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심해정(生心害政)
[요약] (生: 날 생. 心: 마음 심. 害: 해칠 해. 政: 정사 정)
진실 되지 않은 말이 마음에 싹이 터 정치를 그르친다는 뜻.
[출전] 《맹자(孟子) 공손추(公孫丑) 상편》
) -->
[내용] 이 성어는 맹자(孟子)와 공손추(公孫丑)가 주고 받는 문답에 나오는 말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공손추) “무엇을 일러 말을 안다(知言)고 하나이까?”
(맹자) 가라사대,
“치우친 말(詖辭)에 그 가린 바를 알며, 음탕한 말(淫辭)에 그 빠진 바를 알며, 간사한 말(邪辭)에 그 떠나는 바를 알며, 도망하는 말(遁辭)에 그 궁한 바를 아니, 그 마음에서 생겨나 그 정사를 해치며, 그 정사에서 발표하여 그 일을 해치나니, 성인이 다시 일어나셔도 반드시 내 말을 따르시리라.”
何謂知言?
曰:「詖辭知其所蔽,淫辭知其所陷,邪辭知其所離,遁辭知其所窮。生於其心,害於其政;發於其政,害於其事。聖人復起,必從吾言矣。」
) -->
<家苑 이윤숙 說>
◇ 知言
) -->
맹자의 ‘知言’은 『논어』 가장 끝 문장인 “不知命이면 無以爲君子也요 不知禮면 無以立也요 無知言이면 無以知人也라(명을 알지 못하면 이로써 군자가 되지 못하고, 예를 알지 못하면 이로써 서지 못하고, 말을 알지 못하면 이로써 사람을 알지 못한다)”에 근거한다. 또한 “시를 배우지 아니하면 이로써 말하지 못한다(不學詩면 無以言이라 - 『논어』 계씨편 제13장)라고 했다. 맹자는 공자의 이 말씀과 『주역』 계사하전 제12장 끝 문장의 “將叛者는 其辭 慙하고 中心疑者는 其辭 枝하고 吉人之辭는 寡하고 躁人之辭는 多하고 誣善之人은 其辭 游하고 失其守者는 其辭 屈하니라(장차 배반할 자는 그 말이 부끄럽고, 속마음에서 의심하는 자는 그 말이 분산되고, 길한 사람의 말은 적고, 조급한 사람의 말은 많고, 착한 것을 속이는 사람은 그 말이 놀고, 지킴을 잃은 자는 그 말이 비굴하니라.)”는 말씀을 기초로 知言을 설명했다.
) -->
곧 편벽된 말(詖辭)을 하는 사람에게는 막히고 가려진 바가 있음을 알 수 있고, 음란한 말(淫辭) 속에는 잘못 빠져든 바가 있음을 알 수 있고, 간사한 말(邪辭)에는 그 사람이 이반할 것을 알 수 있고, 이랬다저랬다 회피하는 말(遁辭) 속에는 논리정연하지 못하고 궁색한 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위정자의 말은 마음에서 나오기에 잘못하면 그 정사를 해롭게 하고 그 정사는 말이 발로가 되어 모든 일을 해칠 수 있다.
) -->
공자는 『주역』 계사상전 제8장 風澤中孚卦 九二爻에 대한 부연 설명에서 “君子居其室하여 出其言에 善이면 則千里之外 應之하나니 況其邇者乎여 居其室하여 出其言에 不善이면 則千里之外 違之하나니 況其邇者乎여 言出乎身하여 加乎民하며 行發乎邇하여 見乎遠하나니 言行은 君子之樞機니 樞機之發이 榮辱之主也라 言行은 君子之所以動天地也니 可不愼乎아(군자가 그 집에 거처하여 그 말을 냄에 선하면 곧 천 리 밖에서 응하나니 하물며 그 가까운 곳에서야! 그 집에 거처하여 그 말을 냄에 불선하면 곧 천 리 밖에서 어기나니 하물며 그 가까운 곳에서야! 말은 몸에서 나와 백성들에게 더해지며, 행실은 가까운 곳에서 발하여 먼 곳에서 나타나니, 언행은 군자의 추기이니, 추기의 발함이 영욕의 주장이라. 언행은 군자가 천지를 움직이는 것이니, 가히 신중하지 아니하랴?)”라고 했다. 그러므로 맹자는 옛날 성인이 다시 나온다 하여도 반드시 자기의 말을 따를 것이라 하였다.
