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세상사는 이야기

후 레 자 식

淸潭 2018. 1. 3. 11:20

레 자 식   

                                                           

 
       비틀거림이 없는 삶이
       고향집 에서 더는 홀로 살지 못하게 된
       여든셋, 치매 앓는 노모를
       집 가까운 요양원 으로 보낸다

       시설도 좋고, 친구들도 많고
       거기가 외려 어머니 치료 에도 도움이 돼요

       1년도 못가 두 손 든 아내는
       빛 좋은 개살구 들을 골라
       여기저기 때깔 좋게 늘어 놓는다, 실은
       늙은이 냄새, 오줌 지린내가 역겨워 서고

       외며느리 병 수발이 넌덜머리 가 나서 인데
       버럭 고함을 질러 보긴 하였지만, 나 역시 별수 없어
       끝내 어머닐 적소(適所)로 등 떠민다

       애비야, 집에 가서 같이 살면 안 되냐?
       어머니, 이곳이 집 보다 더 좋은 곳 이에요
       나는 껍질도 안 깐 거짓말을 어머니 에게 생으로 먹이고는
       언젠가 나까지 내다 버릴지 모를
       두려운 가족의 품 속으로 허겁 지겁 돌아온다

       고려장이 별 거냐
       제 자식 지척에 두고 늙고 병든 것 끼리 쓸리어
       못 죽고 사는 내 신세가 고려장 이지

       어머니의 정신 맑은 몇 가닥 말씀에, 폐부에 찔린 나는
       병든 개처럼 허정 거리며

       21세기 막된 고려인의 집 으로 돌아온다
       천하에 몹쓸, 후레자식 이 되어
       퉤퉤, 돼 먹지 못한 개살구 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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