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뱅이가 업(신)의 도움으로 부자가 되다
어떤 가난한 사람이 있는데 살기가 구차해서 어떤 만석꾼의 부잣집으로 도적질하러 갔다. 그 집에서 나락 두 섬을 짊어지고 막 일어서려고 하는데 뭣이 뒤에서 잡아당겼다. 뭣이 그런가 하고 뒤를 돌아보니까 하얀 영감이 어서 지고 가자고 하면서 이제부터 네 집에서 한 삼년간 가 있을란다 했다. 이 영감이란 이 부잣집의 업(業)인데, 이 집 운이 다 되어서 다른 데로 옮기려고 우선 이 사람의 집에 가 있으려고 그랬다.
이 사람은 그 나락을 저다가 그럭저럭 사는데 하루는 영감이 이 사람 보고 광양 땅 아무데 가면 성냥쟁이가 있실팅개 그 사람보고 칠백석지기의 논문서를 써 달래 갖고 오라고 하고서는 어디론가 가 버렸다. 이 사람은 영감 말대로 광양 땅에 가서 그 성냥쟁이를 찾아서 칠백석지기 논문서를 써 달라고 했다. 성냥쟁이는 이 말을 듣고 허허 웃으면서, 보다시피, 이런 쓰러져가는 성냥간에 겨우 성냥이나 해 먹는 놈이 무신 논이 있어서 칠백석지기 논문서를 써 돌라냐고 하면서 대꾸도 안 했다. 그래도 이 사람은 논문서만 써 달라고 졸랐다. 자꾸 써 달라고 졸라서, 성냥쟁이는 할 수 없이 칠백 석지기 논문서를 써 주었다.
이 사람은 그 칠백석지기 논문서를 받아 온 후부터는 성세가 늘어서 칠백석지기 부자가 됐다. 만석꾼네 업(業)은 광양의 성냥쟁이 집으로 가서 그 집도 부자가 됐다. 칠백석지기 문서를 안 써주었더라면 만석꾼이 됐실틴디 칠백석지기 문서를 써 주어서 성냥쟁이는 구천삼백 석기지 부자가 됐다. 전의 만석꾼은 업(業)이 나갔기 땜에 푹석 망하고 말았다.
[네이버 지식백과] 가택의 재보신 (문화콘텐츠닷컴 (문화원형백과 전통부적문화), 2003.,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신과 용왕과 천신의 싸움 가운데 마녀가 부적을 사용하여 조화를 부리다
옛날에 한 무사가 살았다. 하루는 그가 바닷가를 걷고 있을 때, 일곱 소년들이 세 개의 꼬리가 달린 큰 거북이를 둘러싸고 서서 서로 다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우리 일곱이 이 거북을 잡았으니 일곱 조각으로 공평히 갈라야 해." 하고 말하며 그들은 거북을 칼로 자르려고 했다. 무사는 그 불쌍한 거북이 매우 슬퍼 보여서 소년들에게 팔 것을 요청했다.
무사는 소년들에게 한 냥씩 지불하고 나서 거북을 가져다가 바다에 놓아주었다. 거북이 물결 밑으로 잠수하기 전에 뒤를 돌아보며 말하기를
"당신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나는 바다 밑에서 온 용왕입니다. 나는 오늘 인간들의 세상을 둘러보려고 나왔다가 저 못된 소년들에게 잡혔습니다. 만일 당신이 어떤 위험에 처했을 때는 이 바닷가에 와서 나를 부르십시오. 내가 당신을 도울 수 있는 어떤 일이라도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후 얼마 안되어 무사는 여행을 떠났다. 어느 날 저녁에 그는 산속 깊이 있었는데 그만 길을 잃었다. 그는 외딴 초가집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다. 한 노파가 나왔으므로 그는 하룻밤을 묵을 것을 간청했다. 그녀는 허락하고 그를 안으로 안내하여 저녁을 대접했다. 무사는 그녀에게 산을 넘어가는 길을 물었더니 그녀는 강렬하게 대답하기를 "이 산을 넘어가지 마시오. 산 정상에 사는 악한 마녀가 있는데 사실인즉 그녀는 천 년 묵은 여우라오. 그녀가 와서 마술을 부려 내 자리를 차지하기 전에는 나는 이 산의 여신이었소. 만일 당신이 그녀 가까이로 간다면 그녀는 분명히 당신을 해칠 것이오." 그러나 무사는 그녀의 열렬한 만류를 무릅쓰고 대답하기를 "무사라면 그런 따위의 괴물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고 했다.
