류현진과 저스틴 터너. 경기 후, 필드에서 하는 인터뷰를 저스틴 터너가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터너는 본인이 아닌 류현진이 진짜 MVP라며 류현진에게 인터뷰할 것을 권유했습니다.

류현진은 아니라며 터너의 제안을 뿌리치고 그라운드를 뼈져 나왔습니다.

사진=다저스 구단

하지만 공동 수상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클럽하우스에서 둘은 다정히 MVP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다시 그라운드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겠습니다. 로버츠 감독은 이날 류현진의 가족과 지인들이 응원을 많이 왔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류현진도 평소보다 더 크게 가족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습니다.

이때 어머니는 눈물을 참지 못하셨고, 아버지도 흐뭇함과 대견함으로 류현진을 바라봤습니다. 내조의 여왕 아내 배지현 아나운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가슴이 벅차오르는 순간입니다.

류현진이 가장 칭찬 받고 있는 투구 내용이 바로 ‘공짜 출루는 없다’ 입니다. 류현진을 이렇게 키운 일등 공신은 바로 아버지입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홈런을 맞더라도 볼넷은 허용하지 말라”는 게 아버지의 가르침이었고, 볼넷을 허용하는 날은 호되게 꾸짖었습니다.

류현진이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르자, 아내와 어머니는 비슷한 제스처를 취했습니다. 아내는 두 손을 모아 간절히 기도했고, 어머니는 가슴에 손을 올렸습니다. 간절함이었고, 가슴 벅참이 있었습니다. 이처럼 건강하게 마운드에 오른 것만으로 감사할 일이었는데, 1회부터 9회까지 마운드를 책임지는 선수가 됐으니 말입니다.

결혼 후, 더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류현진. 그의 성공적인 복귀는 결국 가족 덕분입니다.

#. 모든 게 완벽했던 류현진

이날 류현진은 공만 잘 던진 게 아니었습니다. 수비면 수비, 타격이면 타격.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5회까지 완벽한 투구를 보여준 류현진.

6회 관중들은 갑자기 기립하며 박수를 보냈습니다.

여기저기 관중들이 일어섭니다. 큰 박수를 보내고,

목청 높여 응원의 메시지도 보냅니다.

6회 선두 타석에 오른 플라워스가 류현진의 퍼펙트를 깨는 좌전 안타를 날렸기 때문입니다. 안타 날린 플라워스에게 보내는 박수가 아닌, 퍼펙트는 깨졌지만, 훌륭한 피칭을 하는 류현진에게 보내는 박수였습니다.

류현진은 퍼펙트게임을 신경 쓰기에는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7~8회 이후였다면 신경이 쓰였겠지만, 6회 선두 타자에서 안타가 나왔기에 의식하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팬들은 이를 기억하고 기립박수를 보냈습니다.

안타까지 적립하며 본인의 완봉승을 더 빛나게 했습니다.

안타를 날린 것도 대단히 잘한 일인데, 더 요구할 게 없으니 ‘홈런’이 거론됩니다.

류현진은 “타격 연습을 할 때는 홈런을 많이 날리는데, 실전에선 왜 이렇게 안 터지는지 모르겠다. 역시 경기 때는 타격이 어려운 것 같다”라며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수비도 훌륭했습니다.

8회초 2사 1루 상황에서 만난 인시아테를 땅볼로 유도한 류현진은 잽싸게 움직였습니다.

투수 앞으로 땅볼을 유도한 것도 좋았고, 빠르고 깔끔하게 아웃까지 잡아내는 플레이도 훌륭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멋진 수비가 있었습니다.

5회초 1사에서 상대한 마케이키스의 타구를 2루수 땅볼로 유도한 다음 재빠르게 1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갑니다. 순간, ‘류현진이 이렇게 빨랐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류현진의 순발력, 운동 신경은 보기보다 월등히 뛰어납니다.

마케이키스보다 반 박자 빠르게 베이스를 커버한 류현진은 글러브 안에 공이 있다는 제스처를 취합니다.

