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萬福寺 祈願(만복사 기원)

淸潭 2017. 1. 30. 11:26

   萬福寺 祈願(만복사 기원)

 
남원에 양생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일찍이 부모를 잃은 데다 아직

장가도 들지 못했으므로 만복사(萬福寺)의 동쪽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방 밖에는 배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마침 봄이 되어 꽃이 활짝 피었다. 마치 옥으로 만든 나무에 은조각이 쌓여 있는 것 같았다. 양생은 달이 뜬 밤마다 나무 아래를 거닐며 낭랑하게 시를 읊었는데, 그 시는 이렇다.

 물총새 홀로 날며 제 짝을 못찾고, 원앙새 짝을 잃고 맑은 물에 목욕하네,

바둑알 두드리며
한 그루 배꽃이 외로움을 달래 주지만, 달 밝은 밤 홀로 보내기 가련하여라.
청년 홀로 누워있는 호젓한 창가로, 어느 집 고운 님이 퉁소를 불어 주네.
 

연을 점치고는 창가에서 시름하네.그리다가, 등불로
시를 다 읊고 나자 갑자기 공중에서 말소리가 들려 왔다.
"그대가 좋은 짝을 얻고 싶다면, 어찌 기다리지도 않고 걱정만 하느냐?"
양생은 마음속으로 기뻐하였다. 그 이튿날은 마침 삼월 이십 사일이었다.

  
이 고을에서는 만복사에 등불을 밝히고 복을 비는 풍속이 있었는데, 남녀들이 모여들어

저마다 소원을 빌었다. 날이 저물고 법회도 끝나자 사람들이 드물어졌다. 양생이 소매

속에서 저포를 꺼내어 부처 앞에다 던지면서 
"제가 오늘 부처님을 모시고 저포놀이를 하여 볼까 합니다. 만약 제가 지면 법연(法筵)을

차려서 부처님께 갚아 드리겠습니다. 만약 부처님이 지시면 아름다운 여인을 얻어서 제

소원을 이루게 하여 주십시오."
빌기를 마치고 곧 저포를 던지자, 양생이 과연 이겼다. 그래서 부처 앞에 무릎은 꿇고

앉아서 말하였다.
"인연이 이미 정하여졌으니, 속이시면 안 됩니다."
그는 불좌(佛座) 뒤에 숨어서 그 약속에 이루어지기를 기다렸다.


얼마 뒤에 한 아름다운 아가씨가 들어오는데, 나이는 열대 여섯쯤 되어 보였다. 머리를

두 갈래로 땋고 깨끗하게 차려 입었는데, 아름다운 얼굴과 고운 몸가짐이 마치 하늘의

 선녀 같았다. 바라볼수록 얌전하였다. 그 여인은 기름병을 가지고 와서 등잔에 기름을

따라 넣은 다음 향을 꽂았다. 세 번 절하고 꿇어앉아 슬피 탄식하였다.
"인생살이 박명함이, 어찌 이럴 수가 있으랴?"
그리고는 품속에서 축원문을 꺼내어 불탁 위에 바쳤다. 그 글은 이렇다.

  
아무 고을 아무 동네에 사는 소녀 아무개 지난번에 보아하니 변방의 방어가 무너져

왜구가 쳐들어오자, 창칼이 눈앞에 가득하고 봉화가 여러 해나 계속되었습니다.

 

왜놈들이 집을 불살라 없애고 생민들을 노략하였으므로, 사람들이 동서로 달아나고

좌우로 도망하였습니다. 우리 친척과 종들도 각기 서로 흩어졌었습니다. 저는 버들처럼

가냘픈 소녀의 몸이라 멀리 피난을 가지 못하고, 깊숙한 규방에 들어 앉아 끝까지

정절을 지켰습니다.

 

윤리에 벗어난 행실을 저지르지 않고서 난리의 화를 면하였습니다.

 저의 어버이께서도 여자로서 정절을 지킨 것이 그르지 않았다고 하여, 외진 곳으로

옮겨 초야에 붙여 살게 해주셨습니다.

 

그런지가 벌써 삼 년이나 되었습니다. 가을

달밤과 꽃 피는 봄날을 아픈 마음으로 헛되이 보내고, 뜬구름 흐르는 물과 더불어

무료하게 나날을 보냈습니다.

 

 쓸쓸한 골짜기에 외로이 머물면서 제 박명한 평생을

탄식하였고, 아름다운 밤을 혼자 지새우면서 (짝 잃은) 채란(彩鸞)의 외로운 춤을

슬퍼하였습니다.

 

그런데 날이 가고 달이 가니 이제는 혼백마저 사라지고 흩어졌습니다.

(기나긴) 여름날과 겨울밤에는 간담이 찢어지고 창자까지 찢어집니다. 오직 부처님께

비오니, 이 몸을 가엽게 여기시어 각별히 돌보아 주소서.

 

 인간의 생은 태어나기 전부터

정해져 있으며 선악의 응보를 피할 수 없으니, 제가 타고난 운명에도 인연이 있을

것입니다. 빨리 배필을 얻게 해주시길 간절히 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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