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살 대근이는 큰 덩치에 힘이 좋아 저자거리 왈패들 틈에 끼었다. 왈패란 원래 바탕이 악하고 독해야 하는데 대근이는 싱겁고 물러 터졌다. 왈패 두목은 덩치가 작지만 항상 허리띠에 은장도를 차고 싸움판에서 상대방 허벅지를 칼로 쑤시거나 뒤꿈치 인대를 끊어버리기도 하는 독종이다. 국밥집에서는 두목 이름을 달고 무엇이든지 먹을 수 있고 주막에서는 술을 맘대로 퍼마실 수 있는 맛에 대근이는 두목이 시키는 일이면 물불 안 가리고 나쁜 짓을 일삼았다.
두목이 노름판에서 판돈이 바닥나자 대근이를 집으로 보냈다. 삼경이 넘은 시간에 잠자는 두목 마누라를 깨워 장롱 속의 돈을 받아서 나오는데 두목 마누라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전대째 갖다주고 다시 이리로 와, 알았지.”
그날 밤, 두목은 노름판에서 골패를 쪼으는데 대근이는 두목 마누라 배 위에서 절구를 찧었다. “대근이 총각, 이렇게 튼실한 물건은 처음이야. 자주 와.” 한움큼 엽전을 쥐어줬다. 허리춤을 추스르며 두목집을 나올 때 새벽닭이 울었다.
대근이가 다시 노름판으로 가서 뒷전에 쪼그리고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두목 마누라의 감창이 귓전을 맴돌았다. 이날 이때껏 올라탔던 들병이·삼패기생과는 맛이 전혀 달랐다. 벌써 또 하초가 뻐근해졌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어느 날 저녁, 패거리들이 주막에서 왁자지껄 한참 흥이 오를 때 대근이는 살짝 빠져나와 두목집으로 갔다. 꽝! 두목이 발로 문짝을 찼을 때 대근이는 두목 마누라 배 위에서 얼어붙었다. 다른 왈패들이 대근이의 사지를 잡고 아직도 바짝 치켜선 대근이의 물건을 댓돌 위에 놓자 두목이 주먹보다 큰 돌멩이로 대여섯번 힘껏 내리쳤다. 대근이의 대근(大根)은 낭자한 유혈 속에 짓이겨져 너덜너덜해지고, 대근이의 비명은 하늘을 찢었다.
여섯달이 흘렀다. 신기하게도 짓이겨져 있던 대근이의 물건은 울퉁불퉁하게 아물었는데, 그 크기가 어마어마해졌다. 대근이는 제 고향에 살기도 그렇고 해서 보부상을 따라다녔다. 어느 주막집에서 시험을 해보기로 했는데, 가끔씩 해웃값 벌이를 하는 주모가 그날 밤 아랫도리가 찢어져 기절을 했다.
여자는 남자의 큰 것을 좋아한다지만 그것도 정도 문제지! 대근이의 시름이 깊어졌다. 온갖 양물을 다 받아들이는 들병이도 대근이한테 동전 몇닢 받았다가 아랫도리가 피투성이가 되고, 이패기생·삼패기생도 영락없이 같은 꼴이 됐다. 어떤 때는 상해죄로 동헌 앞마당에 끌려가 곤장을 맞기도 했다. 양물만 커진 게 아니라 정력도 덩달아 강해졌으니 대근이는 죽을 지경이다.
결혼은 꿈도 못 꿀 일이 되고, 궁리궁리 끝에 조그만 암자를 찾아가 노스님에게 행자로 받아줄 것을 간청했다. 기골이 장대한 젊은 놈이 속세를 등지고 절로 들어오겠다는 것은 말 못할 사연이 있는 법이라, 대근이가 모든 걸 털어놓는데 노스님이 들어보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가만히 보니 바탕이 착한 놈이라 삭발을 시키고 승복을 입혔다.
벽이 떨어지고 기왓장이 깨지고 잡초가 무성하던 암자가 한달도 지나지 않아 훤해졌다. 어린 사미승에게도 깍듯이 대했다. 대근이는 일은 잘했지만 한달째 <반야심경> 열줄도 외우지 못했다. 어느 날 밤, 백일기도 하러 온 여인과 하녀가 부엌에서 목간하는 걸 훔쳐보며 용두질하는 걸 노스님은 못 본 척했다.
어느 날 노스님은 사미승과 행자 대근이에게 암자를 맡겨두고 공양길에 나섰다. 훨훨 봄이 오는 산천을 휘돌아다니다 날이 저물어 나루터 주막집에 바랑망태를 풀었다. 커다란 객방에 일곱 객들이 함께 자게 됐다.
소장수, 갓장수, 방물장수…. 장돌뱅이들이 저녁 수저를 놓자 술판이 벌어져 온갖 음담패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노스님은 그들과 어울릴 수 없어 일찌감치 아랫목에 누워 벽을 보고 등졌지만 귀까지 꼭꼭 막을 수는 없었다.
“지난 장날 까치고개 양지바른 잔디밭에서 들병이를 만났구먼. 이목구비가 또렷한 게 입이 어찌나 크던지.” 이야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터졌다. “하발통 들병이를 처음 만났구먼, 크크크.” “코 옆에 점 하나 있지? 그 하발통하고 해본 사람은 두번 다시 안해. 음호가 얼마나 넓은지 낄낄낄.” 노스님이 이불을 덮어쓴 채 중얼거렸다. “까치고개 코 옆에 점, 까치고개 코 옆에 점….”
온 산이 진달래꽃으로 불타는 화창한 봄날, 소백산 암자 마당에서 조촐한 혼례식이 열렸다. 신랑은 대근이고 신부는 코 옆에 점 하나, 주례는 노스님이고 하객은 사미승뿐이다
덩치 크고 힘 좋은 왈패 ‘대근이’
두목 마누라와 동침하다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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