) -->
서울경제신문 [고전통해 세상읽기] 생심해정(生心害政)의 글 중에서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 -->
진실되지 않은 말이 마음에 싹이 터 정치를 그르치다
......................
시민들은 청문회에서 정경유착의 거래, 최순실의 국정개입, 세월호 7시간의 비밀, 정유라의 이대 부정입학 등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과 혐의가 속 시원하게 밝혀지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청문회를 시청하다 보면 출석한 증인들이 자신의 책임과 관련된 사항에서 하나같이 약속이나 한 듯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실무자가 한 일이라 세세하게 모른다” “한 것은 맞지만 그런 의도로 말하지 않았다” 등의 말을 하며 발뺌을 일삼고 있다. 의혹이 조금이라도 해소되리라 기대하고 TV를 시청하다가 더 울화통이 터진다며 답답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언어가 진실을 밝혀주는 공공의 선물이 되지 못하고 개인의 책임을 떠넘기는 사적인 무기가 되고 있다.
) -->
맹자는 제자백가가 다들 자신의 말이 진리라고 주장하는 춘추전국 시대를 살면서 말의 진리치를 잘 알아야 한다는 지언(知言)의 가치를 역설했다(‘공손추’ 상). 그는 일찍이 말이 진실을 밝히는 공기가 아니라 거짓을 숨기고 사욕을 포장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예리하게 포착했기 때문이다.
맹자는 말이라고 다 같이 진실을 전하는 말이 아니라 사람을 오도할 수 있는 네 가지 오류에 빠질 수 있다고 봤다. 오류에 빠지지 않으려면 상대가 하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분별할 줄 알아야 한다.
첫째, 한쪽으로 기울어져 공정하지 않은 피사( 辭)를 들으면 그 말에 드러난 것에 넘어가지 말고 숨겨진 것을 찾을 줄 알아야 한다.
둘째, 정도가 심해 공사를 구분하지 않은 음사(淫辭)를 들으면 그 말이 어떤 오류에 빠져 있는지 찾아낼 줄 알아야 한다.
셋째, 삐딱하여 정도가 아닌 사사(邪辭)를 들으면 그 말이 보편적 가치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살필 줄 알아야 한다.
넷째,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둔사(遁辭)를 들으면 그 말이 어디에 막히는지를 살필 줄 알아야 한다.
) -->
맹자는 진실을 전하는 언어와 공정하지 않은 피사, 공사의 경계가 흐릿한 음사, 정도를 넘어선 사사, 책임을 피하는 둔사를 구분해야만 말에 실망하지 않을 뿐 아니라 말을 통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봤다. 그렇지 않으면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정치와 사회에 커다란 재앙을 드리우게 된다.
피사·음사·사사·둔사는 “처음에 당사자의 마음에 싹이 터서 결국 한 사회의 정치에 해를 끼칠 뿐 아니라 정치의 말과 정책으로 드러나서 사회가 풀어야 할 현안을 그르치게 된다(생어기심 해어기정·生於其心 害於其政, 발어기정 해어기사·發於其政 害於其事로 줄이면 생심해정 발정해사·生心害政 發政害事라고 할 수 있다).”
) -->
국정농단 사건의 피의자와 증인은 개인의 혐의를 최소화해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 혐의가 분명한데도 변명과 부인을 늘어놓는다면 거짓말이 진실 앞에 조금도 주눅 들지 않고 정의가 있더라도 비리와 부패를 단죄할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청문회는 진실을 밝히는 공적인 활동의 장이 아니라 뻔뻔하게 책임을 피하는 묘기의 현장이 될 것이다. 앞으로 청문회와 특검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활동이 피사·음사·사사·둔사의 거짓을 밝혀내 생심해정이 생심선정(生心善政)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돼야 할 것이다
) -->
'글,문학 > 故事成語'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응작여시(應作如是) (0) | 2017.01.03 |
---|---|
위피유위기(爲彼猶爲己) (0) | 2017.01.02 |
가련촉망(可憐觸網) (0) | 2016.12.31 |
달기노심(達其怒心) (0) | 2016.12.30 |
달기노심(達其怒心) (0) | 2016.1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