다음날 아침 그는 길을 떠나 산으로 계속 올라갔다. 그가 산꼭대기에 거의 이르렀을 때 아름다운 여인이 우아한 장옷을 입고 그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땅 위를 휩쓸고 미끄러지듯 다가와서는 매혹적인 미소를 띠며 말하기를 "내가 이 산의 여신입니다. 내 집이 바로 가까이에 있으니 나와 함께 가서 잠시 쉬다 가십시오."라고 말했다. 무사는 '그녀가 누구일까 바로 그 노파가 경고했던 그 마녀일지 모른다.'고 의심하면서 그녀를 따라갔다. 그녀는 진수성찬으로 대접하고 나서 그를 끌어안으려고 했다. "저는 여기서 홀로 외롭게 살고 있어요. 그러니 이곳에 머물러 함께 살아요."라고 말했다. 무사는 그녀를 뿌리치며 단호하게 말하기를 "여자가 감히 남자를 유혹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오. 당신의 행동은 대단히 무례하고 온당치 아니하오."라고 했다.
여인은 이런 예기치 않은 대답에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았다. "흥, 당신은 나를 싫어하는군. 당신은 당신의 불손한 태도를 뉘우치게 될 걸. 당신을 죽여서라도 도망치지 못하게 할거야. 내 마술을 쓰면 당신은 다시 생각하게 될 거야." 하고 그녀는 닦아세웠다. 그녀는 종이에 무슨 주문을 써서 공중에 던졌다.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무수한 칼날이 공중에서 나와 무사를 위협혔다. 무사는 그녀에게 한 주일만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애원하여 그녀는 그 요구를 받아들였다.
무사는 전에 거북을 놓아주었던 그 바닷가로 서둘러 갔다. 그는 물가에 서서 큰소리로 용왕을 불렀다. 즉시 신비로운 소년이 바다에서 올라와 그를 맞이했다. 소년은 돌아서서 주문을 외우더니 바다가 갈라지고 그들 앞에 넓은 길이 펼쳐졌다. 소년은 무사를 용궁의 용왕에게로 안내했다. 무사는 그에게 닥친 일을 용왕에게 말했더니 용왕은 기꺼이 도와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즉시 용왕은 그의 세 동생들을 파견하여 산 마녀를 죽이도록 명했다. 무사는 세 용의 꼬리를 잡고 있었는데 한 순간에 그 산에 도착했다. 용왕의 세 형제들은 마녀의 집을 쳐부수기 위해 무서운 푹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마녀가 나와서 깔깔대었다. "당신이 도움을 청하러 용왕에게 갔었군. 그의 마술은 내게 아무 소용없지. 자, 어디 한번 지켜보렴."하고 그녀는 아주 의기양양했다. 그녀는 종이에 주문을 써서 공중에 던졌더니 즉시 공중에 세 개의 이글거리는 불기둥이 나와서 용왕의 세 형제를 쓰러뜨렸다. 그 때 어두웠던 하늘이 환해지고 바람도 멈췄다.
마녀는 무사의 손을 잡고 말하기를 "이제 당신은 내가 원하는 대로 해야 돼. 이리 와서 나와 함께 삽시다." 그러나 무사는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그녀에게 생각해 볼 한 달의 여유를 달라고 요청했다. 그녀는 마지못해 허락하여 말하기를 "만일 이번에도 나에게 다시 대항할 때는 당신은 끝장이야. 더 이상 기회를 주지 않을 테니."라고 했다.
그리하여 무사는 다시 한 번 용왕에게 가서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고했다. 용왕은 한숨을 깊이 내쉬며 말하기를 "그 마녀는 너무강하여 내가 이겨낼 수가 없소.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하늘 왕(天神)에게 가서 그녀에게 벌을 내려줄 것을 부탁하는 일이오."라고 했다. 그래서 용왕은 그의 신하들을 수행하고 하늘왕국으로 가서 하늘왕에게 그 마녀를 벌 줄 것을 정중하게 간청했다. 하늘 왕은 그의 간청을 들어주어 즉시 하늘로부터 세 무사들을 파견시켰다.
그들이 산에 당도했을 때 하늘 무사들은 광풍과 폭우로 공중을 채웠다. 마녀가 나와 그녀의 주문을 적은 종이를 공중에 던졌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요란한 천둥번개가 그 집을 내리쳤다. 그 때 마녀가 있던 자리에는 죽은 여우가 누워 있었다. 무사는 하늘 무사들에게 크게 감사했다. 그리고 맨 처음에 만났던 친절한 노파는 다시 산의 여신으로 군림했다.
[네이버 지식백과] 기문둔갑 설화 (문화콘텐츠닷컴 (문화원형백과 전통부적문화), 2003., 한국콘텐츠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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