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김무성, 유승민, 김성태, 권성동, 정진석, 하태경, 이혜훈. 12월 9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2주년을 맞아 태극기 세력 측이 지목한 ‘탄핵 7적’ 명단이다. 태극기 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무죄 석방 천만인 본부’ 측은 지난 6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나머지 탄핵 찬성파들은 ‘사과’한다면 함께할 수 있지만 ‘탄핵 7적’ 그중에서도 김무성·유승민·권성동·김성태 ‘탄핵 4적’은 정계를 은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관계자는 탄핵 찬성파 가운데서도 이들을 콕 찍어 7적으로 지목한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때는 지난 2016년 11월 13일, 비박계가 중심이 된 비상시국회의 당시로 돌아간다.
- ‘탄핵 주범’ 김무성·유승민 > 김성태 > 권성동 > 정진석 > 하태경·이혜훈
- 태극기 측 “‘사과’도 필요 없다… 김무성·유승민·김성태·권성동은 정계 은퇴해야”
‘탄핵 7적이 누구냐’는 기자의 질문에 태극기 집회 측 관계자는 가장 먼저 ‘김무성·유승민 의원’을 꼽았다. 그는 “명실상부한 탄핵 원흉들이다”라며 “이 둘이 탄핵의 주범인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이 둘을 비롯해 탄핵 7적들에 대한 화형식 진행을 고려 중이다"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탄핵 주범’
김무성·유승민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내에서 ‘탄핵론’이 처음으로 공론화된 것은 2016년 11월 13일 비박계가 중심이 된 비상시국회의에서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의 발언 이후다. 이 자리에서 그는 “사태 수습이 어려운 이유는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헌법 위배의 몸통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며 “국민의 이름으로 탄핵의 길로 가야 한다”고 탄핵을 공식화했고, 이후 비박계는 탄핵 열차에 올라탔다.
이 관계자는 “박지원 의원이 한 매체에 출연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시키는 데 일등공신이 박 의원 아니냐’는 질문을 받자 ‘나는 은메달이고 김무성 의원이 금메달이다’라고 말했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이 관계자는 ‘원조 친박’이었던 유승민 의원에 대한 ‘배신감’도 내비쳤다. 그는 “의원총회에서 아주 악질적으로 탄핵을 주도했다”고 지목 배경을 설명했다.
유 의원은 지난 2016년 11월 25일 정진석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의총에서 “탄핵도 모든 가능성을 면밀하게 검토한 후 추진하는 게 마땅하다”며 정기국회 회기 내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처리하겠다는 야당의 입장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히자 “이것(탄핵안 처리)을 늦출 방법이 없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발의하는 것도 아니고, 야당이 발의하면 72시간 이내에 탄핵안을 표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유 의원은 같은 달 29일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와 관련해서는 “국회에 공을 넘기고 본인의 퇴진 일정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국민들께서 진정성 있는 담화라 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국회에서 일단 여야가 논의를 해보되 국회 합의가 안 되면 헌법적 절차는 탄핵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 의원이 불과 8개월 전 4.13 총선 유세 당시 까지만 해도 ‘박근혜 마케팅’에 열을 올렸던 사실을 비춰보면 이 같은 그의 발언은 박 전 대통령 지지 세력의 원성을 사기에 충분했다는 관측이다.
조해진 당시 무소속 후보는 유 의원과의 공동 유세 현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누구보다도 사랑한 죄밖에 없는데 시샘과 이간질, 음모에 휘말려 비극적으로 원내대표에서 물러나야 했던 유 후보가 이 자리에 왔다”면서 “버림받은 자식이 부모한테 어떻게 효도하는지 저 조해진과 유승민이 보여드리겠다”고 말한 바 있다.
'국조특위원장’ 김성태
'법사위원장’ 권성동
이 관계자는 김성태 의원에 대해선 “박근혜·최순실 국정조사 당시 위원장을 맡아서 박 전 대통령을 욕보이는데 앞장섰다”라고 지적했다.
당시 김무성계였던 김성태 의원은 2016년 12월 6일 오전 10시 1차 증인 청문회에 앞서 “헌정 사상 유례 없는 국정농단으로 국민들의 가슴을 찢은 저들의 후안무치한 행태를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들에게 속았든 알고 있었든 울타리였던 박근혜 대통령에게 정말 실망했고 절망했고 나아가 이 초유의 사태를 야기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탄핵 정국 당시 법사위원장이었던 권성동 의원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탄핵 소추안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하면서 ‘눈물’을 흘리던 것을 똑똑히 기억한다”며 “아마도 감격(?)의 눈물이었을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란 법제·사법에 관한 국회의 의사결정 기능을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국회상임위원회를 말한다. 즉 당시 법제사법위원장이었던 권성동 의원이 마음만 먹었다면 자체 조사를 통해 탄핵의 타당성을 재검토할 수 있었다는 게 태극기 세력 측 주장이다.
실제로도 당시 야권 일각에서는 “권 위원장이 자체 조사를 빌미로 탄핵안을 헌재에 넘기지 않고 시간을 끄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당시 권 의원은 “탄핵안은 본회의 의결만 되면 사실상 끝이다. 법사위 조사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요식행위이기에 크게 신경 쓸 것이 없다”며 “탄핵안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를 받았다는 것은, 그것이 바로 ‘국민의 뜻’이라는 이야기”라고 야권의 걱정을 몸소 불식시켰다.
‘원내대표’ 정진석,
‘영남·수도권 대표’ 하태경·이혜훈
정진석 의원에 대해선 “당시 원내대표로서 충분히 방패막이 되어 줄 수 있었음에도 특검 등 모든 것을 그냥 허용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 의원은 그해 10월 26일 국회에서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은 특검을 즉각 수용할 것”이라며 “특검을 여야 협의로 바로 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한 술 더 떠 11월 4일에는 “정치적 중립성이 담보된다면 야당이 요구하는 개별 특검, 야당 추천 특검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까지 밝혔다. 물론 ‘정치적 중립성 담보’라는 단서가 붙었지만 야권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미로 읽히는 대목이다.
끝으로 하태경 의원(부산 해운대구갑)과 이혜훈 의원(서울 서초구갑)에 대해선 “각각 영남과 수도권을 대표해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같은 해 11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순실 사태는 대통령이 적극 개입한 것이 너무나 분명하다”면서 “이제는 박 대통령이 최소한 하야에 준하는 2선 후퇴를 단행해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때”라고 말했다.
이혜훈 의원은 같은 해 12월 7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탄핵에 찬성하는 몇몇 의원들로부터 공개되면 망신이 될 수 있는 사안을 은근히 알고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들었다”며 탄핵 찬성 의원들에 대한 사정기관 발(發) ‘협박성’ 전화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탄핵 표결 당일 이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으로 입장하다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전달하는 ‘탄핵 찬성 촉구’ 꽃을 받고 환하게 미소 지으며 악수한 사실은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당시 그 꽃에는 ‘촛불을 기억하세요’·‘탄핵에 찬성하세요’란 글귀가 붙어 있었다.
고정현 기자 jh0704@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