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려을 적엔
추석 명절은 하루나 이틀에 불과했습니다.
추석날은 차례를 모시고 성묘를 가지요.
아이들과 청년들은 그네를 타러가고.
그 다음날은 처가나 외가에 가는 사람들 외에는
대개 논밭으로 나가 콩과 팥을 베어 오고
벼논 논두렁을 베기도 했습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이라
떡이나 전도 하루를 넘기면
대개 시었지요.
부녀자들은 그걸 시게 하지 않으려고
다시 끓여 두거나 굽거나 쪄 두어야 했습니다.
며칠 씩 간수하기는 힘들었지요.
지금이사
아이들이 날마다 좋은 신 신고
좋은 옷 입고
좋은 음식 먹고 자라지만,
옛날엔 그러지 못하였지요.
쌀밥도 명절에만 먹을 수 있고
딱과 과일과 고기도 그랬었지요.
추석엔 신발도 새로 샀습니다.
옷도 새로 사입고요.
늦가을까지 입으려면 조금 두꺼워야 하고
내년에도 입어야 하니까 크기도 넉넉한 옷이었지요.
그래서 추석명절은 더워서
그날 하루만 새 옷 입고는 벗어두었답니다.
40여호나 살던 내 고향 '천락' 산골마을은
지금은 독거노인이 더 많은 19세대랍니다.
명절 때엔 몇 가구나 차례를 모시는지
알수가 없네요.
(열 집이 채 안 될 것 같네요.)
우리 형제만 네 가구가 살았었는데
지금은 네째 형수 한 분만 계시니
조카들이 모여서 차례 지내는 집이 한 집 뿐이지요.
추석날은
문득 그 형수님 댁으로 가고 싶더군요.
부모님 제사는 부산 큰 조카네 집에서 모시는데도.
고향 마을에 가족들이 모이는 집이 몇집이나
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성묘도 가 보고 싶기도 하더군요.
이제 군번이 그럴 시기가 훨씬 넘었고 몸도 약해져서
맘대로 운잔도 못하면서도
마음은 혼자서 고향으로 달려가 보고 싶어요.
(추석 성묘는 며칠 뒤에 부산 형님과 같이 가기로
약속을 해 두었답니다.)
금년 추석은 이렇게 지나갔습니다.
내년 추석은 모르는 일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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