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이무치(免而無恥)
[요약] (免: 면할 면. 而: 어조사 이. 無: 없을 무. 恥: 부끄러울 치)
법을 어겼음에도 형을 피하면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뜻으로, 법을 어기고도 부끄러워하거나 반성하지 않음을 가리키는 말.
[출전]《논어(論語) 위정편(爲政篇)》
[내용] 이 성어는 논어(論語) 위정편(爲政篇)에 나오는 말이다.
공자가 말씀하셨다.
“정책을 써서 관리. 영도하고, 형벌로써 정돈. 규제하면, 백성은 형벌을 피하려고만 하고 마음속으로 부끄러워하는 느낌이 없게 된다(民免而無恥). 덕행을 써서 관리. 영도하고 예법을 써서 정돈. 규제하면 백성은 부끄러워하는 느낌을 갖고 내심으로 인정하여 귀의하게 된다.”
子曰: “道之以政, 齊之以刑, 民免而無恥; 道之以德, 齊之以禮, 有恥且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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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집주]
道는 이끌어 나감과 같으니 앞서감을 이름이라. 政은 법제와 금령을 이름이라. 齊는 하나로써 하는 것이니 이끄는데 따르지 않는 자에 대해 형벌 하나로써만 둔 것이라. 免而無耻는 구차히 형벌은 면하지만 부끄러운 바가 없으니 대개 비록 감히 악한 짓을 하지는 않으나 악한 짓을 하려는 마음은 일찍이 없어지지 아니함이라.(道는 猶引導니 謂先之也라 政은 謂法制禁令也라 齊는 所以一之也니 道之而不從者를 有刑以一之也라 免而無耻는 謂苟免刑罰而無所羞愧니 蓋雖不敢爲惡이나 而爲惡之心은 未嘗亡也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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禮는 제도 품절을 이름이라. 格은 ‘이르다’이라. 말하기를, 몸소 행하여 따른다면 백성이 진실로 보고 느끼는 바가 있어서 흥기하고, 그 얕고 깊고 두텁고 얇아서 하나로 되지 않는 것을 또한 예 하나로써 둔다면, 백성이 善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고 (또) 善에 이르는 것으로써 두느니라. 일설에 格은 ‘바르게 함이라’고 하고, 서경(周書 冏命)에서는 그 그릇된 마음을 바로 잡느니라’고 함이라.(禮는 謂制度品節也라 格은 至也라 言躬行而率之면 則民固有所觀感而興起矣요 而其淺深厚薄之不一者를 又有禮以一之면 則民耻於不善하고 而又有以至於善也라 一說에 格은 正也라하고 書曰 格其非心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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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이라는 것은 다스리는 기구이고, 刑이라는 것은 다스림을 도와주는 법이고, 덕과 예는 곧 다스림이 나오는 근본이며, 덕은 (또) 예의 근본이라. 이는 그 서로가 끝(政刑)과 시작(德禮)이 되어 비록 가히 한쪽으로 치우쳐 폐하지 못하느니라.(政者는 爲治之具요 刑者는 輔治之法이오 德禮則所以出治之本이며 而德은 又禮之本也라 此其相爲終始하야 雖不可以偏廢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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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政과 刑은 백성으로 하여금 죄를 멀리하게 할 수 있을 뿐이지만, 덕과 예의 효력은 곧 백성으로 하여금 날마다 善으로 옮기게 하고도 스스로는 알지 못하니라. 이에 백성을 다스리는 자는 가히 한갓 그 끝을 믿지 말고 또한 마땅히 그 근본을 깊이 찾아야 하니라. (然이나 政刑은 能使民으로 遠罪而已어니와 德禮之效는 則有以使民으로 日遷善而不自知라. 故로 治民者는 不可徒恃其末이오 又當深探其本也라.)
백성이란 덕으로 가르치고 예로 가지런히 하면 바른 마음을 가지며, 정책으로 가르치고 형벌로 가지런히 하면 피하려는 마음을 갖게 된다는 뜻이다.
