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련촉망(可憐觸網)
[요약] (可: 옳을 가. 憐: 불쌍할 련. 觸: 닿을 촉. 網: 그물 망)
불쌍하게 그물에 걸렸다는 뜻으로, 그물에 걸린 참새의 가련함에 빗대어 욕망을 쫓다가 죄를 사람의 어리석음을 나무라는 말.
[출전] 《고려사(高麗史) 卷七十一 志 卷 第二十五 악부(樂府) 장암곡(長巖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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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이 성어는 고려사(高麗史) 지(志) 卷 第二十五악부(樂府) 장암곡(長巖曲)에 나오는 말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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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암(長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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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장사(平章事) 두영철(杜英哲)이 일찍이 장암(長巖)에 유배(流配)되었는데, 어떤 노인과 서로 잘 지냈다. 유배를 마치기 전에 돌아가게 되자 노인이 그가 구차스럽게 나아가는 것을 경계하였더니, 두영철이 그 말을 따랐다. 후에 〈두영철의〉 지위가 평장사에 이르렀으나 끝내 또 죄를 받고 관직에서 물러나 그곳을 지나가게 되었다. 노인이 그를 배웅하며 이 노래를 지어 그를 꾸짖었다. 이제현(李齊賢)이 시를 지어 풀이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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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혀있는 참새야, 너는 어찌 된 일이냐?
그물에 걸려있는 참새 새끼[黃口兒]구나.
눈구멍을 원래 어디에 두었는가
가련하게도 그물에 걸린 어리석은 참새여.”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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長巖.
平章事杜英哲, 嘗流長巖, 與一老人相善. 及召還, 老人戒其苟進, 英哲諾之. 後位至平章事, 果又陷罪, 貶過之. 老人送之, 作是歌以譏之. 李齊賢作詩解之曰, “拘拘有雀爾奚爲. 觸着網羅黃口兒. 眼孔元來在何許, 可憐觸網雀兒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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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경남신문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가련촉망(可憐觸網)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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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하게 그물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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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때 벼슬을 하던 두영철(杜英哲)이 있었다. 어떤 일에 연루돼 충청도 서천군(舒川郡) 장암진(長巖鎭)으로 귀양을 갔다. 그곳에서 어떤 노인과 친하게 지냈다.
다시 불려 조정으로 돌아가게 되자 노인이
“앞으로는 구차하게 벼슬에 나가려고 하지 마시지요”라고 말하자, 두영철도 “그래야지요”라고 대답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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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양살이하는 동안 갖은 고생을 한 두영철은 벼슬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얼마 동안 지냈다.
그러자 다시 임금이 괜찮은 벼슬로 불렀다. 출세욕도 작용했겠지만, 자신을 알아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과 어떤 일을 할 수 있다는 희망에 노인과의 약속을 잊고 다시 벼슬에 나갔다. 승승장구해 평장사(平章事)에 이르렀다. 평장사는 오늘날의 부총리에 해당하는 높은 벼슬이다. 그런데 또 죄에 얽혀 다시 귀양을 가게 됐다. 지난날 귀양살이하던 장암을 지나가게 됐다. 그 노인이 나와 전송하면서 이런 시를 지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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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츠린 참새여 너는 무엇 하려는가/그물에 걸린 참새 노란 부리여./눈 구멍은 원래 어디 있는가/가련하다 그물에 걸린 어리석은 참새여.(拘拘有雀爾奚爲, 觸着網羅黃口兒. 眼孔元來在何許, 可憐觸網雀兒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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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우리말로 부른 노래인데, 고려 후기 학자인 익재(益齋) 이제현(李齊賢)이 번역한 한시가 ‘고려사(高麗史)’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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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적으로는 먹이를 탐내다가 그물에 걸린 참새의 상황을 불쌍히 여겼지만, 실제로는 벼슬 좋아하다 죄에 빠져 처벌받는 사람의 신세를 풍자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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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지금 전문대학 교수까지 다 포함해서 교수 노릇하는 사람이 5만명 정도 된다.
그런데 가끔 교수 가운데서 국무총리도 나오고 교육부장관 등 장관도 나온다. 정부 부처의 국장으로 가는 사람도 가끔 있고, 심지어는 과장으로 가는 사람도 있다. 국회의원에 당선돼 활약하는 교수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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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영향력이 없던 자리에서 무슨 힘을 휘두를 수 있는 자리를 얻어 가서 만족해하는 사람도 있고, 또 그런 교수를 부러워하는 교수도 많다. 한자리 하다가 돌아온 교수들은 학내에서 거물급 인사로 대우를 받는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유독 교수들의 발탁이 많았다. 그 방면에 특출한 능력이 있어서 발탁돼 일을 하면 자신도 떳떳하고 나라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대부분은 연줄·청탁을 통해서 한자리를 얻는 경우가 많다.
