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제인의 '백마강부'와 기녀 성산월(어우야담)
민제인(閔濟仁)은 젊은 시절 영민하고 용모가 빼어났는데, <백마강부:白馬江賦>을 짓고는 스스로 자부하였다.
선배에게 질정을 구하였더니 점수를 차중(次中)으로 매겨 매우 불쾌해했다. 바야흐로 봄철이여서 꽃과 버들이 도성에 가득했는데, 남쪽 성곽을 산책하다가 숭례문(崇禮門) 위에 올라가 그 부를 낭랑하게 읊으니 소리가 누각의 들보를 울렸다.
당시 장안의 명기 성산월(星山月)은 나이가 어렸으며 자태가 매우 아름다웠다. 성곽문을 나서서 사인(舍人)들이 강가에서 노니는 자리에 가려다가 그 소리를 듣고는 성루(城樓)에 올랐다.
한 젊은 서생이 망건을 벗어 이마를 드러내고는 시를 외고 있었다. 듣기를 마치고 나서 성산월이 민제인에게 말하였다.
"어떤 서생이오신지 가사를 읊는 것이 낭랑하옵니다."
민제인이 대답했다.
"이는 내가 지은 것이오. 마음으로 늘 좋아했는데,
선배에게 욕을 당했기에 소리 내어 읊어 본 것이오."
성산월이 말했다.
"서생이 함께 이야기를 나눌 만하니, 나와 함께 우리 집으로 가길 원합니다."
민제인이 말했다.
"사인사(舍人司)의 호령이 매우 엄할 터인데, 영을 어기어 매라도 맞으면 이찌하려오?"
책임은 내게 있을텐데 선비님은 무얼 걱정하십니까?"
드디어 함께 돌아가 사흘을 머물고 나자, 성산월이 말했다.
"지난번에 읊었던 그 부를 한 장 써서 주십시오. 내 마땅히 높은 벼슬아치들에게자랑해야겠소."
이리하여 그 부를 얻어서는 사인들의 연회 모임에서 이를 불렀다.
자리에 가득한 고관들이 한목소리로 감탄하며 듣다가 부채 머리가 모두 부서졌다.
"네가 어디서 이런 절창을 얻어 왔느냐?"
사람들이 묻자, 성산월이 사실대로 대답하였다.
"이는 첩의 마음 속에 있는 이가 지은 것입니다."
이로부터 <백마강부>가 우리나라에 널리 퍼졌다. 애초에는 작품 말미에 노래가 없었는데, 한 문사가 덧붙였다.
그때 마침 중국의 학사(學士)가 이를 보고는 탄복하면서 말했다.
"아깝구나, 이 노래는 부(賦)를 지은 자의 솜씨가 아니로다. 이것이 없었다면 더욱 아름다웠을 것이다."
* 차중(次中)--- 시문(詩文)을 평하는 등급의 하나, 시문을 평가할 때, 보통 상(上). 중(中). 하(下) 이상(二上). 이중(二中). 이하(二下). 삼상(三上). 삼중(三中). 삼하(三下). 차상(次上). 차중(次中). 차하(次下). 갱(更). 외의 14등급으로 나뉘어 삼하 이상의 작품을 뽑는 것이 관례였다. 차중은 10등급에 해당되는 하위 등급이다.
[출처] 162회. 민제인의 '백마강부'와 기녀 성산월(어우야담)|작성자 lkstnt
노봉집 제8권
일찍이 〈백마강부(白馬江賦)〉를 지었는데, 당시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렸으며, 논자들은 근래의 문인들이 미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하였다. 중국 사신이 우리나라의 명작(名作)을 보고 싶다고 하여 이 작품을 주었는데, 읽고서 “마땅히 옛날 〈이소(離騷)〉와 더불어 겨룰 만하다.”라고 탄복하였다.
遵江濆而遡流。嘆滔滔之無窮。臨釣龍之古巖。認蜿蜒之遺蹤。撫古今於俛仰。感興廢之不常。粤自聖王之南徙。扶蘇下兮鷲靈傍。..................
조선 명종 때 관리를 지낸 민제인의 <백마강 부(賦)> 라는 시에서 “ 누각에 숨어 하늘을 보니 3천이 구름과 같다. 후궁의 분가루 냄새에 어지럽다. 왕이 놀러나가면 강의 꽃들은 웃으며 서로 모시려 하는구나.” 라고 하는데서 ” 3천이라는 말을 처음 찾을 수 있는데, 이는 문인(文人)들의 문학적 상징어로 이해해야 한다.
遵江濆而遡流。嘆滔滔之無窮。臨釣龍之古巖。認蜿蜒之遺蹤。撫古今於俛仰。感興廢之不常。粤自聖王之南徙。扶蘇下兮鷲靈傍。擁金湯以定鼎。衣冠文物之洋洋。不肯堂而淫肆。異哉義慈之爲王。介麗羅而僻處兮。猶滕間於齊楚。苟非仁者之無敵。吾恐勢力之難禦。況彼狺然而傍伺。期乘釁以竊取。吁可畏乎其亡。終然莫念夫自保。謂據險而誰何。方高枕而驕傲。延袤十里之邐迤。隱樓觀於層空。望三千其如雲。眩後宮之粉紅。君王兮出遊。江花笑而爭迎。引龍舟於煙浦。拂鸞旗於柳汀。玉觴滿兮花顏醉。歌管激兮魚龍舞。曾遊衍之未洽。忽江上之風雨。唐將下兵于江口。釣神蛟兮餌白馬。哀朝發之巖花。共此夕而俱墮。餘宮院其誰主。邈繁華之不復。擯忠言以不早圖。而今悔之何及。誠涼德之自敗。豈云人之爾滅。去江龍而後伐吾。於是說而猶惑。自古荒淫者亡。龍雖神其獨何爲。噫海東之一域。
'글,문학 > 野談,傳說,說話,등'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민반 집안의 예법 (0) | 2017.01.27 |
---|---|
大邱三絶 (0) | 2017.01.27 |
어지간해야 생원님하고 벗하지 (0) | 2017.01.25 |
지금의 ‘각시바위’로 변하고 말았다 (0) | 2017.01.23 |
洗馬臺 내력 (0) | 2017.0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