법치주의(法治主義)에 대해 덕치(德治)와 예교(禮敎)를 내세우는 유가(儒家)의 통치 원리를 그대로 보여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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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명학(법가)을 따르는 상군(商君= 상앙, 위앙)의 법에 의해 중국을 통일한 진(秦)은 가혹한 형벌로 질서를 잡은 대표적인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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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길에 떨어진 물건을 줍지 않고 군사들은 싸움에 나가 후퇴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들은 서로를 믿지 못하여 이웃 간에 왕래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법이 정착하기까지 10년이나 걸렸다.
한편 정(鄭)나라의 재상 자산(子産)은 스스로 모범을 보이며 상하간의 간격을 줄이고 백성들의 생활을 안정시키는 정책으로 5년 만에 질서를 잡았고, 공자는 노나라에 봉직할 때 덕으로써 3개월 만에 질서를 잡았다고 한다. 법치와 덕치의 차이이다.
면이무치란 결국 덕치를 강조하는 말이었는데, 오늘날에는 문면만 해석하여 법을 어기고도 형을 면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태도를 가리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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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국제신문 안병화의 시사 한자성어 免而無恥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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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어기고도 형을 피하면 부끄러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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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을 볼 낯이 없거나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면 부끄럽다. 태초의 아담과 이브 때는 부끄러움을 몰랐다지만, 모여 살게 된 이후부터는 인간의 본성으로 모든 도덕의 원천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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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웨인이 비튼다. '인간만이 얼굴이 붉어지는 동물이고, 그렇게 할 필요가 있는 동물이다.' 또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다짐한 시인(윤동주)과 같이 대체로 양심에 어긋나지 않게 행동하려는 사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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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간혹 그렇지 않은 인간이 있어 도무지 부끄러움을 모른다. 낯가죽이 두꺼운 鐵面皮(철면피)나 厚顔無恥(후안무치), 厚黑(후흑)이라 손가락질받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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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을 저질렀으면 남에게 부끄러운 것은 당연하다. 이 부끄러움을 처음부터 못 느끼는 철면피들 말고도 낯을 들고 떳떳한 경우가 있다. 진심으로 자기 잘못을 부끄러이 여기는 것이 아니라 드러나지 않았거나 최소한의 형벌을 면하게 되면(免而) 부끄러움이 없다(無恥)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孔子(공자)가 이런 사람들이 나오게 되는 연유를 '論語(논어)' 爲政(위정)편에서 설명하는 데서 이 성어가 나왔다. '백성을 정치로 인도하고 형벌로 다스리면, 백성은 그것을 피하고자 할 뿐이요 부끄러움이 없게 된다(道之以政 齊之以刑 民免而無恥/ 도지이정 제지이형 민면이무치).' 道는 '이끌다', 齊는 '질서정연하게 하다'란 뜻으로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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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만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사회질서는 유지되지만, 백성은 형벌에 대한 두려움이 앞서 자신의 잘못을 숨기려 든다 했다. 이러한 것을 고치는 처방도 내놓는다. 이어지는 말이다. '백성을 덕으로써 인도하고 예로써 질서를 유지하게 한다면, 잘못을 수치로 알고 바르게 될 것이다(道之以德 齊之以禮 有恥且格/ 도지이덕 제지이례 유치차격).' 格은 '바르다'로 해석했다. 가혹한 형벌로 다스리는 법치에 대해 덕치와 禮敎(예교)를 내세우는 유가의 기본이념을 잘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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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 잘못을 저지르고도, 아니 잘못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큰소리치는 예를 자주 본다. 다른 사람의 법 위반엔 추상같이 적용하던 청와대 전 수석은 자기 잘못엔 몸을 숨기면 죄가 없어지기라도 하는 듯 국회 청문회를 요리조리 피해 다녀 국민의 공분을 샀다. 박근혜 대통령을 철통같이 막아 나라를 만신창이로 만들어 놓은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은 반성도 없이 혁신이라 내세우며 똘똘 뭉친다. 최소한의 부끄러움도 모르는 사람들이 지도층에 있으니 국민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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