류현진의 놀라운 수비에 관중들이 열광했습니다. 분위기 자체를 류현진이 이끌어갔습니다.

류현진은 “동료들의 수비 도움과 득점 지원이 없었다면 완봉이 어려웠을지도 모른다”라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습니다. 그러면서도 “완봉승은 선발투수에게 가장 좋은 하루를 뜻한다”라며 “오늘은 정말 좋은 날이다”라고 완봉승을 자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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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퍼펙트 깨지자 무릎 꿇은 터너, 홈런 3방으로 보답

박소영 입력 2019.05.08. 14:23 수정 2019.05.08. 17:09

               

류현진(32·LA 다저스) 완봉승의 도우미는 저스틴 터너(34)였다.

8일 애틀랜타전에서 6회 플라워스의 타구를 놓치고 안타까워 무릎을 꿇고 있는 터너. 이 안타로 류현진의 퍼펙트 행진이 깨졌다. [AP=연합뉴스]

다저스는 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 열린 메이저리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홈 경기에서 9-0으로 완승을 거뒀다. 터너가 무려 3홈런을 쏘아올리는 등 5타수 4안타(3홈런) 6타점 3득점으로 맹활약했다. 그가 한 경기에 3홈런, 6타점을 기록한 건 처음이다.

이에 힘입어 류현진은 9이닝 동안 4안타만 내주고 무실점으로 시즌 4승(1패)째를 거뒀다. 볼넷은 하나도 없었고 삼진은 6개를 잡았다. 9회까지 투구 수는 93개에 불과할 정도로 아주 효율적인 투구를 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2.55에서 2.03으로 낮아졌다.

류현진이 완봉승을 거둔 건, 빅리그에서 두 번째다. 지난 2013년 LA 에인절스전(9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 이후 6년 만이다. 이날 승리로 내셔널리그 14개 전 구단 상대 승리까지 완성했다.

8일 애틀랜타전에서 스리런 홈런을 치고 있는 터너. [AP=연합뉴스]
류현진이 9회까지 안정적으로 던질 수 있었던 건 1회 말부터 3득점이 터졌기 때문이다. 특히 터너의 활약이 눈부셨다. 시즌 2호부터 4호 홈런이 한 번에 터졌다. 터너는 1회 말 솔로포로 선제점을 뽑았다. 2회 말 2사 주자 2루에서는 1타점 적시타를 터뜨렸고, 5회 말에도 또 솔로포를 쏘아올렸다. 다저스는 5회까지 5-0으로 앞서나갔다.

터너의 방망이는 식지 않았다. 6-0으로 앞서 8회 말 2사 주자 1,2루에서는 왼쪽 담장을 넘기는 스리런포로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다저스는 올해 무시무시한 장타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터너는 이날 전까지 1홈런에 그치며 아쉬운 모습이었다. 이날은 극적인 순간 활약해 얻은 '터너 타임'이란 별명에 걸맞는 모습이다.

특히 터너는 류현진의 호투에 누구보다 힘을 냈다. 6회 초 류현진이 타일러 플라워스에게 좌전 안타를 내주며 퍼펙트 행진이 멈췄다. 당시 3루수 터너가 슬라이딩을 하며 타구를 잡으려고 했지만 놓쳤다. 터너는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고 땅을 치고 무릎을 꿇으며 아쉬워했다. 터너는 경기 후 "류현진의 투구는 언제나 특별하다. 그는 어떻게 투구를 하는지 잘 안다. 오늘도 모든 부분에서 잘했다"고 말했다.
류현진과 저스틴 터너. [사진 다저스 트위터]

화려한 '황금수염'으로 유명한 터너는 인생역전의 대명사다. 2005년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한 그는 뉴욕 메츠에서 백업 내야수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2013시즌 뒤 방출의 아픔을 겪었다. LA 인근의 롱비치 출신인 터너는 2014년 초청선수로 고향팀 다저스에 입단했다. 이후 타격폼을 손보면서 장타력을 길러 2015년 주전 자리를 꿰찼다. 포스트시즌에 유독 잘 치면서 '가을 사나이'란 별명도 얻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