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野談,傳說,說話,등

어지간해야 생원님하고 벗하지

淸潭 2017. 1. 25. 11:41

어지간해야 생원님하고 벗하지. ^^(속담의 유래)

옛날 30을 넘기도록 서당방에 다녔으나 끝끝내 글 몇 자 제대로 배워내지 못한 생원님이 아버지 덕을 입어 어느 고을에 사또로 부임해 내려가게 되었다.

부임한지 닷새 만에 첫 송사를 보았다.

한 농부가 늙다리 암소 한 마리와 장정 한 사람을 끌고 와서 원장을 올렸다.

"현명하신 사또님은 들으시오. 이 암소인즉, 이 사람이 저에게 팔아 넘긴 것이온데 애당초 저에게 팔 적에는 일을 잘 한다고 해서 그대로 믿고 소를 사갔더니, 정작 일을 시켜보니 너무 늙어서 일이라곤 손톱만치도 못하기로 물려달라 했더니 며칠이 넘도록 전혀 물려주지를 않으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사오리까?"

그러자, 다른 사람이 변명하였다.

"사또님, 물건이란 일단 사고 팔면 그만인데다 이 사람의 소를 사흘 동안이나 가져다 실컷 부려 제 할 일을 다하고 인제 와서 물려 달라 하니 세상에 이런 무법한 일이 어디에 더 있겠습니까?"

사또, 아무리 생각해도 용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하여 진땀만 쫄쫄 빼며 가만히 살펴보니, 이 소가 아무리 늙었어도 그 고기맛만은 심히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사또가 갑자기 탁상을  탕 치며 엄하게 소리쳤다.

"그대들은 듣거라! 너희 쌍방 모두 이구 동성으로 이 소가 싫다하니, 한 고을의 지아비인 내가 차지하여 잡아 먹을 수밖에 더 있겠느냐? 그리 알고 어서들  돌아 가거라."

그날 저녁 이 일을 지켜본 향청의 좌수가 간하였다.



"사또께서는 무슨 판결을 그렇게 하시나이까? 여염집 백성들이 소를 돈 한 푼 안 주고 잡아 먹었다고 떠들고 일어나면 그 후과를 어찌 감당하오리까?"

 그 말을 들은 사또가 더럭 겁이 나서 물었다.

"그럼 어찌해야 좋단 말인고?"

"그런 경우엔 소의 입을 쩍 벌려 보시고 '과연 나이를 많이 먹긴 먹었구나'하고 그 다음엔 소의 궁둥이를 어루만지면서 '그러나 아직 새끼낳기는 잘 하겠군' 했어야 판 사람도 좋고, 산 사람도 억울하지가 않아 공평하게 생각을 할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사또는 '음, 그렇겠군'하고 이 말을 머리 속에 깊이 새겨 넣었다. 며칠 뒤, 사또는 한 벽촌으로 나가게 되었는데, 길가 어느 한 집에서"어머니, 어머니!~"하며 대성통곡을 하는 젊은 여인의 곡성이  들렸다. 

사연을 알아보니 늙은 노모가 몹시 아파서 경각을 다투어 사경을 헤매고 있었던 것이었다. 사또는 바로 이때다, 생각하고 그 늙은이 곁에 다가서서 다짜고짜 그의 다문 입을 쩍 벌리고 한참 들여다 보다가,

"헐, 이빨 빠진 걸 보니 과연 나이를 많이 먹기는 먹었군."이라 내뱉고는 즉시  이불 속에 손을 넣어 노파의 궁둥짝을 꾹꾹 주물르면서 "그러나 아직 새끼는 많이 낳겠는걸."이라고 씨부렸다.

이걸 뻔히 바라보던 젊은 여자가 갑자기 화를 벌컥냈다.

"아니, 이거 어디서 이따위 미친놈이 다 왔어?~~"

고함을 치며 빗자루를 들어 마구 두들겨 패니, 사또는 그만 낭패하여 매만 실컷 얻어맞고 도망쳤다.

관아로 돌아와서 좌수보고 자기의 억울한 사연을 낱낱이 말하니까, 좌수가 다시 한번 훈수를 두었다.



"참, 사또님두,.. 그런 때는 으례'다병하신 몸이 얼마나 고생하십니까? 어서 약이라도 쓰시지 않구요.'라고 해야 맞는 겁니다요."

사또는 이 말을 머리에 꼭 새겨둔채로 얼마 후, 또 거리 순찰을 나갔다.

어디 쯤 가다보니, 늙고 병든 개 한마리가 쓰러져 숨을 할딱대고 있었다.

사또는 얼른 개한테 바싹 다가가 주저앉으며 개를 쿡쿡 쥐어박으며 비감한 어조로 말하는 것이었다.

"늙고 다병하신 몸 얼마나 고생이십니까? 어서 약이라도 쓰지 않구요."

그러자, 헐헐 거리고 누워있던 개가 난데없는 낯선 사람이 나타나 자기 머리를

툭툭 쥐어박으니, 해치려는 줄 알고 화들짝 일어나 사또의 손가락을 넙적 물어뜯었다.  그러나 손가락을 뭉텅 물어뜯겨 피가 철철나서 금방 숨이 멈출 것같이 아파도 이 멍청한 샌님은 애써 참으며 또 비장한 마음으로 한 마디 했다.

"아이구!~ 늙은이두, 그 처지가 하두 가엽어서 문병을 했는데도 도리어 나를 해치시다니요?"

이로부터 <어지간해야 생원님하고 벗하지>란 말이 널리 퍼졌는데, 기실은 도저히 상대할만한 사람이 못된다는 뜻이다.




'글,문학 > 野談,傳說,說話,등' 카테고리의 다른 글

大邱三絶  (0) 2017.01.27
민제인의 '백마강부'와 기녀 성산월  (0) 2017.01.26
지금의 ‘각시바위’로 변하고 말았다  (0) 2017.01.23
洗馬臺 내력  (0) 2017.01.23
능가사와 유구태자 보현   (0) 2017.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