최순실 게이트가 폭로된 이후로 교수 출신의 고위직들이 구속되거나 청문회에 불려나가 초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소속 대학에서는 학생들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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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를 탐내다가 거물에 걸린 불쌍한 참새의 모습과 흡사하게 됐다. 한때의 출세를 위해 덤벼들었다가 몰락한 지금, 그들은 교수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교수들이 부러울 것이다.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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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李瀷)성호전집(星湖全集) 제8권 해동악부(海東樂府)
장암곡〔長巖曲〕
장암은 사람을 저버리지 않았는데 / 長巖不負人
사람은 어이하여 장암을 저버렸나 / 人負長巖何
사물을 아둔하다고 말하지 말라 / 休言物頑然
모두 차지하려는 인심보다 훨씬 낫다오 / 勝似心周羅
가고 오는 길 장암이 우뚝이 내려다보니 / 長巖屹臨去來途
갈 적엔 명심하더니 올 적엔 부끄러움뿐 / 往者銘肝今掩面
초택(굴원이 걷던 곳)에서 난초 기르던 손을 거두어 / 曾收楚澤滋蘭手
궁궐로 가서 임금을 보필하였네 / 去把雲霄補衮線
촌로가 앞다퉈 빼앗는 인심을 익히 알았기에 / 野翁慣見傾奪速
떠날 때 준 한마디 경계가 가볍지 않았네 / 贈行非輕一言儆
참새가 파닥댄들 어찌 그물을 벗어나랴 / 燕雀拍拍那免罟
맹호가 노리는데 결국 함정에 빠졌구나 / 猛虎耽耽終墮穽
그대 마음이 물들지 않기를 바랐더니 / 我願君心涅不緇
그대는 장암을 식양이라 하며 맹서했지 / 君道長巖是息壤
세상에 길 잃은 자가 어찌 한둘이랴 / 人間何限迷津者
평지에도 풍파가 일어나는 법이라네 / 平地驚風與駭浪
새옹지마가 어찌 화복을 알겠는가 / 塞馬焉知禍
연자방아 나귀처럼 갔던 길을 맴돈다네 / 磨驢踏陳迹
그대는 다시 천리 먼 길을 유배 가니 / 君行更千里
이제 와서 맹서해도 소용없는 일이라 / 有指不可齰
나는 보았네 험난한 태항산 산길이 / 吾看太行險
걸음걸음 앞 수레 엎어진 자취인 것을 / 步步前車覆
아첨이나 하는 소인에게 말하노니 / 寄語夸毗子
장암곡 이 노래 한번 들어 보아라 / 聽此長巖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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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암곡(長巖曲) : 《고려사》 권71 〈악지 속악〉에 속악 24편 중의 하나로 실려 있다. 장암은 충청도 서천(舒川)의 서천포(舒川浦)이다. 고려 시대에는 장암진(長巖津)이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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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양(息壤) : 중국 전국 시대 진(秦)나라 무왕(武王)이 장군 감무(甘茂)를 시켜서 한(韓)나라 의양(宜陽)을 치게 할 때에 감무가 다른 신하들의 모함을 받아 끝까지 신뢰받지 못할 것을 걱정하며 출정하려 하지 않자, 무왕은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아니할 것이다. 그대와 맹서를 하겠다.”라고 하였다. 이에 식양에서 무왕이 감무와 맹서를 하였다. 감무가 의양을 공격했는데, 5개월이 지나도록 함락시키지 못하자, 무왕이 공손연(公孫衍) 등의 말을 듣고는 감무를 소환하니, 감무가 말하기를 “식양이 저기에 있습니다!〔息壤在彼〕” 하니, 무왕이 “맹서한 적이 있다.” 하였다. 이에 군대를 동원하여 다시 감무를 시켜 공격하게 하여 드디어 의양을 함락하였다. 이 내용은 《사기》 권71 〈감무열전(甘茂列傳)〉 등에 실려 있다. 이후로 식양은 맹서의 장소, 징표의 뜻으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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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자방아 …… 맴돈다네 : 소식(蘇軾)의 〈송지상인유여산(送芝上人游廬山)〉 시에 “돌고 도는 것이 마치 방아 끄는 소와 같아, 걸음마다 옛 자취만 밟는구나.〔團團如磨牛 步步踏陳跡〕”라고 하였다. 《東坡全集 卷20》 후세에는 같은 일이나 행동을 반복하여 결과적으로 마치 제자리를 맴도는 듯이 되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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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태항산(太行山) : 중국 산서성과 하북성 사이에 있는 태항산맥(太行山脈)을 말한다. 험준하기로 유명한데, 특히 이곳에 있는 구절판(九折坂)은 험준함의 극치라고 한다. 당나라 백거이(白居易)의 〈태항로(太行路)〉에 “태항산 산길이 험하여 수레를 부순다고 하지만 님의 마음에 견주면 이는 평탄한 길이고, 무협의 강물이 거칠어 배를 뒤엎는다고 하지만 님의 마음에 견주면 이는 잔잔한 물이라오.〔太行之路能摧車 若比君心是坦途 巫峽之水能覆舟 若比君心是安流〕” 하였다.
[주]아첨이나 하는 소인 : 원문의 과비자(夸毗子)는 큰소리를 치거나 남에게 아첨하여 빌붙는 자를 가리킨다. 《시경》 〈판(板)〉에 “하늘이 노여워하고 있으니 과장하거나 아첨하는 짓을 못하게 하라.〔天之方懠 無爲夸毗〕” 하였다. 그 주석에 “과(夸)는 크다〔大〕는 뜻이고 비(毗)는 빌붙는다〔附〕는 뜻이다. 소인은 타인에 대해서 큰소리를 치면서 과시하지 않으면 아첨하는 말을 하여 빌붙는다.”라고 하였다.
ⓒ 한국고전번역원 ┃ 김성애 (역)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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